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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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와 보디빌더들에게 가장 널리 쓰이는 약물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단백질의 동화를 촉진시켜 신체 근육을 일시적으로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골다공증, 당뇨악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약사법상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유통은 엄연한 불법이다.

그런데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중 ‘디아나볼’은 몸짱이 되기를 원하는 일반인과 트레이너들 사이에서 무차별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미국에선 이미 퇴출된 약물인데도 보건당국의 소극적인 대처 탓에, 헬스 트레이너와 판매업자를 중심으로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것. 팜뉴스 저격수 ‘최기자의 그약이 알고싶다’의 첫 번째약, ‘디아나볼’의 충격적인 실체를 공개한다.

디아나볼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조상’이다. 1955년 노바티스의 합병 이전 제약사인 시바-가이기(Ciba-Geigy)사가 디아나볼을 처음 개발했다. 도핑에 대한 규제가 없던 시절, 운동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목적이었다. 1957년 미국특허를 출연했고 이듬해 상품명 ‘디아나볼’로 판매가 시작됐다.

하지만 1960년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남용이 사회적 이슈로 불거졌을 당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디아나볼의 의학적 용도를 명확히 하라는 요구와 함께 시바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다행히 1970년 FDA는 디아나볼이 폐경기 후 골다공증과 뇌하수체 결핍성 왜소증 치료에 ‘아마도 효과적(Probably Effective)’이라고 인정했다.

FDA는 입장을 뒤바꿨다. 80년대 초 디아나볼이 뇌하수체 결핍성 왜소증에 대해 "유효할만한" 효과가 있다는 결정을 철회했다. 더욱 많은 데이터를 달라고 시바사를 압박한 이유다. 시바사는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고 결국 디아나볼은 1983년 미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문제는 이미 퇴출된 디아나볼이 국내 시장에서 ‘벌크업의 대명사’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선 ‘해외직구’ 형태로 디아나볼을 판매 중이다. 심지어 판매업체는 ‘건강기능식품’이란 이유로 개인통관고유번호까지 요구하고 있다. 부작용이나 의약품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디아나볼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난 8일 팜뉴스는 SNS를 통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판매업자 A씨와 접촉했다. “디볼(디아나볼)을 구매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낸 순간, “디아나볼은 벌크업에 좋다. 100정당 6만원이다”라는 답변이 도착했다.

그러면서 “디아나볼은 정말 좋은 약이다. 어떠한 위험성이 있더라도 부작용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계열 약들은 부작용 가능성이 낮다. 디아나볼이 부담스러우면 다른 제품을 추천해주겠다”고 구매를 적극 권유했다.

하지만 약사사회에서는 디아나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의 이동근 팀장은 “디아나볼은 미국에서 이미 퇴출된 의약품이다. 간손상, 성기능장애 뿐아니라,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유발 위험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부작용은 약을 끊으면 어느 정도 호전이 되지만 심근경색은 유발 직후 바로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아나볼 같은 호르몬제가 미국 시장에서 퇴출된 이유가 있다. 심근경색으로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며 “심장질환은 부작용이 발생하면 다른 질환에 비해 살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낮다. 전세계 어느 나라의 규제기관에서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부작용이다. 널리 유통되는 것이 우려스러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디아나볼의 가장 치명적인 부작용이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이란 뜻이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 카페에서는 심혈관계에 대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게시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유명 헬스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4주차 때부터 디아나볼을 먹은 이후에 왼쪽 가슴이 눌리는 듯한 통증이 있다. 운동할 때도 힘이 들어가면 아파서 집중이 되지 않을 정도다. 5일째 계속되는데 괴롭다”고 밝혔다. 다른 회원 역시 “디아나볼을 먹고 혈압이 높아지면 심장의 펌프질이 올라간다. 심장 통증이 심해서 다른 약을 먹고 겨우 살았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식약처는 디아나볼의 국내 유통을 수수방관 중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디아나볼은 불법 의약품이다”며 “약국 외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은 전부 불법이다. 사이버조사단이 불법 의약품 유통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서 고발조치하고 있다. 다만, 세관을 뚫고 들어와서 쇼핑몰이나 SNS에서 판매하는 행위를 전부 잡아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대응은 차원이 다르다.

FDA는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테스토스테론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심근경색, 인성 변화, 불임 등 부작용이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해왔다. AAS 약물들이 운동선수와 보디빌더를 비롯해 성인은 물론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일반 남성들 사이에서 남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FDA는 나라의 규모가 크고 의약품 오남용 사례에 대한 데이터도 누적돼있다”며 “부작용이 나타나면 피드백을 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역사가 부족하다. 우리는 약국 외에서 판매하는 것은 전부 불법의약품이라는 입장이다. 디아나볼의 심혈관계 부작용에 대한 별도의 공지를 하면 오히려 홍보효과가 나타나면서 불법적인 행태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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