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제약사들 사이에서 ‘할랄 인증’이 열풍이다. 무슬림 국가들에서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전체 인구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무슬림의 신뢰를 얻어 20억명에 달하는 무슬림 시장의 공략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인도네시아 치카랑 산업단지에 위치한 CKD-OTTO 항암제 공장 전경 [사진=종근당 제공]
인도네시아 치카랑 산업단지에 위치한 CKD-OTTO 항암제 공장 전경 [사진=종근당 제공]

최근 종근당은 국내 제약사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서 항암제 생산공장의 ‘LPPOM MUI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 품목허가를 받고 곧 생산 돌입 예정인 항암제 ‘젬시타빈’과 ‘파클리탁셀’ 두 품목도 할랄 인증을 받아 국내 제약사로는 최초로 자체 개발 할랄 인증 항암제 생산 제약사 타이틀도 얻었다.

2015년 현지 제약사 오토와 합작법인 CKD-OTTO 설립하고 2016년 치카랑 산업단지에 항암제 생산공장을 착공한지 불과 3년여만에 이뤄낸 성과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할랄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만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종근당은 향후 항암제 생산공장에서 추가적으로 생산할 다른 항암제 품목의 할랄 인증 획득 발판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종근당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는 대웅제약과 동아에스티도 할랄 인증 획득을 준비하고 있다. 2012년 현지 바이오업체 인피온과 손을 잡고 인도네시아 최초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대웅인피온’을 설립한 대웅제약은 올해 안에 할랄 인증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도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 제약사 컴비파와 공동 투자해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PT 컴비파 동아 인도네시아’를 짓고 동남아시장 공략에 나섰다.

LPPOM MUI(울라마 위원회/식품·의약품·화장품 평가 기관) 할랄 인증은 인도네시아의 유일한 공식 할랄 인증 마크로 획득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무슬림 인구가 절대 다수인 다른 국가의 소비자와 바이어들에게도 그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LPPOM MUI 할랄 인증이 의무는 아니지만 오는 10월부터 할랄제품보장법이 시행됨에 따라 그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약 2억3,500만명 전체 인구의 87%)이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할랄 제품의 선호도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법에 따라 비할랄 제품이라는 표시가 명확해 질 경우 할랄 제품의 경쟁력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부가 2017년 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 육성 로드맵을 내놓으며 관련 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전국민 건강보험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할랄 인증 의약품의 경우 수요와 몸값이 더욱 급등할 것이란 분석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2년 50조9,840억 루피어(약 4조원)에서 2018년 143조6,390억 루피어(약 11조원)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감안했을 때 시장은 더 빠르게 볼륨을 키워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따라서 이러한 흐름에 제대로 편승하기 위해서는 할랄 인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큰 산을 넘은 종근당은 우선 인도네시아 항암제 시장에서 1,300억원 규모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세포독성 항암제 시장 안착에 집중하면서 향후 전 세계 이슬람 국가 의약품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초 토대를 단단히 다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베로탁셀주, 벨록사주, 젠탄주 등 3개 항암제의 품목허가 및 할랄 인증도 연내를 목표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할랄 인증을 위해 LPPOM MUI 한국지사에서 관련 자료와 정보를 제공받아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향후 항암제 생산공장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대다수 직원이 무슬림이기 때문에 공장 내에 예배실을 마련해 종교활동에 제약이 없도록 신경을 썼고 라마단 기간의 생산 물량 수급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한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해 놓은 상태다. 앞으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매출 확대는 물론 기업 이미지 제고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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