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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내성’ 전쟁…신약, 이렇게 개발하자
‘항생제 내성’ 전쟁…신약, 이렇게 개발하자
  • 양금덕 기자
  • 승인 2019.09.0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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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처방 대다수 부적절…파이프라인도 전세계 단 40여개 불과
국내, 기금화 주도의 항생제 개발 시급…해외 ‘CARB-X’ 펀드 주목

전 세계를 위협하는 항생제 내성. 이를 이겨내기 위해 나라별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정작 핵심 무기인 혁신 신약이 없다면 승산이 있을까. 만약 절박함이 있다면, 항생제 신규타깃 발굴은 물론 임상시험의 높은 문턱과 저조한 수익성 등 여러 한계를 극복할 ‘기금 제도’가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최근 힘이 실리고 있다.

감기와 같은 호흡기질환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는 평균 3일 이내 1번씩은 항생제 처방을 받는다. 하지만 적어도 20%는 부적절한 처방이다. 수술의 예방적 목적으로 처방된 항생제는 절반(54.4%)이나 부적절했다는 실태조사 결과도 있다. 그만큼 항생제는 의사들도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하는 환자 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 소아부터 고령까지 전 연령 ‘항생제 내성’ 위험 노출

항생제 내성은 감기 등으로 병원 방문이 잦은 소아에게서 많이 발생한 듯 보이지만, 성인의 처방량이 월등히 많고, 내성이 발생하면 타 질환에도 영향을 줘 사실상 모든 연령에서 내성 감염, 부작용, 급기야 사망에까지 이르는 잠재적인 전염병과 같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1년부터 5년간 건강보험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항생제 처방률 자체는 감소하고 있지만 매년 처방률은 증가했으며, 노인의 경우 인구수 증가율(15.7%) 대비 항생제 사용량은 25.3%가 증가했다. 인구대비로 따지면 소아나 노인의 사용량이 많지만, 인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성인의 사용량도 많다.

최근 들어 사용량이 늘고 있는 항생제는 페니실린 복합제와 마크로라이드로, 특히 소아에서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항생제 처방의 90%는 외래에서, 그 중 68%는 의원에서 처방하고 주로 소아청소년과에 집중돼 있고, 연령은 40~50대의 처방건이 가장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동숙 부장의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 현황' 발표 자료 중 발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동숙 부장의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 현황' 발표 자료 중 발췌.

문제는, 처방된 항생제의 상당수가 ‘잘못’ 처방됐다는 점이다. 소아항생제 사용에 대해 심평원이 후향적 분석(2016년 7월부터 1년간 4개 병원 기준)을 한 결과, 1/3만 적절하게 처방된 것으로 드러난 것.

질병관리본부에서 의료기관 종별 항생제 사용 실태조사를 한 결과도 비슷했다. 전체 항생제 처방의 27.7%, 가장 많은 처방이 이뤄지는 호흡기감염에서의 19.3%가 부적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적정성평가 대상인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 역시 54.4%가 부적절했다는 것으로 확인돼 현재의 평가제도 역시 한계를 드러냈다.

≫ 정부, 부적절한 처방 잡겠다…그렇다면 신약 개발은?

정부는 일단 항생제 처방에 대한 평가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다빈도와 오남용 감염증후군에 대해 평가를 강화하는 한편, 환자의 치명률이 높은 항생제를 중심으로 들여다 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항생제 내성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신약 개발과 사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의료계에서는 항생제의 급여기준을 완화하거나 경제성평가 방식을 개선해 조기 진입이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진화하는 박테리아를 이겨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다면 3초마다 1명씩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하는 시기를 늦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 'CARB-X' 지원받아 새로운 파이프라인 개발 한창

미국·영국·독일 등 정부기관과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등이 공동으로 만든 기금 ‘CARB-X’의 지원을 받은 제약사들은 이미 새로운 타깃을 개발해 연구하고 있으며 조만간 그 결실도 나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항생제 신약개발의 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에도 ‘기금화’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이재호 과장은 “8월에 리뉴얼 된 ‘CARB-X’ 펀드는 총 23개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중 신규 타깃 11개, Non-traditional(NT) 저분자 8개 등이 포함돼 있다”며 “hit to lead(H2L)부터 지원받을 수 있고, lead Optimization(선도물질 최적화)에 주로 지원이 이뤄져 임상 단계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CARB-X를 통해 항생제 파이프라인을 새롭게 확장하는 업체들이다. 이날 이 과장은 CARB-X를 통해 지원받고 있는 Microbiotix사와 Antabio사의 사례를 들며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성한 새로운 접근방식의 NT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ARB-X 기금의 지원을 받은 개발사의 파이프라인 연구 현황' 레고캠바이오사이언스 이재호 과장 발표 중 발췌.
'CARB-X 기금의 지원을 받은 개발사의 파이프라인 연구 현황' 레고캠바이오사이언스 이재호 과장 발표 중 발췌.

실제 Microbiotix는 스펙티노마이신(Spectinomycin) 유도체를 통해 다제내성결핵(MDR-TB)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NT 접근방식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Antabio는 메탈로 베타-락타마아제(Metallo-betalactamase)와 메탈로프로테아제 독성인자(matalloprotease virulence factor)인 PEI 연구를 같이 진행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으며, 올해 안에는 이 타깃 발굴의 가능성이 확인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과장은 “예전에는 하나의 물질만 개발하는 벤처회사가 많았지만, 요즘은 대부분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성해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NT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NT 접근을 시도하는 대학과 연구소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반드시 제약회사와 공동연구를 유도해 빠른 시간 내에 임상에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새로운 파이프라인 구축이 중요한 것은 항생제의 파이프라인이 전 세계 단 30~40개 정도에 그치는 데다 이마저도 개발이 중단되기가 일쑤이기 때문. 이는 업계 차원에서 항생제 개발에 집중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항생제는 ‘다가서면 안되는 분야’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임상 성공확률이 낮다. 처방기간도 짧아 매출이 높지 않은 데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처방 제한 등의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

실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항생제 개발은 2개에서 4개씩 꾸준히 중단되고 있으며 올해도 RC-01(Recid) 개발이 임상 1상에서 끝이 났다.

 

레고캠바이오사이언스 이재호 과장은 지난 6일 One health 항생제 내성균 국제 심포지엄에서 항생제 개발동향 등에 대한 발표를 했다.
레고캠바이오사이언스 이재호 과장은 지난 6일 One health 항생제 내성균 국제 심포지엄에서 항생제 개발동향 등에 대한 발표를 했다.

≫ 새로운 항생제 개발, 제약사·정부 ‘할 일’ 따로 있다

항생제 개발을 위해서 제약회사는 물론 정부와 출연연구소, 대학 등이 함께 신약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목표하에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과장은 “제약회사는 기술이전 물질 개발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약물을 만들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면서 “First-in-class 약만 추구하지 말고 Best-in-class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에게는 직접 과제를 지원하기보다는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 CARB-X같은 항생제 공공기금을 만들어야 하고, POC 임상진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주문했다.

대신 출연연구소와 대학은 Candidate 발굴에 집중함과 동시에 신규 타깃 SAR 연구를 지원할 assay 연구도 같이 해줘야 하고, 타깃 기반 프로젝트는 최소 10년은 끌고 가도록 해 제대로된 후보물질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박테리아와 전쟁을 하는데 무기가 없다. 우리는 무기가 없다고 하지만 정작 의지와 절박함이 없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며 “대학이나 연구소가 Candidate 발굴을 하면 회사가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연구를 하고 실패가 있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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