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첨생법)’이 법사위를 통과하고도 국회 본회의가 지연되면서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그간 첨생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던 일각의 목소리가 재조명 받고 있다. 팜뉴스는 현직 임상심사위원, 약사 등 전문가들을 통해 첨생법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분석했다.

 

국회 본회의장 모습[사진=대한민국국회]
국회 본회의장 모습 [출처=대한민국국회]

첨생법은 재생의료에 관한 임상연구를 진행할 경우 일정 요건시 심사기준을 대폭 완화해주는 법안이다. 만약 법이 본격 시행될 경우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간이 3~5년 가량 단축될 것으로 기대됐다. 일부에서는 첨생법 통과로 인보사가 초래한 제약산업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렇다면 일단 첨생법이 통과됐을 경우, 전문가들이 생각한 최대 ‘이점’은 무엇이었을까.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종양약품과 임상시험TF 소속인 강윤희 임상위원은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으로 지정받는 경우 탐색적 연구를 이전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첨생법은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국내에는 세포치료제와 인공장기 확장에 뛰어난 연구자들이 많다. 국가가 첨단재생의료 실시계획을 통해 이들을 관리하고 탐색적 연구를 허용한다면 수많은 전문가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위원은 “전문가들이 많으면 세포치료제에 대한 유연한 승인이 가능하다”며 “전문가가 없으면 세포치료제와 같은 새로운 임상계획을 심사할 수가 없다. 그런 역량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 인보사 사태였다. 첨생법 통과로 연구 데이터가 쌓이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정부가 세포치료제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첨생법은 줄기세포 등을 이용해 첨단재생의료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시했다. 특히 임상연구를 하려는 의료기관은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으로 지정 받아야 하며, 심의위원회로부처 검증 과정도 거쳐야 한다.

즉, 첨생법이 ‘첨단재생의료기관’이란 별도의 개념을 정하고 ‘심의위원회’라는 안전장치의 틀 안에서 연구자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게 강 위원의 의견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첨생법이 식약처의 의약품 단속 권한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약사법에서는 의약품 허가 취소 명령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식약처가 허가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 일반적으로 식약처 요건을 만족하지 못하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했을 때 그동안 제약사 대부분이 스스로 허가를 철회했던 이유다. 첨생법 통과된다면 식약처는 강력한 법적 근거를 두고 판매 중단이나 허가취소를 강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첨생법이 향후 극복해야할 ‘과제’는 뭘까. 전문가와 시민단체, 제약업계 관계자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첨생법은 첨단재생의료안전관리기관을 정하고 첨단재생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감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앞서의 강윤희 위원은 “재생의료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은 식약처나 복지부가 직접 해야 한다”며 “안전 관리 기관이 계속 늘어나서는 안된다. 첨단재생의료안전관리기관을 따로 두면 정착에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 시간 만큼 안전성 관리가 미진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의약품 부작용 데이터를 지닌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을 첨단재생의료안전관리기관으로 정하고 세포치료제를 관리하는 편이 낫다”며 “안전관리원을 중심으로 재생의료 전문가를 육성하는게 맞다”고 조언했다.

첨생법의 핵심은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신속승인’ 제도다. 법안에 따르면, 식약처장은 첨단바이오의약품 허가·심사의 신속처리 대상을 지정할 수 있고, 지정된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해 맞춤형 심사, 우선 심사, 조건부 허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명시됐다.

특히 식약처장은 신청된 첨단바이오의약품이 일정한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대체치료제가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암 등 중대한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등 3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면 해당 의약품은 신속처리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 ‘조건부허가’의 자격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의 강 위원은 “‘대체치료제가 없다’는 조건은 굉장히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며 “대체치료제가 없는 분야는 굉장히 많다. 허가된 대체치료제는 없지만 실제 진료현실에서는 투여하는 약물들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정 질환에 허가된 약이 없어도 진료현장에선 여러 약을 써보는 경우가 많다. 대체치료제가 없다는 의미는 추상적이다”며 “중대환 질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릎 만성통증은 인보사처럼 진통제나 마약성진통제로 버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도 신속심사처리가 될 수 있다. 굉장히 모호한 조항이기 때문에 앞으로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첨생법이 신속처리 대상의 지정 기준 및 절차·방법 등에 관한 세부사항을 ‘총리령’으로 정한 대목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이동근 팀장은 “총리령을 세부적으로 정하고 해석할 수 있는 기관은 보건당국이다.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는 얘기다”며 “예를 들어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질환이거나, 생명이 위급한 경우도 있다. 그런 질환들도 조건부 허가가 이뤄질 수 있다. 바이오 기업의 악용 소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식약처의 신뢰 회복을 전제돼야, 첨생법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취지는 긍정적으로 보인다”라면서도 “하지만 코오롱 사태를 보면 식약처는 허가를 내줬는데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았다. 첨단바이오의약품 신약 개발도 좋지만 서두른다고 해서 완벽한 약이 나오지 않는다. 식약처가 제약사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첨생법은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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