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진규 (param123kr@naver.com)

유럽 출장을 자주 가다 보면 독일 프랑크프루트 공항, 영국 히드로 공항, 프랑스 샤르드골 공항 등 유명한 유럽의 허브 공항들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12시간 이상을 비행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사실 뭔가 새로운 방법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최종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 그곳에 가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보면 된다.

비행시간과 항공료를 포함한 전체 경비 등을 감안해서 결정하면 몇 가지의 방법이 있다. 가령 독일의 뮌헨 공항을 가야 한다면 프랑크프루트 공항을 경유해서 가는 방법, 원하는 시간에 맞추기는 좀 불편해도 뮌헨 직항을 이용하는 방법, 핀란드 헬싱키를 경유하는 방법 등이 있다.

항공료는 예매하는 시점에 따라 각 항공사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번에는 FINN Air의 가격이 경쟁력이 있다. 하루를 머물면 가격은 더욱 경쟁력을 가진다. 공식 출장 일정이기 때문에 몇 일을 머물고 싶다는 생각은 꾹 누르고,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하룻밤 묵고 가는 정도로만 계획을 해본다.

핀란드 헬싱키라… 북유럽이라는 기대감에 더하여 직장인들에게는 헬싱키 MBA로도 유명한 곳이라 그 모습이 어떨까 궁금하다.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다보니 FINN Air 만의 특이한 시스템이 있다. 좌석별로 예약하는 시점별로 가격대가 천차만별이고, 식사에 대한 옵션도 있다. 외국항공사다 보니 전화로 하는 상담 등이 불편함으로 다가오지만 출장을 다녀본 경험들을 바탕으로그 정도의 불편함은 극복해 보기로 한다.

짙은 푸른색의 FINN Air 로고는 왠지 모를 편안함과 정돈된 느낌을 준다. 드디어 도착한 핀란드 헬싱키 공항. 생각보다 춥지 않다.

핀에어 버스의 왕복 티켓을 구매하고 시내로 향한다. 핀에어 버스는 택시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시내로 바로 들어가는 버스이기 때문에 편리하다. 미리 예약해둔 호텔을 찾아 체크인을 하고 서둘러 시내로 나간다. 내일 새벽 비행기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

북유럽 여행에 경험이 많은 후배가 챙겨준 MUST GO 리스트를 들고 걸어간 곳은 헬싱키의 상징으로 통하는 세네테 광장(Senaatintori)이다. 이 광장은 40만개의 화강암 포석이 바닥에 깔려 있고 알렉산드로 2세 동상을 중심으로 헬싱키 대성당, 대학, 도서관, 정부 종합청사 등으로 둘러 싸여 있으며 이 건물들은 대부분 1800년대에 핀란드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것들이다.

어둠이 쌓이는 광장에서 잠시 머물며 헬킹키 대성당을 둘러보고 주변의 건축물들에 빠져 있다 보니 어느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꼭 가봐야만 하는 장소들을 걸어서 다니기에는 시간상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어 택시를 잡는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와 시벨리우스 공원을 거쳐 추천받은 식당으로 향하는 일정으로 택시 투어를 부탁하자 젊은 택시기사는 흔쾌히 수락한다. 다행히 영어가 좀 통해서 의사소통에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퇴근시간이 겹치다 보니 헬싱키 시내는 서울만큼이나 교통체증이 심하다. 본래 이야기하였던 50유로 내외의 금액으로는 올라가는 미터기의 속도를 감당하기에 힘들어 보인다. 택시기사에게 상황을 이야기하니, 교통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본인의 잘못도 있다면서 택시 미터기를 잠시 꺼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한국에서는 차마 기대하기 힘든 서비스 정신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핀란드인들의 넉넉한 마음을 느낄수 있어 작가에게 핀란드는 친절하고 손님을 배려하는 나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는 바위에 구멍을 뚫어 만든 교회로 자연을 보존하고 교회 건축의 특징을 살리는 컨셉으로 1969년 건축 공모전에 당선된 Timo와 Tuomo Suoma lainen 형제에 의해 지어졌다. 작가가 방문한 날은 교회 행사가 있어 밖에서만 관람이 가능하단다.

아쉬움은 남지만 다음에 또방문할 것을 기약하고 서둘러 시벨리우스 공원으로 향한다. 이곳은 1967년 아일라힐튜넨이라는 조경사가 설계한 곳으로 핀란드의 세계적 작곡가 얀 시벨리우스(Jan Sibelius)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조성된 곳이다.

600여 개의 강철 파이프로 만들어진 오르간 모양의 기념비와 시벨리우스의 초상 부조가 유명하다. 사진 몇 장 찍는 사이 어느덧 저녁 시간이 넘어가고 있어 추천 받은 골목 맛집에서 택시 투어를 종료하기로 한다.

헬싱키는 핀란드 제일의 항구도시이기 때문에 청어가 유명하고 연어 요리도 좋다. 다만 그들의 숙성 방식이 우리와 달라 차갑게 나오는 요리는 입맛에 맞추기가 여간 쉽지 않다. 너무나 친절한 주인 내외의 미소에 남기지 못하고 현지식을 다 먹기는 했지만 맥주 한잔이 없었더라면 참 어려운 저녁 식사였을 것이다. 외국인들이 김치나 된장찌개 같은 한국음식을 처음 맛볼 때 이런 느낌일까라고 잠시 생각해 본다.

시간이 좀 늦었지만 마켓 광장과 헬싱키 중앙역, 에스플라나디 공원을 둘러보고 북유럽 전체에서 가장 큰 백화점인 스토크만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긴다. 마켓 광장의 한가운데는 여제의 돌이라는 이름의 핀란드 역사상 첫 번째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이 기념비는 니콜라스 1세 황제와 그의 부인인 알렉산드라 페오도 르브나의 헬싱키 방문을 기념해서 세워졌는데 니콜라스 황제보다는 부인의 이름을 새겨서 여제의 돌(Stone of Empress)라 불리는 것 같다.

스토크만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는 핀란드인들의 식재료를 볼 수 있고, 워낙 큰 백화점이라 명품 의류들이 아울렛 매장 가격으로 판매가 되기도 한다. 추운 날씨를 고려해 출장지에서 와이셔츠 위에 입을 라운드형 회색 니트 한 장과 넥타이를 한국 면세점에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착한 가격에 구매하고 호텔로 향한다. 잠시 눈을 붙인 후 새벽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도록 핀에어 버스를 타고 헬싱키 공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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