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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막힌 바이오, 후보물질 탐색 대신 ‘도입’ 뜬다
돈줄 막힌 바이오, 후보물질 탐색 대신 ‘도입’ 뜬다
  • 김정일 기자
  • 승인 2019.08.1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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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바이오, 베링거에 1조4600억 기술이전 성과 ‘포문’
일동·한독·유한·LSK 등 NRDO에 거대자본 투입 본격화
라이선스 실적, 상장 기술평가시 긍정요소로 작용할 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바이오 업계가 NRDO(No Reaserch Development Only, 개발중심)에 주목하고 있다. 이제는 신약후보물질을 직접 발굴하지 않고, 외부 도입을 통해 오직 개발에만 집중한 뒤 이를 되파는 사업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잇따른 임상 실패 소식으로 국내 바이오업계의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새로운 오픈이노베이션 모델에 대한 업계의 인식 전환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개발 투자에만 연평균 20억달러(2조4,400억원) 이상의 돈을 쓰고 있다.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 사업모델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배경이다. 여기서 나온 발상이 바로 NRDO 개념.

이는 기업 간 인수합병(M&A)이나 라이선스 인을 통해 중간 단계 과정에 있는 유망 파이프라인의 도입을 본격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최근 해외에서 진행된 성공적인 NRDO 사례로 GSK의 테사로(Tesaro) 인수가 꼽힌다. 테사로는 외부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하는 대표적인 NRDO 기업으로, 회사는 지난 2012년 MSD로부터 임상 1상 단계에 있던 항암후보물질 ‘제줄라’(니라파닙)를 도입, 자체 임상 개발을 통해 2016년 6월 임상 3상을 완료한 바 있다. 이후 테사로는 2017년 다케다제약에 제줄라에 대한 판권을 넘겨주고, 총 3,700억원의 매출을 낸 뒤, 지난해 GSK에 51억달러(6조2300억원)에 인수합병 됐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들이 NRDO 사업모델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만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NRDO 방식을 통해 베링거인겔하임과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회사는 지난 2017년 레고켐바이오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 목적의 오토택신 저해제 ‘BBT-877’에 대한 개발 권리를 최근 베링거잉겔하임에 11억유로(1조4600억)를 받고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켰다.

사실 NRDO 사업모델이 생소했던 분야인 만큼 국내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초기 단계의 유망한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해 임상 1~2상을 진행한 후 이를 되파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최근 브릿지바이오의 계약 성사 이전에는 국내 바이오벤처에서 마땅한 성공사례가 없었던 만큼 NRDO 모델이 평가절하 돼 왔다. 실제 업계 일각에서는 브릿지바이오가 지난 5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한국거래소의 기술성평가에서 탈락한 것이 NRDO 모델에 대한 평가 절하 이유로 언급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NRDO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상장 문호를 넓힌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NRDO 기업의 제품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에 가중치를 두고 심사가 진행 될 것이다. 상공적인 라이선스 실적은 개발하는 제품의 시장성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는 만큼 기술평가에서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향후 기술평가에서 기술수출 실적이 NRDO 기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고평가를 받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NRDO 기업에 대한 인식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현재 국내에서 NRDO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연구기관에서 파생한 큐리언트와 바이오네틱스 등이 있으며, 시대적 요구에 따라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브릿지바이오, 란드바이오 등이 임상 단계에서 후보물질들을 활발히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일동제약과 한독, 유한양행을 비롯해 국내 CRO 대표 주자인 LSK가 NRDO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일동제약의 지주사인 일동홀딩스는 지난 5월 NRDO 모델의 신약개발기업인 아이디언스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아이디언스는 파이프라인 발굴, 임상시험 진행, 기술수출 및 상용화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으로 대표에는 이원식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이 선임됐다.

한독과 유한양행은 자회사 설립이 아닌 지분 투자를 선택했다. 한독은 지난 3월 美 바이오벤처인 트리거테라퓨틱스에 500만달러(61억원)를 투자했다. 트리거테라퓨틱스는 국내 에이비엘바이오로부터 이중항체 기반의 신약 후보물질을 이전 받아 공동개발 중인 곳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20억원(지분 1.4%)을 브릿지바이오에 투자했다. 유한양행이 갖고 있는 장부가는 평가감액에 따라 현재로선 1억2000만원(3월 기준)에 불과한 상태지만 향후 브릿지바이오가 상장하거나 기술수출에 따른 이익을 실현할 경우 최초 투자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LSK Global PS는 지난 3월 LSK NRDO를 설립했다. 회사는 동국대 산학협력단과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의 특허 및 기술을 양도받고 2021년까지 임상 1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의약품 개발의 장점을 활용해 NRDO에 도전하고 있다”며 “신약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와 임상시험 비용인데 한국은 신속하고 저렴하게 임상시험을 진행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NRDO 사업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우리나라 바이오텍들이 NRDO를 통한 기술이전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브릿지바이오의 기술이전 사례는 NRDO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향후 본격적인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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