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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0.98명 시대…제약사, ‘틈새시장’ 공략 통했다
출산율 0.98명 시대…제약사, ‘틈새시장’ 공략 통했다
  • 이효인 기자
  • 승인 2019.09.0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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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줏대감 녹십자·한독, 프리미엄·기능성 내세우며 시장 안착 성공
토탈헬스케어 기업 꿈꾸는 유한양행, 분유 시장 진출 카드 ‘만지작’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2010년대 초반부터 프리미엄 분유 사업에 뛰어든 일부 제약사들이 최근 재미를 보고 있다. 전체 분유 시장 규모는 출산율 저하로 인해 쪼그라들었지만 프리미엄 시장은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출산율 저하와 맞물려 ‘엄마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는 프리미엄 분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약사들의 사업 진출 검토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분유 시장 규모는 약 3,000억원 정도다. 이 중 3만원 이상을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가정했을 때 해당 시장 규모만 약 1,250~1,35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제약사 중 이 시장에 가장 먼저 발을 디딘 곳은 GC녹십자다. 회사는 지난 2012년 프랑스 기업 유나이티드 파마슈티컬의 맞춤형 분유인 ‘노발락’을 수입·판매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현재 인터넷몰, 소셜커머스, 약국, 병원, 마트 등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는 노발락의 연매출은 100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노발락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배경에는 출시 이후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한 것이 한 몫 했다는 평가다. 특히 까다롭기로 유명한 엄마들 사이에서 우수한 제품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신뢰가 쌓인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성이 있는 제품들의 경우 처음에 신중하게 선택한 제품을 쉽게 바꾸지 않은 경향이 있다”며 “국내 분유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노발락이 지속적으로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그동안 쌓인 신뢰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듬해 시장에 뛰어든 한독도 국내 분유 시장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했다. 2013년 네덜란드 식품회사 뉴트리시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100% 아미노산 분유 ‘네오케이트(2013년)’와 성장 강화 분유 ‘인파트리니(2016년)’를 수입·판매하며 특수 분유 시장을 선점했다.

다만 한독의 경우 특수의료용도식품사업을 본격화 하면서 한정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기 때문에 GC녹십자와는 분유 사업의 성격이 다소 차이가 있다.

실제로 처음에 출시된 네오케이트는 선천성 장질환, 우유알레르기가 있는 영유아를 위한 제품이라 현재 회사 측이 별도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지 않으며 매출액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의 매출은 정부가 선천성 장 질환을 갖고 있는 영유아를 지원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모자보건사업(구매 비용 50% 지원)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인파트리니의 경우 최근 성장이 늦거나 미숙아로 태어나는 영유아가 많아지면서 매출은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현재로선 국내에 대체품도 없는 상황이라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고 의료진의 추천도 늘고 있는 만큼 향후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독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본 특수의료용도식품 시장에 진출하면서 특수 분유도 시장에 내놓게 됐다”며 “현재 국내 특수의료용도식품 시장이 걸음마 단계인 만큼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보강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녹십자, 한독에 이어 후발주자로 분유 사업에 뛰어들 제약사에 유한양행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초 건강기능식품사업부(F&H사업부)를 신설하고 사업 다각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유한양행은 2017년 설립된 자회사 유한필리아를 통해 리틀마마를 론칭하는 등 영유아 시장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사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뉴오리진을 통해 국내 분유 시장 진출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면서 사업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현재까지 출시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분유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출시 계획이나 일정은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의 분유 사업 진출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지난해 뉴오리진이 미국, 영국, 뉴질랜드, 호주 등에 우유와 분유를 공급하는 세계적 유가공 업체인 ‘더 a2 밀크 컴퍼니’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분유 사업을 위한 준비는 사실상 마무리 됐다는 것.

다만 배앓이 없는 초지 방목 우유 ‘a2 밀크 오리지널’을 론칭하는 과정에서 국내 낙농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친 만큼 제품 출시 시기는 업계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신중하게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분유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유통업체들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수입 프리미엄 분유들을 속속 들여오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새롭게 분유 사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제약사의 경우 제품의 차별성과 더불어 여타 식품기업에 비해 열악한 영업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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