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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문케어…"악법도 이런 악법 없다" 격분
거꾸로 가는 문케어…"악법도 이런 악법 없다" 격분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07.1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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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시력 마저 떨어지길 기다리는 황반변성 환자들, 왜?
산정특례 조건, 발병 3개월 이상에 교정시력 0.2 이하만
복지부, 올 1월 산정특례 등록기준 강화…“문케어의 배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보건복지부가 노인성 황반변성에 대한 산정특례 적용 기준을 강화하자 환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상당수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보건 당국은 소극적인 입장이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배신’을 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반변성은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신경조직인 황반부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시력이 감소하거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을 보인다.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다. 황반변성 환자들이 그동안 산정특례 제도의 혜택을 받아온 이유다.

산정특례는 값비싼 의료비 때문에 고통을 겪는 희귀난치성 환자들을 위해 정부가 본인 부담 진료비를 경감해주는 제도다.

문제는 복지부가 올해 1월 고시를 통해 ‘습성나이관련황반변성의 산정특례 등록기준’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질환 발병 3개월 이상에 교정 시력 0.2 이하인 경우에만 산정특례 적용도 가능해진 것.

하지만 환자들은 이 같은 복지부의 고시를 두고 ‘문케어의 배신’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황반변성 환우회 조인찬 회장은 “독소조항이 들어가서 많은 환자들이 산정특례 혜택에서 배제됐다”며 “황반변성은 발병 즉시 급속도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한 달 만에 시력이 0.2 이하로 떨어져도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 이런 법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황반변성이 발병하면 더 이상 시력이 나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항체주사를 주기적으로 맞아야 한다. 진료비 부담이 가장 늘어나는 시기다”며 “빨리 치료해서 시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산정특례를 위해 시력이 떨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조기치료를 못하도록 막는 게 문재인 케어인가, 이런 악법도 없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황반변성 환자들은 발병 후 첫 3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매달 1회씩, 이후 1~2개월마다 1회씩 항체주사를 맞아야 한다. 주로 쓰이는 황반변성 치료제는 한국노바티스의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와 바이엘코리아의 아일리아(애플리버셉트)다. 루센티스와 아일리아의 약가 상한액은 각각 82만8166원, 79만2163원으로 산정특례를 적용받은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은 약 8만원 대다. 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산정특례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들은 질환 발병 초기, 상당한 약값 부담에 시달려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기존 환자들 역시 ‘질환 발병 3개월 이상, 교정 시력이 0.2 이하인 경우’의 조건을 충족해야 산정특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정특례 기간은 5년. 5년 후 만기가 되어 재등록을 위해서는 재검사를 해야 한다. 산정 특례 범위 축소로 수많은 황반변성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이 급증할 수 있는 이유다.

황반변성 환자 박 아무개 씨(75)는 “복지부가 산정특례를 해주지 않겠다는 얘기”라며 “발병 3개월 이후에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심한 환자는 주사를 한달에 3번도 맞고 그 이후 CT로 계속 확인해야 한다. 진료비를 매번 내야 하는데 이제 시력이 0.2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 한다. 돈 없으면 "장님 되라"는 소리로 들린다”고 밝혔다.

때문에 황반변성 환자의 분위기는 ‘폭발 직전’이다. 7월 1일 청와대 청원인 A 씨는 “거꾸로 가는 문케어”라는 제목의 청원글에서 “산정특례가 안되면 병원의 종류에 따라 환자가 30~60%의 본인부담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특히 황반변성은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국가가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의무를 다하지 않고 오히려 혜택을 줄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보건당국이 이같은 조치를 내린 이유는 뭘까.

익명을 요구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산정특례 위원은 “이번 고시에 환자들의 치료를 제한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건보공단 측은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황반변성을 요양병원으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 건보재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쪽으로 나가는 재정 지출이 어마어마했다는 뜻”이라며 “때문에 공단이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황반변성 환자들에 대한 산정특례 대상 축소 조치를 시행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건보공단 측은 이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재정 지출 때문은 아니다. 전문가 자문 결과에 따른 결정이다. 다만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산정 특례 등록 기준에 대해 개선을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역시 건보공단의 입장과 다르지 않았다.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이번 고시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서 전체적으로 정비한 것이다. 재정적인 문제와 관계가 없고 보장성 강화에 역행하는 정책도 아니다. 하지만 환자들의 민원이 접수됐기 때문에 산정 등록 기준 완화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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