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물론 민간 제약사들이 해마다 신약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정작 쏟아부은 돈과 노력에 비해 성과가 저조하다. 이에 정부가 그간 투자했던 예산과 지원을 ‘신약 개발’에 올인하는 ‘국가신약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해 업계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신약의 유효물질 발굴부터 임상2상까지 지원하는 구상을 하고 있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번 국가신약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무사히 마무리돼야 한다는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제이씨디에이파트너즈에 의뢰한 ‘국가신약개발사업 기획’ 공청회를 열고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이들 정부 부처가 나서 국가신약개발사업을 기획한 것은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의 후속 조치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그동안의 정부 R&D 투자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약개발 등 제약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정부 또한 부처별로 꾸준히 지원을 하지만 각각의 사업이 연결이 되지 않고, 현장의 상황과 격차가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마침 과기부나 복지부, 산업부 등이 진행한 신약개발지원, 국가항암신약개발지원사업,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 등이 2021년을 기점으로 종료될 예정인 만큼 하나의 사업단을 꾸려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기획안이 마련됐다.

이를 위해 민간에서 투자 및 수행하는 신약개발영역을 제외하고 정부가 후보물질 발굴 단계부터 개입해 연도별, 단계별 투입 예산과 지원항목을 향후 10년치까지 구체화했다.

기획안에 따르면, 향후 2030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1.8%(13위)인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을 6%(5위권)로 높이겠다는 목표로 의약품 수출 160억 달러(10위), 글로벌 Top 200위 신약 2개, 글로벌 기술이전 1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개량신약이나 제네릭이 아닌 신약에만 집중하는 지원계획을 세웠고 감염병 및 치매 등 기존 사업에 중복되지 않은 질환 분야에 투자한다. 지원 범위도 유효단계에 정부가 2,470억원을 투입하고 이후 선도, 후보, 비임상, 임상1상, 임상2상, 신약 R&D 사업화 지원까지 단계를 구분한 뒤, 신약R&D사업화를 제외한 전 분야에 정부가 투자를 하되 그 비율을 민간과 분배해 지원한다.

이 사업은 새로운 사업단이 운영하게 되는데, 예타가 통과되면 외부공모를 통해 사업단을 비롯한 사업단장 등이 선정되며 이 사업단은 10년간 총 3조5000억원의 연구비를 집행하게 된다.

≫산업이, 학계가, 환자가 중심이 돼야한다는 목소리

이에 이날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10명의 산업계, 학계, 환자단체 등 관계자들은 이견없이 기본취지에 공감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좀더 그들의 의견을 실무에 반영해주길 바라는 목소리를 더 냈다.

먼저, 토론자들은 신약개발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더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한국생명연구원은 신약R&D생태계를 구축하는데에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해선 안된다며 경험이 많은 산업체 전문가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자문을 할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생명연구원 오두병 본부장은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기업이 무조건 참여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 의존적이면 국가와 민간 투자의 중복을 유발해 R&D낭비로 이어질수 있다”며 “산업체 전문가가 대학과 출연연의 기초연구자에게 자문을 하도록 해야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제약바이오협회에서는 기업의 참여가 높아진 취지를 높게 평가하면서 직접적으로 생명연구원의 지적에 반박했다.

제약바이오협회 임승인 상무는 “그동안 분절없는 지원과 전주기 지원을 주장했는데 이러한 기획을 해줘서 고맙다”며 “기업의 참여가 높아진 것이 좋았는데 오두병 본부장이 기업이 많다고 했다. 블록버스터도 내야하는 만큼 기업에 투자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에서는 막대한 정부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환자단체 등을 참여시켜 투명성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지난 18년간 환자운동을 했지만 국내사는 물론 다국적사에서 단 한번도 환자단체에 신약개발에 관한 의견을 요청한적이 없다. 해외와 다른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기종 대표는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에 연간 200억원이 투입되는데 신약개발사업에 연 3000억원이 투입된다니 깜짝 놀랐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이 중요하다. 최근 인보사 사건에서도 정부 예산 투입이 지적됐듯이, 투명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시민단체를 참여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신약개발사업 공청회에서 (왼쪽부터)범부처신약개발단 묵현상 단장, 제약바이오협회 임승인 상무,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 신약개발연구조합 여재천 사무국장, 한국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후보물질부터 임상까지 업계 요구 쏟아져
하지만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약개발사업이 신약 파이프라인의 구축부터 임상과 비임상의 연계, 후보물질 단계부터 투자적격성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등 신약개발 전주기의 항목에 대한 탄탄한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은 “그간 신약개발 지원은 파이프라인 확보에 노력했다면 이제는 산업화와 글로벌화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임상 전에도 라이선스아웃을 하고 범부처에서 컨설팅을 할 때 라이선스아웃에도 정부가 가이드를 해줘야 신약개발이라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임상단계에서부터 디자인 컨설팅이 이뤄져야하며 이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사업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국생명연구원 오두병 본부장은 신약 파이프라인의 지속적인 공급을 위해 신약개발 연구 확충을 강화하고 초기 유효물질부터 후보물질 등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주문했다. 대신 적절한 문호 개방과 규제 완화 및 자율성 담보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오두병 본부장은 “신약강국이 되기 위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새롭고 파격적인 과제에도 투자 문호를 개방하라”며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후보물질에 대해서도 투자적격성 평가시 긍정적으로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 오세웅 상무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물질중심, 과제별 지원규모 이원화, 충분한 연구기간 등이다. 이를 감안해 비임상과 임상시험이 잘 구축되도록 해야하며 주관기업이 자율적으로 참여해 신약개발을 유도해야하지 일괄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올바이오파마 박승국 대표 역시 과제별 유연한 계획 및 평가를 주문했다.

박승국 대표는 “국가 R&D사업을 진행할 때 유연성은 기업에게 매우 중요하다. 전략적인 입장을 만들 때 의사결정또한 유연성이 필요한만큼 기획과 평가를 과제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계획되고 평가되도록 해달라”며 “후보물질단계에서부터 사업화를 감안해야한다. 물질효과나 부작용 등 약물의 특성이외에도 경쟁환경에서의 전략이 중요하다. 정부가 이러한 지원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여재천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이번 사업이 예타에 통과될 수 있도록 한목소리로 추진해야함을 강조했다.

여재천 사무국장은 “발등에 떨어진 일몰예정인 부처별 신약개발사업을 재생시키기 위해 민관 모두가 코피티션의 경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국가의 신약개발 프로그램 프레임워크 작업이 절실하다. 우수한 파이프라인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기업, 대학교, 연구기관별 보유자원을 분석해 현실산업으로 재인식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공청회 의견 등을 토대로 최종 사업기획을 보완한 후, 다음달 초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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