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가 문제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두고 코오롱 측과 법정 다툼에 돌입한 가운데 식약처 측 변호인단의 발언이 환자들과 약사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인보사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는 발언이 수차례 나왔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식약처의 소송준비가 상당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들리고 있다.

5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 허가 취소를 발표하면서 “인보사의 세포는 44일 이내에 모두 사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임상시험 대상자를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약물과 관련된 중대한 부작용이 없었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인보사에서 발견된 신장유래세포(GP2-293)의 종양원성 때문에 불안에 떠는 환자들을 향해 안전성 우려가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식약처는 줄곧 인보사의 안정성을 ‘자신’하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3개월이 흐른 지금, 식약처는 법정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식약처 변호인단은 지난달 26일 서울행정법원 재판에서 “방사선을 조사(照射)한 직후에도 세포가 사멸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나왔다”고 주장한 것.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임상시험 계획승인 취소 처분 집행정지 신청 재판’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식약처 변호인단은 뒤늦게 이를 철회했지만 이같은 발언은 인보사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묘한 파장이 일었다.

당시 재판에 참관한 약업계 관계자는 “식약처 변호사가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당국 직원이 허둥지둥 나와서 귓속말을 했다. 1~2초 동안 재판장의 분위기가 싸해졌다”며 “그동안 안전성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다가 변호인단이 갑자기 입장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직원이 다시 들어간 뒤에도 정적이 흘렀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식약처의 변론을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인보사 품목허가가 정당하다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식약처 변호인단이 기술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다른 재판에서도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송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장이나 표현을 강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변호인단이 이렇게 중요한 재판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식약처가 국민들의 건강권이 걸린 소송 준비를 허술하게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식약처가 입장을 번복하자 환자들의 공분도 커지고 있다. 인보사 주사를 맞은 환자 A 씨는 “식약처는 그동안 우리에게 인보사의 안전성에 우려가 없다고 했는데 스스로 자기논리를 뒤집고 있다”며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다. 방사선을 쬐어서 괜찮다면서 환자들에게 안심하라고 하더니, 이제는 법정에서는 ‘말 바꾸기’를 했다. 환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이중적인 태도다”고 바판했다.

약사사회에서도 식약처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라면, 방사선 조사 이후에 신장유래세포가 환자들의 몸에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식약처가 스스로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환자와 전문가들의 비판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보사에 큰 우려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며 “그것이 안전성이 충분하게 입증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려면 원료단계부터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데 단순히 방사선 조사만으로는 제품의 안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뜻에서 그런 변론이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식약처 측은 앞선 재판에서도 인보사의 안정성을 부정하는 뉘앙스의 변론을 펼쳤다.

식약처 변호인단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가 지난달 23일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장을 상대로 낸 허가취소처분 집행정지 소송 첫 번째 심문기일에서도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회사직원 그 누구도 인보사를 본인 어머니 무릎에 투약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변호인단이 무려 두 번에 걸쳐 인보사의 안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환자들이 그야말로 ‘멘붕’에 빠진 이유다.

다른 환자는 “식약처의 처신이 너무 괘씸하다”며 “인보사 주사를 맞은 이후 계속 소화불량에 시달려서 우울증까지 걸린 상황이다. 법정 발언을 듣고 감정이 통제가 되지 않았다. 법정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식약처 측은 이같은 주장을 적극 부인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부모님한테 인보사 주사를 맞추겠느냐’는 변론은 인보사의 안전성에 초점을 둔 발언이 아니다. 인보사의 주된 세포가 바뀐 부분에 방점을 둔 변론이었다. 허가받을 당시 제출한 세포가 아닌 제품이 시판됐는데, 그런 주사를 맞을 환자는 없다는 측면을 강조한 주장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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