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로 일본 정부가 경제 보복에 나서면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제약업계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최근 일본산 일반약 리스트가 급속히 퍼지면서 일반약과 헬스케어 등의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일부 일본계 제약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진출한 일본계 다국적사는 한국아스텔라스제약, 한국다케다제약 등 총 10개사로 최근 국내 매출액 상승을 보이며 승승장구 해왔다.

지난해만 이들 제약사의 총 매출액은 1조2,915억원으로 전년대비(1조1,543억원) 1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전년대비(1,060억원) 31.3% 성장한 1,392억원이었다.

이중 소비자의 직접적인 선택권이 없는 전문약 사업이 메인인 7개사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더라도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약의 경우 대체제를 사실상 찾기가 쉽지 않고, 있더라도 처방권을 쥐고 있는 의사들이 무리하면서 까지 기존약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

하지만 인지도가 높은 일반의약품과 헬스케어 라인업 등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다케다제약, 한국코와, 한국오츠카제약 등 3개사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들 제약사의 일반약 리스트가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것은 물론 유명 유튜버 약사들이 대체 가능한 국산약 추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일부 약국에서도 일본 일반약 보이콧에 적극 동참하며 불매운동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한국다케다제약은 ‘비타민제 액티넘’, ‘감기약 화이투벤’, ‘구내염치료제 알보칠’ 등의 일반약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정확한 매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 3개 제품군이 전체 매출에서 약 5~8%를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매출 전략적인 측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한국코와의 경우, 타 제약사와 달리 전문약이 아닌 일반약, 의약외품, 의료기기, 화장품, 기타 헬스케어제품 등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간판 제품인 카베진코와알파를 출시하고 TV CF, 옥외광고 등을 공격적인 소비자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었던 만큼 불매운동 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오츠카제약은 전문약 사업의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최근 헬스케어 분야로 영역을 넓히며 전체 매출 볼륨을 성공적으로 키워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토탈 스킨케어 브랜드 ‘우르·오스’가 승승장구하며 지난해 한국법인 설립 이후 최초로 1,6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그간 공들여 온 헬스케어 사업 전반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

하지만 이들 제약사들은 불매운동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3개 제약사 중 한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코멘트 할 만한 내용이 없다. 회사에 문제가 있어서 생긴 일이 아니지 않나. 양국이 엉킨 실타래를 빨리 풀어주기만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아마 다른 제약사도 우리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불매운동이 일본계 제약사가 아닌 일본제약사와의 공동판매 등 계약관계에 있는 국내제약사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특정 일본계 제약사뿐만 아니라 일본 일반의약품을 수입·제조하거나 공동판매계약을 체결한 국내 제약사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장기화 될 경우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국내 일반약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