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가 최근 ‘의약품 수출입 통계’ 자료를 발표했다. 정부 지원 덕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업계는 통계의 ‘숨은 단면’에 주목하고 있다. 비만치료제인 삭센다가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무역수지 흑자폭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들리고 있는 배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2018년 의약품 수출액이 46억7311만달러(약 5조1400억원)로 2017년 대비 14.8% 증가해 역대 최대 수출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최근 의약품 등의 생산·수출 증가는 업계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맺은 결실이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식약처는 바이오의약품 수출액 증가 통계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통계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의 2018년도 수출액은 전년대비 13.9% 늘어난 15억5925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33.4%를 차지했다.

의약품 무역수지 적자 속에서도 바이오의약품은 4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왔다는 것이 식약처가 내린 결론이다.

실제로 식약처가 내놓은 ‘바이오 의약품 연도별 수출입실적’ 통계를 보면, 무역수지는 2014년 2억 8777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15년 7103만달러, 2016년 1억 5257만달러, 2017년 3억 2616만달러, 2018년 3억 4567만달러로 4년 연속 흑자를 냈다.

하지만 무역수지 흑자 증가율에 따른 통계를 살펴보면 ‘숨은일인치’를 발견할 수 있다. 무역수지 흑자는 114.8%p(2015~2016), 113.8%p(2016~2017)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무역수지 흑자 증가율은 5.98%p로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수출 증가폭에 비해 ‘수입 증가폭’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약품 수출액은 2017년 13억 6851만달러에서 2018년 15억 5925만달러를 기록하면서 13.9%p 성장했다. 반면 수입액은 2017년 10억 4235만달러에서 2018년 12억 1358만달러을 나타내면서 16.4%p 증가했다.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시장을 향한 바이오 의약품 수출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수입량이 늘면서 무역수지 흑자폭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

그렇다면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뭘까. 2017년 출시된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삭센다’가 바이오 의약품 수입액의 증가세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삭센다는 GLP-1 유사체 기전의 자가주사제로, 지난해 다이어트 약 돌풍을 일으키면서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을 점령한 약이다.

식약처가 제공한 ‘바이오의약품 수입실적 상위 10개 품목’ 현황에 따르면 삭센다의 수입액은 2017년 3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2018년 3074만달러를 기록하면서 10개 제품 중 7위를 차지했다. 성장률은 2017년에 비해 10146%p 증가했다. 점유율 역시 0.02%에서 2.5%로 훌쩍 뛰어올랐다.

 

때문에 약업계에서는 식약처가 바이오 의약품 흑자 관련 통계를 과도하게 부풀려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약업계 관계자는 “식약처는 자신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바이오 의약품 수출이 증가했다고 홍보 중이다”며 “하지만 4년 연속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고 하는 것은 자화자찬이다. 오히려 삭센다에 대한 대규모 수입이 우리나라의 전체 흑자폭을 갉아먹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수출 실적 부풀리기’는 아니란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통계 해석을 잘못한 것은 아니다. 바이오 의약품 수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자랑할 만한 부분이다”며 “그만큼 수출효자 품목이란 뜻이다. 다만 삭센다 때문에 흑자폭이 큰 폭으로 줄어든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보건당국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삭센다 열풍’이 바이오의약품의 흑자 기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예측이 들리고 있는 까닭이다.

익명을 요구한 보건당국 관계자는 “바이오 의약품은 고가약이고 기술발전의 집약체다. 우리나라의 수출효자 품목인 이유”라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삭센다 열풍이 이어지면서 그 의미가 퇴색되는 느낌이다. 삭센다 열풍이 내년에도 지속되면 바이오 의약품 흑자 방어선이 내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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