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FDA가 유명 위장약 '잔탁'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가운데 우리나라 식약처의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잔탁의 주성분인 라니티딘 제조 공정에서 발암물질이 나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도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6일 잔탁 3개 품목 29개 제품과 잔탁에 사용된 원료 라니티딘(6개) 등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가 인간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규정한 2A 물질이다.

식약처는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일부 라니티딘 함유 제제에 대해 낮은 수준(low level)의 NDMA가 검출되었기 때문에 회수 등의 조치는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지속적으로 안전성은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당장은 안전에 우려가 없기 때문에 특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인 것.

하지만 해외의 연구는 라니티딘의 ‘제조과정’에서 NDMA 검출 우려가 있다고 경고해왔다.

베이징 공과대학 생명과학부 Liu YD 박사가 지난 2014년 발표한 ‘라니티딘, 트리메틸아민 및 기타 3차 아민으로부터 NDMA의 형성 메커니즘’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은 라니티딘의 제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원료 자체에 불순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라니티딘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NDMA가 생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대한약사회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도 관련 논문이 포함된 내용을 일선 약사들에게 배포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라니티딘에 아민기(NH)를 붙이는 과정에서 NDMA가 나올 수 있다”며 “식약처에서 확인한 원료의약품 공장(잔탁 원료생산공장)은 1개뿐이다. 하지만 라니티딘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400개에 가깝다. 라니티딘에서 NDMA 검출을 걱정하는 건 결코 과한 해석이 아니다”고 밝혔다.

때문에 ‘제2의 발사르탄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앞서의 약사는 “발사르탄 사태 때도 제조과정에서 발암물질의 발생확률을 높이는 공법을 써 문제가 됐다. 섣불리 단정할 수 없지만 잔탁 여파가 다른 제네릭까지 미칠 수 있는 이유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 당시 중국 제지앙화하이社의 원료의약품에서 검출된 NDMA는 제조공정의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조 시 용매로 사용된 디메틸포름아미드(DMF)가 고온에서 아질산염과 반응하면서 NDMA가 만들어진 것이다. 비슷한 공정으로 제조된 수백개의 제네릭들이 ‘발사르탄 유탄’을 맞은 배경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제조되는 모든 라니티딘 원료와 해당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395품목)을 대상으로 계속해서 수거·검사를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며 “국가마다 사용하는 원료 제조소와 완제 제조소가 다르다. 우리나라 GSK 제품에 대해서는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 잔탁만큼은 국민들이 드셔도 상관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식약처가 더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앞서의 약사는 “식약처는 즉시 판매를 중단하고 라니티딘 제품의 제조공정에 대해 추적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며 “위험성이 없는 게 아니다. 잔탁이 아닌 다른 위산 분비 억제제를 먹으면 발암위험성이 아예 없을 수 있다. 국민들이 그런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잔탁을 먹을 이유가 없다. GSK에서도 선제적인 조치에 돌입한 이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GSK 측은 최근 잔탁의 출하와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GSK 관계자는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예방적인 조치로 공급중단 조치를 내린 것”이라며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달 말에 나올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대응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국도 NDMA이 관리기준 이하로 검출됐고 그 이상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우리 역시 ‘불검출’이기 때문에 추적 조사나 회수조치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미국에서 구체적인 원인이 나오면 반영하도록 모든 정보 취합하는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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