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의약품 공급 입찰건을 계기로 정부가 아예 국제협력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로 했다.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국가 간 G2G(정부간 계약)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이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의 MOU가 추진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4일 제약업계 CEO 간담회를 갖고 이번 베트남 의약품 입찰규정 유지 경과를 설명하고 향후 G2G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현재 식약처는 베트남에 이어 러시아를 비롯한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등 독립국가연합(CIS) 5개국인 EAEU와의 MOU가 진행 중이다.

최근 EAEU 측에서 의약품 규제관련 MRA(상호인증) 협정을 요구해온 데에 따른 것으로, 식약처 측은 MOU부터 단계적인 접근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지난 2017년 5월부터 제약업계를 뒤흔든 베트남의 의약품 입찰규정 개정안이 계기가 됐다.

베트남 정부가 현지에서 유통되는 저품질 의약품을 관리하고 로컬 제약산업의 육성을 위해 입찰규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는 물론 일부 해외국의 수출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것.

개정안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의약품 등급이 현행 2그룹에서 5그룹으로 저평가돼 유통 중인 의약품 수출액의 74% 가랑 손실이 예상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그 금액만 1억2,661만달러, 한화로 1,49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017년 베트남으로 수출된 국내 의약품이 1억7,110만 달러(1,884억원)규모로, 베트남은 국내 제약사 60여곳이 뛰어들 정도로 수출 우선국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베트남처럼 해외국에서 의약품 입찰규정 개정 등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또따른 장벽이 생기면 민간 제약사 차원에서는 이를 손쓸 방도가 없다.

이에 베트남 진출 제약사 등에서 식약처에 입찰규정 개정안 문제의 해결을 촉구했고 식약처가 지난해 3월 한-베 고위급 및 국장급 회의 등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2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 던 것.

식약처 의약품안전국 김영옥 국장은 “어느 나라든 의약품 허가와 관리 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아무리 국내 제약사들이 의약품 수출을 위해 노력해도 정작 해당 국가에서 허가를 받지 못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 “이에 우리나라 기업이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에 우선순위를 정해 선도적으로 MOU를 체결해 규제 장벽을 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가차원에서 국제협력이 필요한 국가의 우선순위를 선정해 필요 시 국내 의약품 생산 및 허가과정, 시설 등에 대한 교육 등 정보제공을 하고, 국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마스터플랜을 세우겠다는 것.

현재 아세아 10개국에 대한 공조는 이뤄지고 있지만 나아가 EAEU와도 MOU 체결식만 앞두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대해서도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가 간 MRA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MRA는 우리나라의 GMP 등의 기술력 등을 타국에서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반대로 해당 국가의 시스템 등을 국내에서 수용해 수입통로를 넓혀주는 개념인 만큼, 자칫 국내 의약품 수준이 저평가될 우려가 있다.

이에 식약처는 EAEU측의 MRA 요청에 대해 MOU수준으로 조율한 상태이며, 베트남에 대해서도 MRA까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같은 소식에 업계에서는 가려운 곳을 먼저 긁어줬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했다. 베트남 등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민간 제약사들이 멘땅에 헤딩하듯 우여곡절을 몸소 겪으며 진출했던 것과 달리 국가차원에서 활로를 터 주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베트남의 의약품 입찰 등급이 낮아지면서 (국내사들이)다 죽어갈뻔 한 것을 정부가 도와줬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정부를 믿고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신뢰감이 쌓였다”고 극찬했다.

특히 최근 식약처와 베트남 간의 MOU 체결로 인해 베트남 관계자들이 국내 생동성시험 과정 전반을 직접 답습하고 갔다는 점도 높게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베트남측 5명이 국내 생동성시험기관 등을 방문해 생동성시험에 대한 내용을 배우고 이해하고 갔다고 들었다. 생동기관에 대한 리스트도 베트남에게 공유했다고 하니 향후 베트남에서 우리나라 의약품의 생동에 대한 높은 이해를 하게 되면 시장진출에 더 유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기업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규정을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며 “정부가 의약품 수출을 위한 다리를 놓는 것이다. 가려운 곳을 알아서 긁어 줬다”고 평가했다.

향후 식약처는 이날 간담회에서 제시된 수출규제 개선 국가 및 지원 희망 내용 등을 수렴해 우선순위 선정 및 단계별 G2G 강화를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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