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려져 있던 제약 연구개발(R&D) 비용의 세부내역이 공개됐다. 지난해 개발비 자산화가 이슈화 되자 기업들이 R&D 투자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세부구성 항목을 밝히는 등 서둘러 조치에 나선 것이다. 제약사들은 평균적으로 R&D 비용의 35%를 ‘인건비’로 사용한 가운데 R&D 예산이 많은 기업의 경우 상반기에만 2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인력에 투자했다. 계속되는 약가인하 정책과 내수 불황 타개를 위해 R&D에 투자를 늘리는 만큼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팜뉴스가 주요 상장 제약사 32곳의 상반기 연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R&D 투자비의 항목별 구성 중 인건비가 평균 35.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연구비 비중 역시 평균 19.6%로 높은 수준이었다.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임상시험연구비 보다도 인건비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약사들이 임상 진행에 따른 임상 단계별 투자보다는 타깃 발굴과 후보물질 도출 등 기초 연구와 초기 단계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기 때문이다.

≫인건비 지출 최고액, GC녹십자 184억원...연구인력·연구도 활발

구체적으로 R&D 비용 중 인건비의 액수가 가장 많은 제약사는 GC녹십자로, 전체 투자액 712억원 중 184억원(26%)이 인건비였다. 이어 종근당의 인건비는 172억원(27%), 일동제약 115억원(45%), 대웅제약 107억원(16%), 동아에스티 89억원(26%), JW중외제약 62억원(30%), 대원제약 43억원(30%), 삼진제약 40억원(32%), 동화약품 39억원(49%) 순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주로 대형 제약사들의 인건비 투자가 많아, 실제 연구개발 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실제 GC녹십자의 연구 인력은 박사급 69명, 석사급 255명 등 총 507명으로, 전체 직원 4명 중 1명꼴로 연구 인력인 셈이다. 종근당도 박사급 연구 인력이 90명으로 제약사 중 고학력 연구진이 가장 많이 포진돼 있다.

연구 인력이 많은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을 위한 활동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녹십자는 바이오 신약과 관련해 1차성 면역결핍질환 ‘IVIG SN’가 미국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고 FDA(미국식품의약국) 허가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도 임상 2상 중이며 A형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는 중국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백신제제 중에는 국내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탄저 백신 ‘GC1109’와 국내 임상 3상 IND승인을 받은 결핵 백신 ‘GC3107A’가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공동개발은 A형&B형 혈우병 치료제 ‘MG1113A’외에 수두백신과 대상포진백신이 있다.

종근당 역시 표적항암제(CKD-581, 516), 자가면역질환 치료제(CKD-506), 헌팅턴 치료제(CKD-504), 바이오신약(CKD-702) 등 다양한 신약개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네스프 바이오시밀러인 CKD-11101(빈혈)은 일본 품목 허가를 앞두고 있으며, 글로벌 진출 품목으로 루센티스 BS CKD-701(황반변성), 항체신약 CKD-702(암) 등 후속 바이오 의약품과 항체신약 등의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세 번째로 인건비가 높은 일동제약도 파킨슨병치료제 후보물질과 자체개발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IDX-1197과 IDF-11774가 주목 받고 있다. 항암 신약후보물질 IDX-1197은 국가항암신약개발사업단과 공동으로 연구개발 중으로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R&D의 핵심을 ‘사람’으로 보고 전체 R&D 비용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을 인건비에 투자하는 제약사도 많다. 절대적인 비용은 대형 제약사와 비교할게 못되지만, 대한약품의 경우 총 R&D 비용 2억5천만원 중 96.4%인 2억4천만원을 인건비에 썼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동성제약은 R&D 비용 대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5%로 총 11억원을 지출했다. 이어 광동제약의 인건비 비중이 51%(27억원), 동화약품 49%(39억원), 일동제약 45%(115억원), 알보젠코리아 44%(15억원), 하나제약 41%(12억원), 국제약품 40%(9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인건비 비중이 가장 낮은 회사는 일양약품으로 총 R&D비용 140억원 중 11%인 16억원만 인건비에 지출했다. 다음으로는 삼천당제약이 14%(8억원), 대웅제약 16%(107억원), 유나이티드 22%(32억원), 경동제약 25%(10억원) 순으로 적었다.

≫공동연구 개발·원재료 구입 투자액 1위, 대웅제약

이에 비해 공동연구나 원재료 구입 등에 가장 많은 돈을 쏟은 제약사는 대웅제약이었다.

먼저, 주요 제약사들의 위탁용역비 등 공동연구 개발에 투자한 비중은 평균 19.6%로, 금액만따지면 대웅제약이 140억원(21% 비중)으로 가장 많다. 이어 GC녹십자가 67억원, 대원제약 51억원, 삼진제약 47억원, 제일약품 45억원, 일동제약 31억원, 삼천당제약 30억원 순으로 많은 돈을 썼다.

연구개발 원재료 구입 비중은 전체 평균 10.5%지만, 금액으로는 대웅제약이 97억원으로 1위였고, GC녹십자 97억원, 종근당 63억원, 동아에스티 23억원, 일동제약 22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그 외에 연구소 등 연구개발 시설과 공장 설비의 노후에 따른 비용처리(감가상각) 비중은 평균 5.1% 수준이다. 감가상각비가 가장 많은 제약사는 녹십자 59억원으로, 대웅제약 43억원, 종근당 28억원, JW중외제약 28억원, 일양약품 23억원, 동아에스티 20억원 순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R&D 투자 규모는 상반기에만 1000억원을 돌파한 한미약품이 매출액 대비 19%인 1020억원을 기록하면서 다른 제약사를 압도하고 있다. 그 뒤를 GC녹십자가 712억원(11%), 유한양행 691억원(9.8%), 대웅제약 665억원(13%), 종근당 628억원(13%), 동아에스티 340억원(12%), 일동제약 254억원(9.6%), JW중외제약 206억원(7.8%), 보령제약 172억원(6.9%) 순으로 많다.

한편, 주요 상위 제약사 중에서 한미약품, 유한양행, 부광약품, 보령제약은 R&D 투자액을 비용 성격별로 분류한 인건비 금액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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