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제2사옥 신축 현장과 인접한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공사현장의 소음과 분진 등으로 상당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주민 협의체에서는 심평원과 시공사의 ‘책임 떠넘기기’가 도를 넘었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제2사옥의 시공사는 최근 소음 기준 초과로 원주시의 행정처분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심평원이 추구하는 비전과 맞지 않는 처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오는 10월 준공 목표로 원주 본원 인근에 5만2천여 ㎡ 부지 지하1층, 지상9층 규모의 2사옥을 건립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우측 전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오는 10월 준공 목표로 원주 본원 인근에 5만2천㎡ 부지 지하1층, 지상9층 규모의 2사옥을 건립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우측 전경.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사옥 건립공사는 올해 10월 준공을 목표로 작년 말부터 진행 중이다. 시공을 맡은 곳은 화성개발로, 이 회사는 강원 원주시 반곡동 강원 혁신도시에 있는 5만2천㎡ 부지에 지하1층, 지상9층 규모의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총 사업비 규모는 1,514억원이다.

그런데 순조롭게 진행될 것만 같았던 제2사옥 신축은 주변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공사현장의 소음으로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 주민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하는 사람들은 고생이겠지만 새벽부터 너무 시끄럽다”며 “심평원 제2사옥 건축현장 옆에 사옥이 있는데 제2사옥을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 세금이 아깝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A 씨는 심평원 제2사옥 공사현장과 아파트 공지문 사진을 첨부했다.

푸른숲LH3단지 입주자 대표 B 씨는 공지문을 통해 “그동안 심평원의 신사옥 공사 문제로 주민들의 정신적 물리적 피해가 상당하다”며 “그런데도 심평원과 화성개발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핑퐁싸움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사옥 소음과 관련해 화성개발 측에 자료도 요구했지만 아직 자료의 일부분도 받지 못했다”며 “발파작업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나, 놀라서 병원 진료를 본 경우가 있다면 연락을 달라”고 당부했다. 소음을 참다못한 푸른숲LH3단지 주민들이 입주자 대표회의를 통해 피해 사례를 파악하고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주민들의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어떨까. 팜뉴스 취재진은 지난달 31일 심평원 2사옥 건설현장 인근에 있는 푸른숲LH3단지 아파트를 찾았다. 특히 어린이들이 제2사옥 건립공사로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었다.

A 군(6)은 “아침에 일어나면 망치소리가 ‘꽝꽝’하고 들려 놀랄 때가 많다. 먼지도 심하다”고 했다. B 양(11) 역시 “옛날엔 배란다에서 햇빛이 보였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공사 현장과 아파트를 연결하는 다리에서 동생(A군)이 한달 전에 굴러 넘어졌다. 공사장에서 나온 자갈이 다리에 널려있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발파 공정’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한 주민은 “낮에도 진동이 느껴져서 처음 몇 달 동안은 층간소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폭파소리가 계속 이어지면서 공사장 소음이라는 걸 알았다”며 “아파트에 균열도 생길 것 같아 걱정이다. 하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고 호소했다.

최근 입주자대표 회의에 참석한 주민 역시 “회의를 매번 하는데 소용이 없는 것 같다. 가끔 폭파하는 소리가 들리면 놀랜다. 하필 그곳에 지어진 이유가 궁금하다”며 “단지에 있는 공원을 파놓아서 우리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다가 자주 다치고 넘어진다. 다같이 사용하는 공원인데 시공사가 안전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사측은 아파트 내에 있는 공원에 터파기를 한 사실이 없다며 적극 부인했다.  

실제로 ‘팜뉴스’ 취재 결과, 화성개발은 지난해 심평원의 제2사옥 건설과정에서 발파공정으로 인한 소음 허용 기준 초과를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주시 관계자는 “심평원 제2사옥 공사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서 소음측정을 했다”며 “발파공정으로 인한 소음 기준 초과로 해당 업체에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화성개발 측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소음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는 입장이다.

화성개발 관계자는 “소음에 대해 우리가 책임을 미룬 부분은 없다”며 “공사 소음이 초과된 부분은 우리 잘못이 맞다. 하지만 발파 공정도 공법에 쓰이는 화약을 진동이 덜 나는 쪽으로 바꿔서 진행해왔다. 주민들 소음에 대해 최대한 피해를 적게 끼치는 방향으로 노력해왔다는 뜻이다. 망치를 두들기는 소리도 출근 시간대를 피해 오전 8시 이후에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소음, 분진 등에 대한 피해 보상이나 배상 책임은 발주처인 심평원에 있다. 결코 책임을 떠넘기지 않았다”며 “우리는 공사 업체다. 소음을 일으킨 부분에 대한 잘못은 인정하지만 피해 보상은 심평원 책임이다. 다만, 앞으로 공사 현장 주변에 대한 안전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심평원 측은 앞서 주민들이 지적한 문제와 원주시의 행정처분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팜뉴스 취재진은 29일부터 이틀간 심평원 측에 수차례 문의했으나 관련 답변을 듣지 못했다.

시민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강세상을위한네트워크의 김재천 활동가는 “주민들이 대표단을 꾸릴 정도면 소음이 상당히 심각한 것”이라며 “심평원 비전은 ‘국민건강 증진’이나 ‘국민 참여’다. 주민들이 이렇게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 것이 사실이라면, 심평원의 핵심 비전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심평원은 공공기관이자 준정부기관”이라며 “주민들의 요구에 응해 공공기관 위상에 맞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소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것이 심평원의 비전과 소명의식에 맞는 처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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