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문을 여는 약국과 의료기관 수가 해마다 줄어 들고 있다. 올 추석, 응급실 운영기관을 포함해 명절에 문을 열었던 요양기관 수는 하루 평균 6,873곳이었다. 1년 전 1만4,052개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작년 추석에 문을 열었던 7000여곳의 약국도 올해는 하루 평균 3,927곳으로 대폭 줄어 들었다. 스마트폰 활용으로 정보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급하게 필요한 일반약의 구매처까지 확대되면서 ‘휴일 지킴이’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추석 기간 문연 약국수는 1일 평균 3,927개소 수준이었다. 명절 첫날인 12일은 6,753개소가 문을 열었고, 명절 당일은 1,868개소가, 그 이후 주말까지 겹친 14일과 15일은 3,000여곳이 문을 열었다. 병·의원 역시 명절 당일 문을 연 곳은 전국에 839개소에 그쳤고, 하루 평균 1,941개소만 진료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문 여는 요양기관의 수가 줄어든 데에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제도 변화 등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안전상비의약품이 편의점에서 판매되면서 해열·진통·소염제, 소화제 등은 약국을 가지않아도 간단히 구입할 수 있게 됐다. 2012년부터 편의점으로 풀린 상비의약품의 수요는 급격히 늘어 지난해 372억원어치가 팔려 나갔다.

또 명절과 같은 연휴에 약국이나 의료기관의 이용정보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연휴 기간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119 구급상황관리센터는 물론 129 보건복지상담센터, 120 시도 콜센터에 전화를 해 현 위치를 알려주면 가까운 병원이나 약국의 정보를 알 수 있고 문자로 주소 등의 위치를 안내받을 수 있다.

휴대폰으로 응급의료포털(www. e-gen.or.kr) 어플을 다운받으면 당일 문여는 기관의 정보도 검색할 수 있다. 10년전에는 복지부가 날짜별로 약국과 의료기관의 근무시간을 엑셀파일로 정리한 목록을 공개했던 것과 사뭇다르다.

무엇보다 자가용 등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인근 요양기관의 접근성도 높아졌다.

이에 비해 병·의원을 운영하는 의·약사들은 여전히 자발적인 참여를 하고 있어 높은 인건비와 운영비 등으로 연휴 내내 근무를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연휴기간에 문 여는 약국과 병원 등은 평일 야간 진료나 조제와 유사한 휴일가산 30%(평일 18시 이후부터 다음날 9시까지, 조제기본료 및 복약지도료, 기본진찰료, 처치 및 수술료 등 30% 적용)만 정부로부터 받게 된다. 그나마 이 가산료도 방문하는 환자들이 있을 때나 건당으로 부과될 뿐, 별도의 인센티브는 없다. 때문에 방문자수가 줄어들수록 근무기간 동안 인건비 등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는 것.

약계 한 관계자는 “혹시 모를 환자들을 위해 약사들이 자발적으로 연휴를 반납하고 문을 열고 있지만 SNS와 도심간 이동수단도 발달하면서 문 여는 요양기관을 찾기가 유리해졌다”면서 “반면에 휴일가산을 감안하더라도 직·간접적인 비용은 약국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도 “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지역 의사회 등을 통해 참여신청을 받지만, 공휴일에 참여를 하려면 간호사나 의사, 지원인력 등의 인건비도 감안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명절을 이용해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사회적 풍토도 변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추석은 여름 휴가철과 인접해 있는 만큼 늦캉스족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도 열리는 만큼 짧은 추석기간에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려는 움직임이 약국가에도 퍼지고 있는 것.

약계 관계자는 “약국을 찾는 환자 수는 적은 것도 있지만 최근에는 자신과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려는 이들이 많다. 여행을 가거나 휴식을 취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의무적으로 24시간 운영을 해야하는 응급의료기관은 여전히 환자쏠림으로 인해 근무하는 의료인력의 과로도는 높다. 지난해 추석에만 153개 응급의료센터에 하루 평균 2만6000명의 환자가 몰려, 5일간 총 진료건수는 130만건에 달했다. 응급의료센터 1곳이 하루에 170명의 환자를 진료한 셈이다.

근무 인원은 한정돼 있는데 비해 환자는 몰려드는 상황이 연휴때마다 반복되면서 올 설에는 윤한덕 전 중앙응급의료센터장과 가천대 길병원 전공의 1명이 근무중 과로사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강구하지도 않고 있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이번 추석에 문여는 요양기관의 수가 적은 것은 “명절 기간이 짧기 때문”이라며 “환자들을 소화못하는 정도가 아니다.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의료기관과 약국의 참여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의협과 약사회에 참여해달라고 독려는 하고 있다”면서도 “(참여하는 기관수가) 많을수록 좋지만 그러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한 바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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