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사이신 덩어리로 드러난 ‘붙이는 비아그라’가 여전히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법 성인 의약품의 무차별적인 유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붙이는 비아그라’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이 지난달 '붙이는 천연비아그라패치'를 불법 제조해 유통·판매한 업자 A 씨(남, 37)를 적발한 사실을 발표한 것.

A 씨는 2017년 6월경부터 의약품 제조업에 대한 허가 없이 자신이 거주하는 고시원에서 원단을 직접 구매하고 이를 절단, 압축하고 포장하는 방식으로 00패치 약 200개를 만들었다. 제품은 남자 중요부분에 붙이는 동전크기의 패치형태다. A 씨는 00패치가 양자파동 에너지를 이용해 혈액순환계를 자극, 중요부위에 붙이기만 하면 남성의 성기능을 향상시킨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성분 검사 결과, 이 패치에는 고추의 매운 성분인 합성 캡사이신과 파스에 들어가는 글리세린이 검출됐다.

 

그렇다면, 한 달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팜뉴스 취재 결과, 00패치는 SNS를 통해 시중에서 여전히 팔리고 있었다. 업자 B 씨의 인스타그램엔 “00패치는 합법적인 제품이다. 발기부전 치료와 조루 개선에 효과가 있다”며 “양자파동을 이용해 호주와 한국 연구원들이 공동 개발했다”고 밝히면서 제품 사진이 게재된 상태다.

서울시에서 단속을 벌인 제품과 같은 00패치다. 앞서의 단속된 제품의 홍보문구인 ‘양자파동’이란 키워드도 그대로 들어가 있다.

하지만 업체는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이라고 강변했다. 판매업자 B 씨는 기자에게 “양자 파동을 이용했기 때문에 회음부에 붙이면 발기부전 증상에 도움이 된다. 00패치는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국산 제품이다. 제약사들의 방해가 많아서 소량만 취급한다. 부작용은 없다. 효능도 입증됐다”고 구매를 권유했다. 대형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00패치 구매 후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 보건당국은 단속망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는데도 같은 제품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는 “판매업자 A씨는 검찰 수사 중이다”며 “당시 적극적으로 단속을 진행했는데 몇개의 인터넷 사이트가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추가로 단속을 실시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패치형태의 무허가 의약품의 유통을 시급히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이윤수 원장은 “캡사이신으로 만든 패치 형태의 발기부전 치료제 유통은 엄연히 불법이다”며 “양자파동이란 문구에 현혹되서 구매를 한다면 심각한 부작용을 겪게 될 것이다. 빨리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우려했다.

법조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패치 형태의 성기능 개선제는 인체 기능상 약리적 작용 내지 질병 치료용 물품이다”며 “업자들이 남성 성기능 관련 수요를 노리고 불법 제작ㆍ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명백한 약사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더욱 큰 문제는 유사품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일명 ‘전립선 패치’로 불리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문의는 급격히 늘고 있다. 전립선 패치의 판매업자 C씨는 대형 포털사이트에 “말 못하는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며 “남성 회음부에 붙이는 패치다. 중장년층은 흔히 비뇨기계 질환에 걸린다. 패치를 붙이면 자신감이 올라간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립선 패치의 ‘정체’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의료기기 또는 의약품도 아닌 제품이다. 의약외품도 아니다”며 “미용목적으로 분류된 화장품이란 언급도 없다. 그렇다면 건강이나 치료 효과에 대한 언급을 해서는 안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데 소비자들이 구매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의학적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장 광고를 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심지어 C 씨는 “패치를 헤르페스 물집에도 붙일 수 있다”고 광고 중이다. 전립선 패치가 헤르페스에도 효과가 있다고 홍보한 것이다. 회음부 헤르페스는 성관계에 의해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성기 표면에 전염되는 병이다.

앞서의 약사는 “얼굴이나 손등, 피부가 아니라 회음부에 붙이는 패치다”며 “얼굴과 손등에 있는 외피는 약물 투여시에 방어막이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을 수 있다. 하지만 회음부의 외피는 얇은 상태다. 오염된 물질이 그대로 투여될 수 있다는 뜻이다. 헤르페스 포진 위에 바르면 상처 부위에 세균이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도 패치 형태의 불법 성인 의약품에 대해 곧장 단속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허가를 받지 않았는데 의학적 효능효과를 표방한 광고를 하고 있다"며 "즉시 모니터링하여 사이트차단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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