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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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의 불만이 오래가지 않는 점을 악용해 일시적인 매출 감소를 안고서라도 중장기인 매출 확대를 노리는 제약사들의 ‘꼼수’ 영업 때문이다. 이에 애꿎은 약국들은 장삿속 집단으로 낙인되고 있는 형국이다. 올 초부터 시작된 유명 일반약들의 공급가 인상이 최근까지 20여개로 그 수가 늘어나자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일선 약국들이 최근 급격히 감소한 내방객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손님들이 뚝 떨어진 이유에는 일반약 가격 인상을 비롯해 경기침체 장기화, 여름철 비수기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달리 가격이 오른 유명 일반약의 수가 많은 데다 인상률도 높아 소비자의 불만이 크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아무런 잘못 없는 약국이 종종 화풀이 대상이 되고 있어 약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 1월 ‘후시딘(동화약품)’을 시작으로 ‘마데카솔(동국제약 2월)’, ‘까스활명수(동화약품 4월)’, ‘훼스탈(한독 4월)’, ‘사리돈A(일동제약 4월)’, ‘임팩타민(대웅제약 5월)’, ‘이가탄F(명인제약 5월)’, ‘겔포스M(보령컨슈머헬스케어 6월)’, ‘펜잘큐(종근당 6월)’ 등 인지도 높은 일반약의 가격이 잇따라 인상됐다. 지난달에도 대표 진통제인 한국얀센의 ‘타이레놀(5mg, 콜드에스, 우먼스, 현탁액, 츄어블)’ 가격이 10~20% 오른 바 있다.

A약사는 “단골 고객들이 가격이 왜 이렇게 많이 올랐냐며 역정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약국이 가격을 올린 게 아니라고 설명해도 막무가내다”며 “가뜩이나 올 들어 내방객이 많이 줄고 객단가도 떨어져 고민인데 일반약 가격 인상으로 약국을 찾는 발길이 더 뜸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사실 약사들이 소비자들의 항의에 힘이 빠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가격 인상 이슈가 불거질 때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약국으로 쏠리지만, 이는 사실상 제약사들의 ‘꼼수 영업’ 행태 때문에 벌어지는 일종의 오해라는 것.

B약사는 “소비자들이 잘 알고 있는 일반약들은 대부분 마진이 거의 없는 일종의 ‘미끼 상품’이라 덜 팔린다고 해서 약국에 큰 손해가 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가격 인상이라는 외부 변수로 인해 단골 고객의 신뢰를 잃는 것은 약국에게 치명적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제약사 한 곳이 약값을 인상하면 다른 곳들까지 덩달아 약값을 올리는 게 일반적인 가격인상의 형태다”며 “기업들은 그럴듯한 구실로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올려놓고 비난 여론의 피해를 최소화 한다. 중장기적인 매출 확대를 노리는 기업 입장에서 일시적인 소비자의 불만이 오래가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일반약 가격이 오르면 성난 소비자들이 한동안은 대체약으로 눈을 돌리기도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결국 인지도가 높은 제품으로 갈아타는 패턴이 다반사라는 것.

이를 잘 알고 있는 제약사들은 인지도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이로 인해 마진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무리하게 가격을 인상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는 것이 약사들의 주장이다.

C약사는 “일본 불매운동이 약국까지 확산되면서 가격 인상 이슈가 조용히 묻히고 있다. 올 초 가격이 인상된 일반약의 경우 매출이 잠시 주춤했지만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움직임이 보인다. 인지도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며 “인지도는 낮지만 품질 좋고 저렴한 대체약들이 많이 있다. 약사들이 상담하면서 이런 제품들을 권하면 색안경을 끼지 말고 긍정적으로 봐주고 구매해 줬으면 한다. 그래야 제약사도 소비자의 무서움을 알고 함부로 배짱을 부릴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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