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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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노골적인 경제도발이 단순한 수출규제에서 이제는 돈줄을 쥔 금융권에까지 압박 수위를 높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일부 기업들은 일본자금 흐름에 대한 비상점검에 들어갔다. 우리 기업들이 ‘IMF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온 만큼 혹시 모를 일본의 빚 독촉에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에서 돈을 끌어다 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 역시 이제는 은행권을 예의 주시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팜뉴스는 1분기 국내 주요 제약사들로 흘러 들어온 일본의 차입금 규모를 확인했다.

국내 제약사들 중 일본계 은행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곳은 매출 상위 80개사 중 총 6곳으로 확인됐다.

다만 차입금 조달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본계 자금에 대한 의존도 역시 일부 특정기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일본계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자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즈호은행으로부터 시설자금 투자를 위해 500억원을 단기로 빌려왔고 SMBC(스미토모미츠이뱅킹)로 부터는 112억원을 해외투자자금용으로 장기 차입했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미츠이스미토모 은행으로부터 894억원의 외화 대출을 받았다. 이로써 삼성바이오 형제가 일본계 금융권으로부터 빌려온 돈은 총 1,500억원 규모다.

GC녹십자의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도 미츠비씨도쿄UFJ은행으로부터 단기 운영자금으로 130억원, 시설자금으로 508억원을 각각 빌려왔다.

이외에도 대웅제약이 단기 납입 조건으로 일본신한은행으로부터 27억원을 받아왔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씨티뱅크도쿄지점으로부터 62억원, 차바이오텍은 우리은행도쿄지점에서 운영자금으로 25억원을 들여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일본계 은행으로부터 돈을 끌어다 쓰는 이유는 뭘까.

이는 일본 현지에서 돈을 빌릴 경우 국내 은행 보다 더 저리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지에서 조달된 현금은 결제 대금과 시설투자 등에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단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게 한국 기업들이 일본계 금융권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실제로 일본의 현재 기준금리는 ‘마이너스(–0.1%)’ 금리다. 반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5%로 일본과 그 격차가 크다. 일본계 금융권을 잘만 활용하면 수익성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일본 측에서 갑작스런 빚 상환 요구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만 가능한 얘기다.

사실 같은 용도로 빌려온 돈도 국내 은행과 일본계 은행의 이자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KDB산업은행과 일본 미즈호은행으로부터 각각 400억원과 500억원을 끌어다 썼다. 하지만 두 곳의 이율 차이는 0.3%에 달한다. 삼성이 일본 은행을 이용함으로써 연 1억5천만원의 절약 효과를 본 셈이다.

녹십자홀딩스 역시 신한은행으로부터 빌린 시설자금용 장기 대출 이자율은 3.93%~4.2%다. 반면 미츠비씨도쿄에서 빌린 차입금에 대한 이자율은 2.92%~3.87%로 두 은행의 이율은 최대 1% 이상 차이났다. 녹십자가 일본 은행에서 500억원을 가져다 쓰고 연 5억원을 아낀 셈이다.

차바이오텍은 우리은행에서 3.5%의 이자를 내고 운영자금을 빌려왔다. 같은 조건으로 도쿄에서 빌린 돈에 대한 이자는 1.6%로 두 곳의 이율은 1.9% 차이가 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일본계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의 규모가 크지 않아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가 금융권으로 확대된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곤란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면서도 “다만 일본이 작심하고 자금을 회수하거나 대출 연장을 거부할 경우 빚을 진 제약사 입장에서는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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