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 업무보고의 화두는 단연 ‘인보사케이주’였다. 보건복지위원들의 질문세례는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 책임론에 집중됐다. 심지어 이의경 식약처장와 관련된 의혹마저 터져나왔다. 하지만 처장 개인을 향한 질의가 집중되면서 업무보고의 본질은 흐려졌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시작 10분 전, 보건당국 수장들의 표정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김승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웃는 표정으로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뒤늦게 도착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얼굴도 밝았다. 하지만 그때 웃지 못하고 있는 유일한 기관장이 있었다. 바로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다.

 

사진=(왼쪽)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승택 원장과 (오른쪽)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이 지난 12일 열린 국회 업무보고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에 웃고 있다. 

‘복선’이었을까. 기관장들이 업무보고를 모두 마친 10시 30분경,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이의경 식약처장을 향해 “코오롱생명과학이 심평원에 신청한 약제평가 신청서에 첨부된 인보사의 건강보험 등재 필요성 및 경제성을 담은 연구결과 보고서의 작성자가 이의경 처장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처장이 인보사의 직접적 책임자 연구자였다. 인보사 사태 대응과정에서 자기권한을 가지고 개입한지 판단해야 한다. 검찰 수사는 별개로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소하 의원이 목소리를 높일수록 이의경 처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순간 회의실 밖 식약처 직원들의 표정도 굳어버렸다.

이의경 처장은 “연구는 인보사와 무관하다. 의혹도 없고 추후에 문제가 생기면 사퇴하겠다”며 “연구는 심평원의 경제성 평가 가이드라인에 의해 객관적으로 수행한 연구결과다. 기업의 사사로운 이해관계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업무보고 초기부터 ‘사퇴’라는 키워드가 식약처장의 입을 통해 나온 것.

 

사진=(왼쪽)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오른쪽)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왼쪽)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오른쪽)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두번째 타자’로 나선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인보사케이주의 허가 과정에서 2차 중앙약심 회의의 위원 구성이 바뀐 점에 대한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그는 “2차 위원들은 기업대표를 겸직한 친기업 성향의 분들이 잔뜩 모였다”며 “김선영 대표(구 바이로메드) 대표는 2차 중앙약심에 참여했는데 코오롱생명과학의 김수정 상무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같은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직장에서 8년 동안 근무했다”며 “강창률 대표도 셀리드 대표다. 김선영 대표와 벤처기업을 창업한 멤버였다. 2차 중앙약심위에 참여한 위원중 업체 대표를 겸직한 사람들이 인보사 허가에 결정적으로 관여했다. 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인보사를 허가해 준 2차 중앙약심에서는 1차 심의에서 반대했던 위원 3명이 불참하고 새롭게 참여한 5명에 ‘친기업 성향’ 인사가 다수 포함됐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이의경 처장은 “2차 약심위 구성은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공정하게 구성됐다. 다른 의도를 가지고 특정 전문가를 배제하거나 참여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의경 처장의 긴장한 모습은 역력히 드러났다.

물론 ‘인보사의 화살’이 이의경 처장만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인보사 R&D 개발사업 현황을 보니 총 148억 2500만원이 투입됐다”며 “복지부 단독 지원 규모만 95억1,000만원이고 산자부까지 200억원이 넘는 혈세가 지원됐다. 복지부 지원금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식약처를 향해 줄곧 제기됐던 ‘책임론’이 방향이 보건복지부로 선회한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대처는 차분했다. 그는 “부처간 협의를 통해 환수를 추진 중”이라며 "최근 과기부와 같이 지원한 82억원은 최근 연도부터 환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인보사에 투입한 R&D 지원금액을 부처 합동으로 환수 절차를 밟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바른미래당 장정숙 의원은 ‘식약처 면피론’을 제기하면서 ‘창끝’을 다시 이의경 식약처장에게로 돌렸다. 그는 “제출된 자료가 허위였단 사실로 코오롱에 책임을 다 돌리고 있다.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의경 처장이 “개선해나가겠다”고 답했지만 장 의원은 “개선해 나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해외에 있는 인보사 환자 약 100명에 대한 추적관리를 하고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의경 처장은 “열심히 추적관리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장 의원은 “자체 조사 결과, 식약처가 파악한 해외환자가 한명이었다. 열심히 추적관리한다는 것은 변명이다”고 말했다. 장정숙 의원이 ‘부끄러움’과 ‘면박’이란 단어를 꺼낸 순간 이의경 처장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문제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이의경 처장 개인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지나치게 집중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 시스템에 향한 의원들의 질의가 실종되고 말았다. 최도자 의원은 2차 질의에서 “코오롱이 부도가 날 경우 국가가 환자 조사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며 “처장이 개인적으로 책임질 것인가”라는 질문(?) 아닌 질의를 했다.

인보사와 관련된 처장 개인을 향한 ‘악마만들기’식 질의가 오히려 식약처와 코오롱의 책임론을 흐리는 효과를 가져온 것. 동시에 문재인 케어, 메디톡스 등 다른 현안에 대한 질의 역시 부각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건강보험 보장률 강화 정책인 문재인케어를 시행한지 2년이 됐고, 복지부 중간평가를 보면 '3,600만명, 2조 2,000억원 혜택'이라고 홍보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실상을 보면 문케어 성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건보 급여화 수혜자 3,600만명 중 선택진료비가 폐지된 사람만 2,000명이 넘는데, 이같은 정책이 이미 박근혜정부에서부터 추진됐다는 것.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메디톡신 임상시험을 수행했던 연구소장인 김모 교수가 아내 이름으로 주식 2000주를 사고 이득을 얻었다”며 “허가권자와 연루되어 있는 당시 독성연구원장(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도 차명으로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허가 당시 양모 식약청장 역시 조카 이름으로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주요 결정권자들이 이해관계로 얽혀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업무보고 당시, 최근 메디톡스를 향해 불거진 멸균작업 의혹에 대한 유일한 의혹 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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