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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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제와 과립제에 대한 가루조제도 이달부터 수가 산정에 포함됐다. 약사사회는 정당한 업무 대가를 인정받았다는 것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루약 조제에 따른 의약품 안전성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만큼 이제는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제에만 가능했던 가루조제 수가 산정이 이달부터 캡슐제와 과립제로 확대 적용됐다.

일선 약국가들은 정부가 약사들의 가루약 조제에 대한 어려움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일단 나쁘지 않은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수가 확대로 정작 지양해야 할 가루약 처방 행태가 더욱 공고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의 경우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가루약 처방을 거의 하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는 환자가 먹기 불편하다고 하면 너무 쉽게 가루약 처방을 내린다는 지적인 것.

이러한 처방 행태가 오랜기간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만큼 이제라도 개선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조제 시 참고 사항’에 가루약 조제 여부가 표시돼야 있어야만 수가를 받을 수 있게 돼 있는데 이를 의사의 자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의사들이 협조해야 할 만한 유인책이나 강제력이 없어 약사들이 요청하더라도 무시당하기 십상이고 자신들의 가루약 처방에 대한 책임감도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가뜩이나 안전성 부분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은데 570원을 더 받겠다고 의사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굴욕적이라는 게 상당수 약사들의 하소연이다.

서울지역 A약국장은 “연하곤란을 겪고 있는 노령층이나 소아일 경우 정제를 대체할 만한 다른 제형이 없다면 가루약 처방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다만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가루약 처방이 너무 쉽게 나오는 게 사실이다. 특히 수개월 분의 약을 한꺼번에 처방받는 경우가 가장 큰 문제다. 환자들이 약을 보관하는 환경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장기간 약을 방치했을 때 예상되는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특히 소아에 대한 가루약 처방 관행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 병·의원의 경우 정제를 대체할 시럽과 같은 다른 제형의 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가루약을 쓰게 하거나 정제와 시럽제의 성분이 겹치게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경기지역의 B약국장은 “소아 환자의 산제 처방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보호자들은 가루약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약 한 알을 갈아 20포지로 나눠야 하는데 솔직히 이게 가능하다고 보나. 포지 하나당 여러 약들이 동일하게 분포됐는지는 누가 확신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모 약대 교수도 소아 대상 가루약 처방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ADM(흡수, 분포, 대사, 배설)을 확인하게 되는데 분쇄할 경우 이 모든 수치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이라며 “소아에서 약의 흡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경우 간이나 신장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의사들의 경험에 의존한 허가 외 처방이 지금처럼 묵인되고 있는 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식약처 측은 의약품 허가 시 용법·용량대로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이지만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고려해 허가 받은 제형과 다른 방식으로 처방을 하는 것인 만큼 약의 효능·효과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의사의 허가 외 처방 재량권을 어디까지 허용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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