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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줄세우기’에 중소제약사 ‘버릴 카드’ 만지작
제네릭 ‘줄세우기’에 중소제약사 ‘버릴 카드’ 만지작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07.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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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째 복제약은 ‘사망선고’…“하위 제약사 생존 방법 없다”
같은 약 다른 가격, 죽음의 숫자 ‘21’…업계 위기감 고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복지부가 최근 제네릭 개편안을 행정 예고하고 복제약 ‘줄 세우기’에 나서자 제약업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1번째 복제약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다는 반응이다. 대형제약사는 물론 중소제약사도 너나할 것 없이 보건 당국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긴장감이 극에 달한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2일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제약사의 노력에 따라 약값을 차등으로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으로, 직접생동과 원료등록 2가지 요건을 전부 충족하면 오리지널의약품 가격의 53.55%로 가격이 매겨진다. 둘 중 하나만 충족하면 45.52%의 약가를 받는다.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으면 약가는 38.69%에 그치게 된다.

이는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제네릭 개편안 내용과 크게 차이는 없지만 복지부의 행정예고 이후 중소 제약업계는 차원이 다른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한 중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을 마친 제네릭을 원개발사로부터 사오면 생동성시험이 면제가 됐다. 그만큼 생동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제네릭 개발사에서 생동성시험을 거쳐 승인을 받았더라도 다시 생동을 해야 한다. 합격을 받았던 의약품이 다시 불합격이 나올 수도 있다. 점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제네릭이라도 생동성시험을 진행할 때마다 다른 약효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중소제약사들이 자체생동에 대한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소제약사들이 최근 ‘제네릭 선별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까닭이다.

앞서의 중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시중에 나온 제네릭 중에 ‘버릴 카드’를 고르고 있다”며 “시장에 진입했는데 판매가 늘지 않는 제품이라면 이제는 생동시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약가가 깎여도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면 그냥 놔두는 것이 낫다. 하지만 선별 작업 자체가 어렵고 까다로운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는 곧 매출 규모가 작은 중소제약사들이 일부 품목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뜻이다.

중소제약사들이 압박감을 느끼는 숫자는 ‘20’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21번째 복제약은 20개 제품 중 최저가의 85%, 22번째는 21번째 가격의 85%을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 등재 순서에 따라 21번째부터는 요건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약가가 차등적으로 떨어지는 방식이다.

다른 중소형 제약사 관계자는 “제네릭 개편안으로 상위 제약사들은 웃을 수 있다. 하지만 하위 제약사들에게는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같다”며 “제네릭을 순서대로 줄 세워서 값을 주는 조건이 ‘직접 생동’이라면, 하위 제약사들은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직접 생동 여건도 갖추지 못했을뿐더러, 생동 비용을 절약한 돈으로 영업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대형 제약사들의 표정은 어떨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제네릭 개정안이 ‘대형제약사=유리, 중소제약사=불리’라는 도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 제약사 한 관계자는 “직접생동을 제약사별로 전부 하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우리가 생산한 제품을 중소제약사가 팔기도 한다. 반대로 대형제약사도 타사의 제품을 가져다가 판다. 대형제약사와 중소제약사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얘기다. 직접생동을 해야 한다면 대형제약사 입장에서도 멀쩡한 돈이 추가로 들어간다. 그만큼 매출이 떨어진다. 대형제약사가 수혜를 본다는 것은 억지 논리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당국은 그동안 제네릭 개선안에 ‘유예기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직접 생동에 대한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구축될 것이란 입장을 견지해왔다. 공동생동의 전면 폐지까지 약 3년의 준비기간이 있다는 의미다.

이는 지금까지 중소제약사들에게만 불리한 조건으로 이해됐지만 대형 제약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제약사도 CRO에 생동시험을 맡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3년의 유예 기간 동안 자체 생동 여력을 갖출 제약사는 없다. 대형사들도 CRO 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있지 않다. 정부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정부가 대형제약사들마저 CRO에 생동을 맡기고 있는 현실을 경시하고 직접생동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는 비판인 것이다.

업계의 위기감이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제약바이오협회 측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발사르탄 사태로 촉발된 제네릭 규제의 흐름을 피할 수 없다”며 “회원사들의 입장을 규제 당국에 최대한 전달해왔지만 최종정책은 복지부가 정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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