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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ICH 지위’ 유지 의문, 왜?…"전문가 없어서"
식약처, ‘ICH 지위’ 유지 의문, 왜?…"전문가 없어서"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07.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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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부작용 감시 누가하나 봤더니…의사 인력 ‘전무’
한국형 의약품 안전관리체계 ‘실종’, 빛좋은 개살구 논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식약처는 지난 2016년 ICH(의약품국제조화회의) 정회원 가입과 동시에 의약품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형 GVP’ 의무화가 도입된 배경이다. 하지만 의약품 시판 후 안전성을 제대로 따져 보겠다는 당초 정부의 의지와는 다르게 그 실효성을 두고 말이 많다. 부작용 감시자들의 전문성이 과연 믿을 만한 수준이냐는 지적인 것이다. 식약처 내부에서 한국형 GVP가 ‘빚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GVP(Good PharmacoVigilance Practice)는 ‘시판 후 의약품 안전관리 종합체계’를 의미한다. 전주기에 걸쳐 의약품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개념으로, 미국 FDA와 유럽 EMA 등 해외 선진국 규제당국들은 이미 가이드라인과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16년 ICH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약물 안전관리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의 의약품 부작용 보고제도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한국형 GVP’ 정책 시행을 예고한 것이다.

당시 식약처는 GVP 설명회와 자문회의 운영, 심사자 전문교육에 각각 7500만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심사부와 평가과 내부직원 30명을 의약품 부작용 감시 전문가로 키울 계획도 야심차게 밝혔다.

특히 ICH 가입을 앞둔 2015년 7월, 식약처는 위해성관리계획을 전격 시행했다. 때문에 제약사들은 의약품 이상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품목허가부터 안전성을 중점으로 위해성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시판 후 계획대로 안전관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약 2년이 흐른 지금, 식약처 내부에서는 한국형 GVP 제도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식약처가 당초 제시한 야심찬 계획과는 달리 ‘전문가 양성’에 손도 못댔다는 이유에서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종양약품과 임상시험TF 소속인 강윤희 임상위원은 “ICH 지위를 유지하려면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식약처가 ICH 가입 전 위해성관리기준(RMP)을 도입한 이유”라며 “하지만 전문가는 전혀 육성되지 않았다. 식약처 내부는 물론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도 없다”고 단언했다.

강 위원은 이 같은 문제점이 현재 의약품안전관리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작용 보고체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의약품안전관리원의 약물 부작용 보고건수는 전세계 1위다. 문제는 이게 부작용에 대한 단순 보고 개념일 뿐 ‘정량 분석’에 그친다는 게 문제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진 데에는 관리원 내에 의사들이 없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약품안전관리원은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결과값만을 분석할 수 있다”며 “수많은 의약품 정보를 받는데도 부작용의 구체적인 의미를 알 수 없어 위험 관리가 안 된다는 뜻이다. 지난 2년 동안 안전관리원이 능동적인 조치를 취하는 일을 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약물과 부작용에 대한 정성적인 평가가 가능한 ‘의사 인력의 부족’이 한국형 GVP의 정착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해왔다는 게 강 위원의 주장인 것이다.

강 위원은 “예를 들어 안전관리원은 최근 면역항암제 중에 메토트렉세이트에 대해 허가상 주의사항(부작용)으로 범혈구 감소증을 추가했다”며 “하지만 의사들 중에 메토트렉세이트가 범혈구 감소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 안전관리원은 예상된 부작용을 발견했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과 미국의 대응은 전혀 다르다. 주의사항 한 줄 추가로 끝나지 않는다”며 “환자에게 발생한 증상이 부작용일 수도 있는 만큼 투여약물을 중지하고 세밀하게 관찰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물론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의‧약사 등 전문가와 소비자들에게 안전성 서한을 지속적으로 배포해왔다. 문제는 관리원이 그동안 제약사로부터 부작용보고를 정기적으로 받아왔으면서도 지금껏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왔다는 게 강 위원의 지적하는 포인트다.

강 위원은 “의사가 없다면, 정량분석밖에 할 수 밖에 없다. 심각한 의약품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의사는 정량과 정성적인 동시 분석으로 종합적인 위해성 평가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안전관리원에는 의사 인력이 없다. 식약처가 GVP 제도를 도입해도 실질적인 의미의 리스크 관리가 되지 않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강 위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오히려 “GVP 제도가 연착륙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품안전관리원은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식약처나 안전관리원에 의사 전문 인력이 부족한 건 우리 탓이 아니다. 의사들이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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