첨단재생의료법이 시행되면 줄기세포 등의 재생의료는 임상 3상을 그냥 패스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불안전한 재생의료가 임상 3상 면제를 받게 될 가능성에 대한 찬반양론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재생의료라고 칭하더라도 암과 희귀질환에만 국한해서, 그것도 식약처장의 허가를 받은 연구만 일부 임상 면제가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현행 약사법 기준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규정인 만큼 일부의 우려와 기대(?)는 그야말로 기우에 불가하다는 의미다.

첨단재생의료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불신과 우려가 많은 분야다. 무엇보다 재생의료를 관리할 가이드라인이나 시스템이 부재한 상태에서 덜컥 법부터 만들어졌다는 게 일각에서 나오는 지적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마련한 ‘제4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도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 “첨생법이 재생의료 대량생산 계기만든다”

무엇보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단재생의료법)’이 시행되면 세포치료제가 대량 생산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실제 이미 의료현장에서 미용 및 성형 분야 등에 세포치료제가 생산 유통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 법이 불확실한 재생의료의 무더기 유통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

고려의대 혈액종양내과 김병수 교수는 “임상현장에는 줄기세포치료 기술로 트라이얼되고 있는게 꽤 있다”면서 “첨단재생의료법으로 세포치료제가 대량 생산 유통될 것이다. 화학 약제를 대체할 개념으로 사용할 여지가 있음을 암시하는 법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천의대 류마티스내과 백한주 교수도 “첨단재생의료법의 큰 문제는 3상 임상을 바이패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것이 법의 가장 큰 논쟁 포인트”라며 “3상 임상을 바이패스함으로써 올 수 있는 위험성과 대중에 미칠 영향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3상 임상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것은 줄기세포 안전성의 불확실성에 있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치료의 기회가 절실하지만 효과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약제를 무분별하게 유통하게 될 경우 비용적 부담 뿐만 아니라 또다른 안전의 우려가 있다는 것.

의학윤리학자 역시 이같은 점에서 재생의료에 대해서는 안전망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의료법윤리학과 김소윤 교수는 “의료윤리 제 1의 원칙이 ‘자율성 존중의 원칙’이다.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를 말하는 원칙인데, 사실 재생의료가 무엇인지, 얼마나 위험한지 의료진조차도 모르는데 이를 어디까지 설명하고 환자 동의를 받을지부터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줄기세포는 몸에 들어가면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고 (주입된 세포를) 다시 꺼낼 수도 없다”면 “기존 약은 다시 회복하거나 시험 중단 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반면, 세포는 되돌릴 수 없어 암이 될 지 어떤 물질이 될 지 제일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이 법이 시행되면 제약사들의 재생의료 상업화의 명분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김소윤 교수는 “법은 희귀난치질환 등에 한정돼 있지만, 법이 시행되면 재생의료가 쓰이는 범위가 넓어질 것이 뻔하다”며 “희귀난치질환은 산업체가 주도적으로 연구하기 어려운 분야니 정부주도로 하더라도, 산업체 주도로 하는 연구는 법이 어느 정도 시행되고 나면 (범위가) 넓어지지 않겠냐는게 시민단체의 우려다”고 전했다.

≫ 미국과 일본은 재생의료 어떻게 심사하나

이처럼 뒤늦게 재생의료를 위한 별도의 법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안전성과 위험성, 임상시험의 범위를 둘러싼 논쟁은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먼저 유전자치료에 대한 별도 관리체계를 갖춘 미국의 경우는 어떻까.

미국국립보건원(NIH)은 ‘유전자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위험(Risk) 구분에 따라 심사 자체를 달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유전자치료 연구를 시행하는 기관에 IBC(Institutional Biosafety Committee, 바이오안전성위원회)를 설치하고 연구계획서에 대해 심사와 감독을 하고 있다. 또 연구 시행기관에는 전문관리자(BSO)가 연구 진행 과정을 감독, 관리하고 NIH OPS(Office of Science Policy, 과학기술정책실)에서 관련된 모든 정보 및 데이터를 일괄관리한다. 당연히 인간대상 유전자치료연구시 임상연구심의위원회(IRB) 승인을 받아야한다.

특히 미국은 유전자치료에 대한 연구 승인을 ‘할수 있다’와 ‘없다’로 이분화 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가 낮은 것은 쉽게 연구토록하고 리스크가 높은 경우 단계별로 방법을 달리둬 안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 NIH '유전자 치료 가이드라인'의 위험도 구분 기준. 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현철 교수 발표자료 발췌.
미국 NIH '유전자 치료 가이드라인'의 위험도 구분 기준. 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현철 교수 발표자료 발췌.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현철 교수는 “우리나라는 연구를 할래, 말래로 끝났지만, 이제는 누가 봐도 해선 안되는 연구와 해도 되는 연구 사이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핵심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NIH는 위험도에 따라 심의 유형을 6가지로 달리하고 있으며, 일부는 심의 면제항목도 있다”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질환에 따른 심의기준을 분류하지만 미국은 위험한 정도에 따라 규제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우리나라 역시 첨단재생의료 연구의 규제정책을 바꿔야한다며 ‘사려깊은 경계모델’을 제시했다. 연구의 대상을 위험의 확실성과 가능성에 따라 프로세스를 구분해 그에 따른 전문가 심의, 별도 매뉴얼 적용, 정기적인 팔로업, 위험보고 등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

인하대 재생의료전략연구소 박소라 센터장도 “세계적으로 재생의료는 특별법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며 “일본의 조건부허가 프레임을 보면 (재생의료라고 해서) 3상을 바이패스하지 않는다. 임상 60여건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하고 5년 뒤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완전퇴출하기로 제약사와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부 “법 개정돼야 가능한 일...이 또한 쉽지 않은 일”

그러나 팜뉴스 취재진 확인 결과, 정부는 현행 법이 시행된 이후 임상 3상 면제 트랙이 변경되거나 확대될 가능성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임상 3상 바이패스는 사실과 다르다”며 “현재 첨단재생의료법 역시 약사법과 비슷한 수준에서 제정됐다. 항암제와 희귀질환에만 국한해서 조건부 허가를 받는다”며 전문가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어 “처음 법안이 발의됐을 때만 해도 암과 희귀질환 이외에 대체가능한 약제가 없는 일부 질환까지 대상이 넓었다. 때문에 시민단체가 효과없는 약까지 임상허가가 되는 것 아니냐며 비용부담 등의 우려를 제기했던 것”이라며 “이제는 적용 대상을 다시 수정한 법이 최종 제정됐다”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임상면제 범위의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법이 개정돼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쉬운 일도 아니고 당분간 쉽게 확대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첨단재생의료법은 기존의 합성의약품과 다른 기전인 재생의료에 대해서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든다는 것이지, 재생의료만을 위한 규제 완화격의 법이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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