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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붙은 국내 VR 헬스케어, 연내 ‘개화’ 물 건너가나…식약처 ‘신중론’
얼어 붙은 국내 VR 헬스케어, 연내 ‘개화’ 물 건너가나…식약처 ‘신중론’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09.16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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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법 통과되면 지원 좋아질 것”…가이드라인 확대 해석은 ‘글쎄’
업계, 현실 맞지 않은 ‘규제 장벽’ 불만…“식약처 가이드라인 문제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전 세계적으로 가상현실을 활용한 의료기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각종 규제를 없애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고 미국도 발빠르게 기업을 지원해주고 있다. 우리 정부도 VR 의료 기기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은 규제가 ‘높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츠는 지난해 11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적용 헬스케어 시장 규모를 2017년 7억6290만달러에서 2023년 49억97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과 미국이 최근 VR 의료기기 허가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까닭이다.

올해 2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씽크싱크사가 개발한 ‘뇌진탕 진단 솔루션’ 아이싱크를 허가했다. 아이싱크는 적외선 카메라가 달린 가상현실 헤드셋으로 눈의 초점을 분석하고 이에 기반해 뇌진탕을 진단한다. 헤드셋은 태블릿과 무선 연결돼 60초 안에 결과를 바로 보여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FDA는 2017년부터 ‘디지털의료 사전인증제도’를 시범 운영중이다. 우수성 평가를 통과하고 소프트웨어의 안전성·유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이력을 갖춘 기업들에 대해 허가를 면제하거나 간소화 한 것이다. 현재 9개의 기업이 사업에 참여 중이다.

중국도 다르지 않다. 화웨이는 최근 중국 청두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태평양 이노베이션 데이에서 AR·VR·드론과 AI 기반 앱으로 구성한 종합 응급의료지원 시스템을 선보였다.

지난 4월 광둥성 인민병원과 가오저우시 인민병원은 3D프린팅과 가상현실 기술을 결합한 기술로 원격 심장 수술에 성공했다. 두 병원의 의사들은 3D 프린팅과 가상현실로 구현된 환자의 심장을 보고 원격으로 공동 수술을 집도한 것이다. 중국정부가 2016년부터 허용한 원격 의료가 VR 기술 구현의 밑거름이 된 것.

이처럼 미국은 뛰고 중국은 날고 있지만 국내 가상현실(VR) 의료기기 시장은 ‘걸음마’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VR의 하드웨어 쪽은 중국이 엄청난 발전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속도가 빠르다. 우리나라도 남다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정부 정책이 시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상현실 의료기기 개발에 도전 중인 스타트업 기업들은 의료기기 허가 과정에서 높은 ‘진입장벽’을 체감 중이다.

길재소프트는 2015년 병원에서 산모가 입체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때, 태아를 모니터 대신 가상현실을 통해 볼 수 있는 제품인 VR피터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난해 2월 VR피터스를 의료기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길재소프트 관계자는 “산모가 초음파로 아기 얼굴을 볼 때, 초음파 화면을 와이파이를 이용해 VR기기로 전송한다. 전송받은 태아의 특징을 추출해서 3D 형태로 구현하는 기술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는데 우리 제품은 의료기기법상, 진단·치료·재활 등 어떤 목적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했다”며 “의사만이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규정도 영향을 미쳤다. 아쉬운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식약처가 최근 내놓은 VR·AR 관련 의료기기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이 정작 업계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이드라인 역시 의료기기나 소프트웨어의 허가 조건을 ‘진단·치료·예방·처치’ 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초기부터 치료 또는 진단 목적의 의료 기기를 개발하려면 의료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의사들을 고용하는 게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며 “식약처가 VR 기술의 이해 없이 목적의 범위를 너무 좁게 해석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식약처 가이드라인에서는 ‘고소공포증’ 치료 목적의 VR 기술 역시 의료기기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절벽길을 운전하는 것과 같은 화면을 보면서 공포를 느끼는 가상의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을 시켜 두려움 완화에 도움을 주기 위한 기기/소프트웨어’를 의료기기로 분류하지 않았다.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고통스러운 자극이 담긴 화면을 구현하는 방식의 VR 기술로는 의료기기로 허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

기업들은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식약처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 강화는 단기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내년에 혁신의료기기지원법이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여건이 더욱 개선될 것이다. 다만, 가이드라인의 목적을 넓게 해석하는 것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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