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변호사(법무법인 링컨로펌)

최근 엘러간의 인공유방 보형물로 인해 처음으로 희귀암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시술을 받은 피해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의 경우 엘러간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집단소송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법무법인 링컨로펌의 이승준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다수의 의료 소송 경험을 갖춘 베테랑이다. 그는 이번 ‘엘러간 인공 유방 보형물’ 사태의 한복판에서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를 돕고 있다. 본지는 최근 서울 교대역 인근에서 이승준 변호사를 만났다.

 

이승준 변호사는 지난 9일 대형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엘러간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를 개설했다. 카페 회원수는 2주일 만에 3700명을 돌파한 상황이다. 이 변호사는 자신의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고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승소가능성 소송방법 등을 적극적으로 상담 중이다.

그렇다면 이승준 변호사가 집단소송을 준비한 이유는 뭘까.

이 변호사는 “20여년 전 다운코닝사의 유방 보형물 부작용 사태가 발생해서 세계가 시끄러웠다. 피해자들의 의뢰를 받아 검토를 했는데, 상당수 피해자들을 구제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었다”며 “당시 해외에는 제조물책임법이 있었지만 국내 상황은 달라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결국 미국에 가서 소송을 했다. 우리나라 변호사 한분이 그것을 맡아 17년 만에 보상을 받았다. 그런 안타까운 과정을 지켜보면서 유방보형물에 관심이 더욱 깊어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연방법원은 2002년 12월 11일 실리콘 제품 사용으로 피해를 본 세계 각국의 피해자들이 다우코닝사를 상대로 낸 집단소송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소송엔 전세계 38만명의 피해자들이 참가했고 국내 피해자들도 역시 보상을 받았다. 이 사건의 한국측 대리인을 맡은 인물이 김연호 변호사였다.

이승준 변호사는 “다운코닝 사태 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인공 유방 보형물 허가를 내주지 않다가 12년 만에 엘러간사 제품을 허가했다”며 “그때부터 유방보형물이 다시 시술되기 시작했다. 언젠가 또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다우코닝’ 사태, 이승준 변호사의 ‘의지’ 일깨웠다

외국의 클래스액션(집단소송)은 피해자 중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에는 엄밀히 말해 클래스액션 제도가 없다. 이승준 변호사가 다수의 피해자를 모으는 방식으로 ‘소송’을 준비 중인 이유다. 그는 피해자들이 반드시 집단소송제를 이용해 유방보형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준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배상 여부가 불확실한 데다, 암유발 물질이 몸속에 있어서 잠을 못 이룰 정도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하지만 일반인이 혼자 소송을 하기에는 부담이 엄청나다. 금전적으로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여러 피해자들이 십시일반으로 소송비용을 모아서 소송을 진행하면 커다란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다수의 피해자들이 대응하면 비용이 절감되고 절차가 간편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의 관건은 ‘제조물책임’이다.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2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엘러간 보형물 회수 사태에 적용하면, 환자들이 ▲보형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손해가 엘러간측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됐다는 사실 ▲손해가 엘러간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된다.

이승준 변호사는 “2002년 제조물책임법이 제정됐다”며 “제조물에 결함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일반인들이 제조물의 결함을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사가 결함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 소송의 핵심은 ‘제조물 책임’, 승소가능성 자신

이 변호사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엘러간 보형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제품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제조사가 입증해야 책임을 면할 수 있다”며 “엘러간 제품은 결함을 추정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을 충분히 갖고 있다. 엘러간사가 인공 유방 보형물의 결함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다른 인공 보형물로 교체하거나 제거하는 수술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들은 수술을 받을 경우 엘러간측으로부터 수술비 등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수술 시기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승준 변호사는 “소송 진행중 보형물을 제거해야 하는 사람도 있고 배상 여부 자체가 불분명해서 기다려보겠다는 피해자도 있지만 리콜은 엄밀히 말해, 판매된 것을 회수한다는 의미다”며 “기존에 지출한 비용은 영수증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엘러간사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에 대한 위험성을 인정했고 사람 몸에 있어선 안 된다고 리콜조치에 들어간 것”이라며 “몸 밖에 있는 제품은 회수하고 사람 몸에 있는 것은 회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면서 피해자들이 이미 보형물을 제거하거나 교체 수술에 비용을 냈다면 향후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국내에서 인공유방 보형물 이식 후 희귀암이 발생한 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암환자 발생 ‘이전’과 ‘이후’의 상황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이 이승준 변호사의 분석이다.

그는 “희귀암 발생 사례가 처음 나온 날, 카페 회원수가 급격하게 늘었다”며 “환자 발생 이전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우리 식약처는 동양인에게 발생사례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FDA에 직접 확인한 결과 동양인에 관한 데이터는 부족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발병 환자가 등장하자, 피해자들이 자신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며 “이제는 인공 유방 보형물과 암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따질 필요가 없다. 이것은 엄청난 차이다. 보통 의료소송의 가장 큰 문제는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인데 그것에 대한 부담이 어느정도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 국내 환자 발생 이전과 이후의 차이는 크다

이승준 변호사는 “환자 본인들보다는 가족들이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남편들이 연락을 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피해자들은 병 자체 뿐만 아니라 증상이나 의심증세가 있을 때 취해야 할 행동, 가야할 병원 등 어떠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 받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대처 방법을 찾아야 하는 패닉 상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이번 집단소송을 통해 피해자들이 극심한 부작용에 시달린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앞으로 커다란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승준 변호사가 피해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메시지는 뭘까.

그는 “집단소송에 참여하면 법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엘러간 제품으로 희귀암이 발생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피해자들이 여전히 많다.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사실이 많이 알려져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변호사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웃지 않았다. 엘러간 보형물 희귀암 발생 사태에 대한 그의 진정성을 깊이 느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 변호사를 통해 피해자들의 억울한 목소리가 법원에 전해진다면,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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