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스티팜 반월공장
사진=에스티팜 반월공장

에스티팜이 반등 모색을 위한 잰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원료의약품(API)과 현재 개발 중인 자체 신약을 기반으로 회사의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는 한편 안정적인 중장기 매출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의 본격적인 매출 턴어라운드 시점은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에스티팜 측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원료의약품 사업은 지난 5월 2019 TIDES 학회에서 진행된 글로벌 업체와의 파트너링 미팅 이후 2건이 추가되면서 총 22개의 프로젝트가 가동 중에 있다. 현재 3건의 프로젝트에 대해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며, 이 중 헌팅턴치료제가 내년 하반기 상업화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0년 에스티팜의 본격적인 매출 반등이 점쳐지는 까닭이다.

다만 헌팅턴병 자체가 희귀질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C형간염치료제 판매 감소에 따른 매출 타격분을 온전히 만회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헌팅턴병이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데다 환자들의 약 복용기간도 길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장에 제품이 출시된다면 에스티팜의 안정적인 매출 확보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이란 평가다.

주목할 점은 에스티팜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API 생산력.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실험실에서 소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많다. 하지만 미들 스케일을 넘어 상업화 규모로 수율, 품질, 안정성을 모두 확보하면서 생산이 가능한 곳은 전 세계 3곳에 불과하다. 기술 진입장벽도 높아 후발주자들이 쉽사리 뛰어들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현재 상위 3개사의 케파를 살펴보면, 아베시아 1.4톤, 에질런트 500kg(현재 500kg 추가 증설 중), 에스티팜이 800kg으로 전체 생산 가능 규모가 3톤 정도인데, 향후 폭발적인 수요가 예상되는 만큼 이들 3개사가 경쟁하기 보다는 모두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메디슨컴퍼니(The Medicines Company)의 이상지질혈증 신약 ‘인클리시란(Inclisiran)’이 임상 3상을 성공하면서 올 4분기 NDA(신약허가신청) 제출을 준비 중인데, 이 회사가 언론에 밝힌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API의 수요는 6~10톤이다.

인클리시란의 상업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이 약물 하나만으로도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된다. 현재 에스티팜이 메디슨컴퍼니의 원료 공급업체가 아님에도 수혜 기업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또 GSK가 개발하고 있는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API 기반의 B형 간염치료제도 상업화 되면 API 수요가 3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공급자 절대 우위의 시장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울러 그동안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API 기반 신약이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바이오젠) 등과 같은 희귀질환 치료제에 치우쳐 있었는데 최근 심혈관질환, 신경계질환, B형간염질환 등 만성질환 치료제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향후 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특히 에스티팜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생산 공장은 바이오 콘셉트가 아닌 제약 콘셉트로 지어진 전 세계 최초의 공장으로, 경쟁사와 달리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합성 전 단계인 모노머까지 일괄 생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중간 마진을 줄일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은 물론 공급의 안정성과 연속성, 빠른 납기일, 품질의 균일성 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또 에스티팜은 그동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저분자의약품 부문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외 제약사와 16개의 저분자의약품 API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美 바이오텍 회사가 개발 중인 미토콘드리아 결핍증후군 치료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약이 임상 2·3상을 동시에 진행 중이고 BTG(Breakthrough Therapies, 기존 치료제 대비 유효성·안전성 개선이 눈에 띄는 의약품에 대해 신속허가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로 지정돼 있는 만큼 이르면 내년 말, 늦어도 2021년에 상업화가 본격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4분기 유럽과 미국에서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IND) 예정인 First-In-Class 혁신신약 에이즈치료제, 대장암치료제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아직 임상 1상에 돌입하지 않아 신약으로서 제대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 돌입할 경우 회사 가치를 재평가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특히 에스티팜은 에이즈치료제의 경우 길리어드가 관심을 표명할 만큼 혁신 신약으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현재 개발 중인 에이즈 치료제의 경우 HIV 인테그라제 효소에 비촉매 활성 부위를 공격하는 기전으로, 이는 기존 촉매 활성 부위를 저해하는 메커니즘과는 차이가 있다. 두 약물을 병용할 경우 문제가 되고 있는 내성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는 의미다.

더불어 에이즈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발견된 새로운 메커니즘(에이즈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을 세포 밖으로 끄집어내 몸속 숙주에서 사멸시키는 기전)이 작년 5월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연구 지원과제로 선정됐는데, 향후 진행될 연구 결과에 따라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스티팜 IR 담당자는 “현재 협업 중인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해외 시장을 노리는 국내 바이오텍들이 에스티팜의 역량을 눈여겨 보고 있다”며 “한동안 매출 감소로 고전했지만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나 저분자의약품 분야에서만 40개에 육박하는 씨앗을 뿌려놨다. 내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열매를 맺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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