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9-23 12:01 (월)
‘생존 좌우’하는 항생제, 평가는 ‘돈’에 달렸다?
‘생존 좌우’하는 항생제, 평가는 ‘돈’에 달렸다?
  • 양금덕 기자
  • 승인 2019.09.0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계 “항생제 내성 심각성 알고도 경제성평가는 제자리” 지적
복지부, 해외 선진 사례 지켜보겠다지만…'저박사' 급여는 불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치료제가 없는 신종 감염병처럼 항생제 내성균의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다 할 항생제가 없는 국내 사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업계나 학계는 물론 정부도 공감하면서도 명쾌한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논란이 반복되는 사이, 경제성평가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은 커졌고 급기야 세상 어떤 항생제도 경제성평가 벽을 넘을 수는 없다는 항변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해외에서의 항생제 평가방식을 검토하기로 해 다소 유연한 평가방식이 도입될지 주목된다.

지난 5일 국회에서는 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염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같은 시각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는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됐다. 두 곳에서 모두 “항생제 내성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2050년에는 내성균으로 전 세계에 걸쳐 연간 100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영국 Jim O’nell 보고서를 인용해 대안을 마련하자고 했다.

하지만 국회 토론회에서는 대한항균요법학회가 주관한 자리라서 인지, 의사가 필요하다고 보는 항생제조차 못쓰게 막고 있다며 그 원인을 경제성평가에 돌렸다. 지금도 다양한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사람들이 숨지는 것을 지켜 봐야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예 보장성 강화로 국민들의 신임을 얻고 있는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이어졌다. 모든 환자에게 건강보험을 보장하기 위해 식대나 검사 및 치료비를 정부가 지원해주면서 정작 생명과 직결되는 항생제는 못쓰게 막고 있다는 것이다.

한양대학교 감염내과 배현주 교수는 “현재 식약처와 심평원은 약의 가치를 돈으로 결정하고 있다”며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결정되면 해당 약제를 쓸 수 있도록 해야지,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까지 보험으로 해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 교수는 “어느 국민이든 치료가 필요할 때 약제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약은 값으로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은 국내에 급여 문을 두드린 9개의 항생제 중에 단 2개만 판매가 허가됐고 그중 하나는 미공급으로 목록에서 삭제됐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경제성평가까지 받았지만 비용효과성을 인정받지 못해 비급여로 남은 항생제 ‘저박사주’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애초에 항생제를 현행 경제성평가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부터, 평가대상 약제나 기준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현행 경제성평가는 비교대상 약제보다 우월함이나 비열등성을 증명해야 하지만, 항생제는 대부분 우월성을 갖기 힘들고 내성균을 가진 환자에게 우월성을 입증시키기 위한 임상자체가 어렵다. 결국에는 비열등성 정도를 증명하는 경제성평가가 이뤄져 그만큼의 비용효과성 조차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

실제 저박사의 경우에도 메로페넴과 비교됐고 비열등성은 입증됐지만, 등재약이 있는 관계로 진료상 필수약제에서는 가치를 높게 받지 못했다.

이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해외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최경호 사무관은 “경제성평가는 기존 약보다 우월해야 약값을 줄 수 있는 구조로, 항생제는 특수성 때문에 이 평가에서 우월하게 나오기 어려운거 같다”고 인정하면서 “외국의 평가방식에 대해서 찾아보고 전체적으로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만약 이 말대로 검토가 이뤄진다면 항생제는 기존 약제 평가와는 다른 방식 또는 다소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만 보더라도 항생제에 대해서는 국가차원에서 가치평가를 달리두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

실제 미국은 지난 2015년 새로운 항생제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으며, 영국은 2018년에 NICE를 통해 새로운 항생제 가치 평가를 위한 대안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영국은 지난 1월 ‘항생제 내성 문제 대응을 위한 5개년 계획 및 20년 비전’을 수립했고 7월에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장려하고 보상하기 위해 새로운 지불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프랑스는 새로운 항생제에 대해서 완화된 평가기준을 적용해 가격을 보장하고, 기존에 약가협상이 가능한 등급(1~3등급)이 아닌 4등급인 항생제에 대해서도 약가협상을 하되, EU가격을 5년간 보장하기로 했다.

독일과 스웨덴은 항생제를 위한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하는 등 항생제를 위한 별도의 제도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물론 저박사는 이들 국가를 포함해 총 57개국에서 허가를 받았고 52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저박사는 해외에 진출할 때에 각국 평가기관에서 경제성평가를 받은 사례가 없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경평을 제출해 평가를 받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기존 약제 평가기준 그대로 적용된 국내에서는 좋지않은 결과가 나왔고, 환자들은 오늘도 쓸 수 있는 항생제가 없는 상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