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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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부신피질호르몬제 관련 통계를 발표하자 의료계 내부에서 스테로이드 과다 처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스테로이드 처방을 무분별하게 늘린다는 지적이다.

스테로이드는 ‘만병통치약’에 가까울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약제다. 코르티솔 같은 부신피질 스테로이드는 각종 염증을 가라앉히고 신경의 부종을 막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단순히 근육을 키우기 위해 남용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8년도 급여의약품 청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부신피질호르몬제 입원과 외래 처방률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부신피질호르몬제의 전체 처방률은 10.21%였지만 2018년엔 10.74%를 기록했다. 입원(18.8%)과 외래(10.6%) 처방률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사는 “부신피질호르몬제 처방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의사들이 스테로이드제 투여를 많이 한다는 의미”라며 “코르티솔 스테로이드는 관절염 등 통증을 유발하는 모든 염증에 쓰인다.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활동량이 늘어나면 염증이 유발되는데 부실피질호르몬이 인체로 들어가면 백혈구가 일을 쉰다. 스테로이드가 염증이 줄어들면서 통증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도 존재하는 법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코르티솔 스테로이드 처방량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정형회과 의사는 “노인인구가 많아지면서 부신피질호르몬 처방이 증가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일부 의사들이 수익을 위해 공격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쓰고 있다. 스테로이드는 급성기 효과가 크다. 통증도 좋아지고 입맛도 돌아온다. ‘반짝’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과다 처방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작용이 문제다. 단순히 국소적으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뿐 아니라 합성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을 필요이상으로 경구 투여할 경우 전신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장기적으로 면역기능이 저하되면서 쿠싱신드롬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스테로이드가 과다 투여되면, 신체의 항상성이 파괴된다. 환자가 원하는 질환을 치료하려다 예상치 못한 내분비 장애, 심혈관질환 등 각종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는 까닭이다. 스테로이드를 과다 투여 받은 환자들의 몸에 비정상적으로 지방이 축적되면 얼굴이 달덩이처럼 붓는 증상을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쿠싱증후군이다.

앞서의 약사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며 “스테로이드 때문에 얼굴이나 살이 붓는 경우다. 주로 노인들이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할 때 겪는 증상이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스테로이드제 과다 처방의 주요 원인은 뭘까. 앞서의 의사는 “운동선수가 약물에 빠지는 것처럼 의사들도 스테로이드에 유혹을 느낀다. 처방 직후 증상이 바로 좋아지기 때문이다”며 “의사들이 용하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집중적으로 쓴다, 그렇게 환자들 사이에 유명세를 탄 뒤에 병원을 매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약사는 “개인병원은 수술적 치료가 아닌 약물치료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방법이다”며 “스테로이드는 효과가 가장 단기간에 나타나는 약제이기 때문에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서로 수익을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원급 중심으로 스테로이드 과다 처방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스테로이드의 ‘대체제’는 없을까. 앞서의 약사는 “염증완화 목적으로 나온 치료제는 NSAIDs와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들과 스테로이드제뿐이다”며 “스테로이드가 염증 완화에 필수적인 의약품이라는 뜻이다. 대체재가 없다는 측면에서 부작용이 있어도 스테로이드제를 쓸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과다 처방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1차 보건의료 시스템의 확립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앞서의 의사는 “환자들이 닥터 쇼핑을 다니면서 스테로이드를 지속적으로 처방받고 있지만 감시가 전혀 안 된다”며 “이곳저곳 다니면서 스스로를 더 위험한 상태로 만드는데 어느 병원에서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았는지 의사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처럼 1차 의료 시스템에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면 장기적으로 스테로이드 부작용 위험을 줄이면서 제대로 환자를 케어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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