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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인공유방물 사태 ‘환자 패싱’ 도마위…“프랑스 사례 본받아야”
식약처, 인공유방물 사태 ‘환자 패싱’ 도마위…“프랑스 사례 본받아야”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09.05 0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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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보건당국 ‘환자 목소리’ 듣기 위해 공청회 개최
유튜브 실시간 생중계도…전문가 “식약처, 선진국 본받아야”

식약처가 ‘인공 유방 보형물 회수 사태’와 관련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부실 대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식약처가 대책 마련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팜뉴스는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ANSM)의 대응 사례를 들여다 보고, 식약처 대책의 문제점과 향후 과제를 분석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지난달 22일 환자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올해는 인보사, 인공유방 보형물 사태가 터졌다.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안전관리를 제품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만남을 계기로 환자 눈높이에 맞추고 적극적으로 소통해서 환자들이 믿을 수 있는 식약처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인보사 환자, 인공유방 피해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복선’이었을까. ‘인공유방 보형물 회수 사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식약처가 귀를 닫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인공유방 보형물 제거 수술을 받은 A 씨는 “식약처 대책을 보면 화를 참을 수 없다”며 “희귀암 환자가 나왔는데도 허가를 취소하지도 않는다. 암이 발생할 확률이 낮다는 말만 반복 중이다. 전문가들끼리만 모여 대책을 마련하기 때문에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안일한 대책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식약처는 지난 4월부터 전문가 회의를 수차례 개최한 뒤 ‘부작용 예방 가이드 라인’ 등 갖가지 환자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문가 중심의 대책 마련 과정에서 ‘환자 패싱’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A 씨의 의견이다.

의료계에서는 식약처의 이같은 대응이 반복될 경우 피해자들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란 예측도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는 “이번 사태에서는 환자들의 의견이 중요하다”며 “이들은 질병 때문에 이식 수술을 한 것이 아니다. 성형 목적으로 이식을 받았다. 비교적 건강한 사람들이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부작용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환자들의 의견을 더욱 수용해야 하는 이유”라며 “하지만 식약처는 그동안 환자들과 소통하지 않고 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이런 과정이 이어지면 식약처는 부실대응이란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어땠을까.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ANSM)은 지난해 12월 18일 엘러간에 제품을 모두 회수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지난 4월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엘러간의 인공유방 보형물에 대한 허가를 취소했다. 엘러간이 글로벌 리콜을 조치하기 전, 프랑스 보건당국이 먼저 움직였다는 뜻이다.

이는 프랑스 전문과학위원회(CSST)의 끈질긴 추적이 이어진 결과였다. 프랑스 국립암연구소가 발간한 ‘유방 임플란트 분석, 대형 세포 림프종’ 연구논문에 따르면, 프랑스 보건당국은 2011년 BIA-ALCL 환자 발생 소식을 처음 접했다. 정부 차원에서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의 사례를 전부 분석하기 위해 전문과학위원회를 구성한 까닭이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전문과학위원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그리고 2015년 3월 전문과학위원회는 “BIA-ALCL은 여성 10만명 당 1명의 확률로 발생한다. 극히 낮은 확률이지만 연관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요한 사실은 ANSM가 새로 구성한 전문과학위원회가 환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는 점.

지난해 11월 21일 프랑스 보건당국은 “공청회를 열겠다”며 “인공 유방 보형물의 사용에 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인터뷰 대상자는 전문과학위원회에서 20분 동안 발언하고 질문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ANSM은 공청회 일정을 ‘환자’ 중심으로 꾸렸다. 공청회 당일 오후 2시 30분부터 6시까지, 프랑스 보건당국은 환자들과 환자단체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 10명의 환자들은 인공유방 보형물에 대한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증언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파티하 메크라미 씨는 “2003년 인공유방시술 실패 이후 몇 달간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다”며 “첫 수술 뒤 몇 달 동안 발작이 왔고 온몸이 부었다. 가슴이 복부 쪽으로 흘러내리기도 했다. 비참했다”고 말했다.

당시 공청회는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 됐다. ANSM는 서신을 통해 접수한 BIA-ALCL 환자의 증언을 홈페이지에 공개도 했다.

환자 B 씨(62)는 서신을 통해 “여행 때문에 공청회에 참석하지 못했다”며 “2005년 유방암으로 가슴 한쪽을 제거하고 엘러간 텍스처 보형물로 재건수술을 받았다. 12년이 지난 2017년 7월, 유방이 단단해지고 통증이 시작됐으며 BIA-ALCL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프랑스 보건당국이 공청회에서 공개한 환자 인터뷰는 프랑스 정부의 빠른 결정을 이끌어낸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전문가들이 식약처가 엘러간 인공유방 보형물 회수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보건당국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앞서의 의사는 “식약처는 프랑스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한다”며 “식약처가 보형물 피해자들의 부작용 정도를 직접 듣고, 여론의 흐름을 읽어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지금이라도 환자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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