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레바넥스'
유한양행 '레바넥스'

국내 위식도역류질환약 시장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동안 PPI 제제 중심으로 돌아가던 치료제 시장에 P-CAB 계열의 ‘케이캡(테고프라잔)’이 다크호스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보면 P-CAB 제제는 이미 14년전 시장에 안착해 있었다. 유한양행의 ‘레바넥스(레바프라잔)’가 그 주인공. 최근 이 약의 허가·신고 갱신 신청기한이 다가오면서 시장생존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한양행은 11년에 걸쳐 5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세계 최초 소화성궤양 및 위염치료제인 ‘레바넥스’를 2005년 국내 출시했다. 국산 9호 신약에 이름을 올렸던 이 약은 100억원대의 연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과 APA(위산펌프 길항제)가 동일한 의미로 혼용되던 상황에서 유한양행은 레바넥스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품화에 성공한 APA제제로 제품을 홍보했다. 회사는 레바넥스가 APA 제제로 시장에 진입했을 때 성공 가능성 좀 더 높다고 본 것이다.

반면 CJ헬스케어는 이미 유한양행이 사용해버린 APA 보다는 약물 매커니즘에 초점을 맞춘 P-CAB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케이캡=첫 P-CAB 제제’라는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그렇다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P-CAB 제제 레바넥스가 출시 초기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영향력이 급속히 줄어든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위염으로 제한된 적응증을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미란성,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해당 적응증을 획득하지 못한 레바넥스가 시장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것.

유한양행은 당시 PPI 제제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기 위해 미란성,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의 적응증을 얻기 위한 임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작용이 확인되자 회사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신약 허가 획득에까지 실패하자 레바넥스에 대한 회사의 기대치는 자연스럽게 사그라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레바넥스는 2005년 '200mg', 2007년 ‘100mg’ 등 두 품목이 허가를 받았지만 실적 저조가 이어지면서 100mg은 지난해 상반기 생산이 중단된 상태고 현재는 200mg만이 시장에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레바넥스의 매출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데다 사실상 신약의 가치마저 상실한 만큼 품목허가 유효기간 만료 후 시장에서 정리되는 7번째 국산 신약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이를 적극 부인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 된 APA 제제, 국산 9호 신약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레바넥스는 회사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품목”이라며 “허가·신고 갱신 신청기한이 오는 9월까지 인데 그 안에 식약처에 품목갱신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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