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치오리안 박사(美 버지니아 메이슨의료센터)

궤양성 대장염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해 평생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효과와 복약편의성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기존 주사제형의 생물학적제제 경우 침습적인 투여로 인한 삶의 질 저하와 면역원성에 의한 이차적 약효 소실과 같은 한계점이 존재했다. 이런 가운데 JAK 억제제 ‘젤잔즈’가 최근 중등도-중증의 궤양성 대장염에서 항TNF제제와 동등한 차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급여를 인정 받으면서 통상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하루 두번 경구 복용으로 주사제에 대한 환자들의 거부감을 일정 부분 해소했다는 데 높게 평가받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 메이슨 의료 센터 소화기 질환 연구소 염증성 장질환 센터 마이클 치오리안(Michael Chiorean) 박사를 만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 바라본 젤잔즈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미국 버지니아 메이슨 의료 센터 소화기 질환 연구소 내 염증성 장질환 센터 마이클 치오리안(Michael Chiorean) 박사
미국 버지니아 메이슨 의료 센터 소화기 질환 연구소 내 염증성 장질환 센터 마이클 치오리안 박사

≫ 궤양성 대장염, 어떤면에서 미충족 수요가 높은지 말해달라.

궤양성 대장염의 치료 기준은 환자의 중증도에 의해 결정된다. 경증 환자의 경우 소위 계단식 치료, 즉 ‘스텝 업(step-up)’ 방식을 이용, 순한 약부터 시작해 점차 강도 높은 치료제를 사용하는 방식을 택한다. 반면, 중등도나 중증 환자의 경우 ‘톱 다운(top-down)’ 방식으로 처음부터 빠르고 강한 효과를 보이는 약제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20년 전 생물학적제제가 등장하기 전에 비해 치료 성공률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등도-중등의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의 절반 정도가 생물학적제제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 환자의 경우 치료를 지속하다가 반응이 없으면 결국 대장 절제술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 대장 절제술을 받는 환자 수는 생물학적제제 등장 전과 후에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는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생물학적 제제의 대부분은 일정 시간 사용하게 될 경우 효과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반응률의 소실이 나타나기도 한다.

≫ 기존 치료 전략의 한계점이 노출됐다. 젤잔즈 등장이 갖는 의미를 설명해달라.

젤잔즈가 등장하기 전에는 중등도-중증의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던 치료 옵션은 생물학적제제가 유일했다. 이는 대부분은 주사제로, 형태가 피하주사든 정맥주사이든 결국 ‘바늘’을 이용해 환자들이 약을 투여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또 생물학적제제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세포나 단백질을 환자에게 주입하는 만큼 이로 인한 환자의 과민 반응 발생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무엇보다 약에 대한 항체가 생성되는 경우 반응이 상당히 빨리 소실된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고가라는 단점도 존재했다.

젤잔즈의 경우 이러한 단점에서 상당히 자유롭다는 게 강점이다. 젤잔즈는 소분자 물질 약물인 만큼, 과민 반응(hyper-sensitivity)이나 면역 반응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효과가 상당히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유도요법과 유지요법을 한 번에 시작할 수 있는 치료제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경구제제인 만큼 환자의 편리성도 높다.

≫ 초기부터 젤잔즈를 처방할 경우 어떤 이점이 있는지 설명해달라.

젤잔즈의 등장으로 스테로이드 사용 없이도 환자를 치료하는 개념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스테로이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젤잔즈가 기여할 수 있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임상 연구에서도 젤잔즈는 스테로이드 못지 않은 빠른 효과를 증명했다. 일부 환자들에서는 3일 이내 효과가 나타난 게 확인됐다. 이 외에도 기존에 사용되던 면역조절제나 소분자 물질, 저분자 물질, 티오푸린(thiopurine) 등에 비해 젤잔즈가 신속한 효과를 낸다는 연구도 있다.

예를 들어 ‘스텝 업’ 치료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환자가 스테로이드에는 반응했지만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거나 티오푸린(thiopurine) 등 항류마티스 제제에 적절한 효과를 보이지 않을때는 젤잔즈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생물학적제제로 치료받은 적이 없는 환자들에서도 젤잔즈는 더 적은 용량으로 효과를 보이는 게 확인됐다.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맞춤 치료(tailoring)’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젤잔즈의 이점이 상당하다.

이 외에도 젤잔즈는 여러 측면에서 현재의 생물학적제제를 대체할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이나 장 외 다른 신체 부위에도 궤양성 대장염 질환의 양상을 보이는 경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젤잔즈는 궤양성 대장염으로 인해 촉발된 다른 신체 부위의 염증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 포도막염 또는 피부 관련 질환 양상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 젤잔즈, 치료 후 유지요법 ‘원스톱 치료’ 가능한가?

현재 급성이면서 증상이 중증인 환자의 경우 생물학적제제로 치료받은 적이 없다면 인플릭시맙이 처방되고, 치료 경험이 있다면 사이클로스포린을 사용한 치료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젤잔즈가 궤양성 대장염에 적응증을 허가 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해당 환자들에게 적용한 데이터가 많지 않은 건 사실이다. 현재 여러 센터에서 이 같은 환자들에 대한 치료 케이스가 발표되고 있다.

다만 사이클로스포린은 유지요법제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치료 후 유지요법 전환시 약제 선택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젤잔즈는 유도요법과 유지요법 모두에 ‘원스톱 치료(one stop)’가 가능하다는 케이스가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을 논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케이스 스터디나 임상 연구를 통해 유효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 실제 임상 케이스 중 기억에 남는 경험을 공유해달라.

젤잔즈의 강점으로는 편리성과 빠른 효과다. 이전까지 경구제제이면서 효과가 이렇게 우수했던 약은 없었다. 기존 치료제의 경우 몇 주가 지나야 효과가 나타났던 반면 젤잔즈는 며칠 만에 효과를 낸다.

실제로 기존 항TNF 제제에서 약효를 보지 못하고 병용요법까지 모두 실패해 남은 옵션이라곤 수술이 전부였던 환자가 있었다. 환자가 마지막으로 약물 치료를 한 번 더 희망해 젤잔즈를 처방했다. 첫 2주간은 차도가 없었으나 투약을 한 달간 지속한 결과 치료를 마치는 시점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치료 전에는 하루에 15번 가량 화장실을 가야했던 중증 환자가 젤잔즈 처방 후 화장실을 하루 세번만 가도 될 만큼 빠르게 호전된 사례다.

의료진 입장에서 이점 또한 상당하다. 이전의 개념으로는 점막 치유, 최근 개념으로는 내시경적 관해로 일컬어지는 효과를 젤잔즈가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젤잔즈 치료 후 환자의 장을 내시경으로 관찰했을 때, 치료 전에 비해 치료 후 장의 상태가 상당히 호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임상적 이점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스스로 느끼는 컨디션보다는 실제 내시경으로 확인된 환자의 장 상태 개선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즉, 증상 개선이 장기적으로 잘 유지가 될 수 있는가는 환자의 장이 얼마나 많이 치유돼 있는지가 관건인 만큼 내시경적 반응이 상당히 중요하다. 젤잔즈의 경우 이러한 점에서 치료 후 개선이 보여 매우 인상깊다.

≫ 앞으로의 처방 패턴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측한다면?

대학 병원과 같은 3차 의료기관에서 선제적으로 활발히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무래도 3차 의료기관의 경우 이전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주로 방문해 치료받는 곳인 만큼 더이상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없거나 치료적 한계에 도달한 3차 기관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젤잔즈가 치료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후발적으로는 젤잔즈의 약효를 실제로 경험한 환자와 의료진의 입소문에 의해 1차, 2차 의료기관으로 처방이 확대되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실제로, 외국에서도 3차 의료기관을 방문해 젤잔즈를 처방받을 만한 환자의 경우 질환 증상이 상당히 좋지 않기에 환자 뿐 아니라 의료진 조차 젤잔즈 치료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인 상태로 치료를 시작한다. 그러나, 실제로 젤잔즈를 처방하고 효과를 직접 경험하고 난 후에는 환자와 의료진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한국에서도, 3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초기 사용이 시작 되고 직접 효과를 본 환자와 의료진들이 경험을 공유하며 처방이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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