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약품 R&D 투자를 대폭 줄였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최근 5년간 연구개발 비용이 늘어나긴 했지만 이는 민간의 대폭적인 투자 때문이지 정부는 오히려 3년 전에 지원액을 절반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해당 통계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한 일선 제약업계에서 인용, 활용되고 있다.

이 출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의료 R&D 통계’ 보고서로, 지난 5일 본지가 보도한 <韓 R&D 투자 스위스 역전, 실화?…‘못믿을’ 진흥원 통계>에서도 언급된 자료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13개 제약사가 의약품 R&D에 투자한 비용은 총 1조7,694억2,200만원이었다. 전년도 1조5,428억원에 비해 2,266억1,700만원이 늘어난 규모다. 2012년 151개사에 투자된 1조2,339억9,100만원 이후로도 꾸준히 기업수와 비용 모두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는 민간 제약사들이 자발적으로 R&D에 대한 투자를 늘렸기 때문으로, 오히려 정부는 같은 기간 지원을 대폭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정부는 2016년 전체 R&D 비용의 단 3.38% 수준인 598억9,400만원만 의약품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문제는 이 지원금이 전년도 투자액인 1,276억3,800만원(8.27%)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라는 것. 2015년 178개소보다 지원 대상 기업수가 35개소 늘었지만 지원은 반토막났다.

이같은 수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3년도부터 발표한 ‘의약품·의료기기 연구개발 실태조사(2013,2015년)’, ‘2017 제약산업·의료기기산업 분석보고서(2016년)’에 기반한 것으로, 제약사는 한국표준산업분류(KSIC-9) 기준 의약품 또는 의료기기 제조업에 해당되면서 기술개발촉진법에 의한 기업부설연구소 및 연구개발 전담부서를 보유한 기업체를 대상으로 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정부의 의료기기 업체에 대한 지원은 늘었다. 2016년 총 투자액 5,722억6,300만원 중 정부의 지원은 14.69%인 840억4,200만원으로 전년도 628억4,100만원(14.01%)보다 늘었다. 기업 수는 2015년 708개소에서 2016년 519개소로 줄어든 데 비해 지원은 더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보건산업진흥원은 의약품에 대해서만 R&D 비용이 급격히 줄었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

진흥원 측은 수치의 오류는 없다고 분명히 했으며 보건복지부 역시 그해에 이렇다 할 지원금 감소의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의약품 등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은 계속 늘려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같은 보고서의 ‘(신)과학기술표준분류 대분류별 정부 R&D투자 현황’에서는 정부의 R&D비용은 연평균 4.04% 증가하는 추세로,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지원 역시 8.19% 증가하고 있다.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액만 2017년 1조6,372억원으로 전체 정부의 R&D 투자액의 8.44%였다.

이중에서도 ‘의약품/의약품개발’ 분야에 대한 정부 R&D 비용은 2017년 3,353억원(20.48%)으로 전년도 2,958억원보다 많은 연평균 3.54%의 증가율을 보였다.

 

≫ ‘보건산업진흥원’ 이름만 믿고 인용…혼란만 가중

문제는 이렇게 상반된 R&D 투자 현황을 보여주고 있는 해당 보고서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했다는 이유로 일선 제약업계에서 인용,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오늘(8일) 발간하기로 예정된 KPBMA Brief 제18호 보고서에 수록된 <신약개발 분야에서의 국가 R&D 투자와 기업 지원의 시사점> 자료에 문제의 해당 보고서 중 일부가 인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에는 정부가 산업별로 R&D 예산을 얼마나 투입했는지, 연구수행기관에 따라 얼마의 예산을 지원했는지, 신약개발분야에 지원금이 얼마나 되는지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약바이오협회 정보분석팀은 NTIS(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시스템) 결산 자료 원문을 분석하는 것 이외에 진흥원의 보건의료 R&D 관련 기초통계자료를 함께 반영했다.

제약바이오협회 정보분석팀은 “NTIS의 자료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하였지만, 정부기관이 아닌 개인의 반출 정보의 한계로 인한 오류 검증 문제 등을 감안해 공신력이 있는 진흥원 보고서를 일부 인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흥원 보고서상의 수치 차이 및 정부의 보건의료산업 지원 정책과 상반된 데이터가 산출된 경위에 대해서는 명백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시스템과 진흥원 조사는 그 기준과 대상, 방식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는 만큼 보고서를 작성, 발간할 때에는 검증이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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