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우리나라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법률이 시행되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어 보인다. 이미 3년 전부터 첨단재생의료치료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국내는 여전히 임상연구 기준 정립을 위한 규제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첨단재생의료법)’이 제정됨에 따라 1년 뒤인 2020년 8월 28일에는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적용된다.

첨단재생의료법은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완화하고 전주기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정책 방향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임상 허가 규정은 까다롭고 제한적인 게 사실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조직공학제제, 첨단바이오융복합제제를 포함한 첨단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려는 제약사는 제조부터 임상까지 모든 절차를 통과해야만 한다.

제조업 신고, 수입업 신고는 물론 품목허가를 받아야 하고 제조업자는 규정에 따라 제조관리자를 둬야하며, 임상연구를 하려면 희귀질환이나 난치질환을 가진 사람만 연구대상에 포함된다.

임상연구를 할 수 있는 치료법도 제한적이다.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현저히 효과가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치료법에 해당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단은 별도의 ‘심의위원회’가 한다.

이 심의위원회는 새로 지정되는 ‘첨단재생의료지원기관(설립가능)’이 구성하게 되고 심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임상연구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임의로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으로 지정받은 곳에 의뢰해야 한다.

여기에 임상이 아닌 첨단재생세포를 관리하는 시설 역시 별도의 ‘첨단재생의료세포처리시설’로 지정된 곳이어야만 한다. 이처럼 첨생법의 골격을 이루는 관련 내용들이 정부차원의 담당 부처를 신설하고 관련 기관을 지정하고 절차를 만드는 것이 주를 이룬다.

이는 ‘21세기 치료법(21st Century Cures Act, 이하 Cures Act)’을 도입한 이듬해부터 첨단재생의료치료제(RMAT) 지정신청을 받은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미국은 2016년 12월 13일 이 법을 제정할 때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개발을 가속화하고 제품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공되도록 하겠다는데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서 법안 자체에 첨단재생의료 치료제에 대한 신속한 승인 허용 및 가이드라인 개발, 혁신적인 의료기기의 우선 검토 프로그램 시행 등 혁신적 치료법을 담았다.

예를 들면, 첨단재생의료치료제(RMAT) 지정기준을 정해 FDA와 협의를 통한 신속승인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한 것이다. 첨단재생의료치료제는 세포치료, 조직공학치료 등 재생의료요법이면서 중증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지만 예비 임상근거로 미충족의료를 해결할 수 있다면 지정신청도 가능하다.

이에 법이 시행된 다음해부터 31건이 첨단재생의료치료제로 신청됐고 2018년에는 47건, 2019년 6월 30일 기준으로 30건이 신청되는 등 해마다 그 수가 늘고 있다.

이중에는 동종세포치료제가 절반가량인 45.2%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고 신경계, 종양, 심혈관계 등 다빈도 질환이 아닌 항암제를 비롯한 특수질환 치료제에 대한 지원 요구가 높았다.

그 결과, 신청 건 중에는 35.6%가 승인을 받아(거부 53.4%, 보류 11%) 환자 치료에 빨리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 발췌.
국회입법조사처,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 발췌.

신청건수가 늘어난 만큼 FDA는 2년 만에 ‘중증상태에 대한 재생의료요법을 위한 신속프로그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패스트 트랙 지정, 획기적인 치료 지정, 재생의료요법 치료제 지정, 우선순위 검토 지정, 가속승인의 재생치료요법 등 5가지 신속프로그램을 명시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Cures Act 시행으로 재생의료요법에 대한 표준이 확립됐고, 미국내 첨단재생의료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제약사들이 좀 더 수월하게 허가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법 효과가 적절히 발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Cures Act에는 환자중심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한 일환으로 환자경험데이터 사용을 권장, 관련 정의와 표준화 기준이 명시돼 있다. 첨단재생의료자체가 무작위 임상시험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실제임상증거(Real-world evidence, RWE)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FDA는 Cures Act가 시행될 때 병원 자료, 보험청구자료 및 환자등록체계 등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조화시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시스템을 연구하는 대규모 분산된 연구 네트워크도 개발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 법안은 희귀질환을 포함한 치료법 개발에 대해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미국 국립보건원 17.5억달러, FDA 1.1억달러를 5년간 매년 지원하는 혁신펀드를 도입하는 등 연구자들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는 첨생법이 제정되면서 재생의료분야의 국제적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면서도 “첨단바이오의약품 허가-심사 역량 강화, 조건부 허가된 의약품에 대한 안전관리방안 마련 등 우리나라 실정에 알맞은 구체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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