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밀어내기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남양유업 사건을 계기로 제약업계에도 불공정거래에 대한 개선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나서 전국의 의약품유통시장을 전수조사해 실태파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의 목적이 ‘표준계약서 보급’ 차원에 그쳐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일부터 국내 제약사 66개소와 계약을 맺고 의약품 공급 및 유통을 하는 업체 5000여곳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공정위의 실태조사는 지난해 진행된 의료, 식품, 통신 등 3개 업종에 대한 대리점 거래 실태파악에 이은 두 번째 조사로, 제약 업종이 포함됐다.

공정위는 의약품 유통 과정에서도 유통단가 및 마진 등을 둘러싼 공급업자와 대리점 간 불공정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의약품 판매를 위한 거래 계약서를 작성할 때 갑-을관계 상 부당한 조건으로 인한 피해가 빈번하다는 것.

실제 의약품유통업계에서는 특정 제약사가 의약품 거래에서 유통마진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는 등 부당한 사례가 발생해 왔다. 최근에는 중소제약사에서도 거래 업체 선정과정에서 과도한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는 것.

하지만 개별 업체간의 거래 계약이라는 한계 때문에 이렇다할 표준 계약 양식이나 규정 등을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한국의약품유통협회에서는 최저마진제도 도입을 위한 회원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의약품 생산, 공급을 하는 모든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로, 제약사와 거래를 하는 유통업체에게 거래 계약 등에 대한 조사를 하고, 이를 감안해 1~2개월 내에 표준계약서를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조사 과정에서 계약을 맺은 유통업체로부터 공급자의 부당조건 및 거래 등을 접수하게 되면 공정위 직권으로 법 위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번 조사 자체가 불공정거래를 발굴해 처벌 및 시정 조치하기 위한 것이 아닌, 표준계약서의 보급이 목적으로 강제성은 없다.

이에 업계에서는 고질적인 불공정거래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는 한편, 권고사항에 그칠 경우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명 갑질논란 등 공정하지 못한 거래가 계속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공정한 계약서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표준계약서 적용이 강제화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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