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DUR 시스템을 있게 한 2003년 무좀약(케토코나졸)과 감기약(터페나딘) 복용으로 인한 사망 사건.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 전국의 모든 요양기관에서 의약품을 처방하고 조제할 때는 DUR 점검을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처방약을 복용했다가 사망하거나 생명의 위협을 경험한 사례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DUR에서 병용금기, 연령금기, 임부금기 등 8가지 항목에 대한 경고 팝업이 떴지만, 처방을 변경하는 비율은 단 11.3%(2015년 기준)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같은 이상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DUR을 현재 사전점검 수준이 아닌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른바 ‘DUR 고도화 시범사업’이다. 본지는 심평원이 오는 8월부터 시행한다는 DUR 고도화 시범사업의 토대가 될 연구보고서 <DUR 고도화를 위한 발전방안 연구 결과보고서(연구책임자 오정미)>를 단독으로 입수해 세부적으로 들여다 봤다.

≫ 처방변경률 3년새 ‘반토막’…환자 이상사례 수만건 달해

2010년부터 전국 요양기관에서 시행된 DUR은 열에 열은 참여할 정도로 높은 시행률을 기록했다. 의무화라는 법으로 참여율을 끌어올리긴 했지만 패널티가 없는 상황에서 병용금기, 연령금기 등 총 12개 항목 2266개 성분에 대한 점검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처방 변경이 필요하다는 정보를 제공해도 실제 변경이 이뤄진 비율은 2012년 20.8% 이후 계속 줄고 있다. 2013년 18.9%, 2014년 14.3%, 급기야 2015년에는 11.3%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약물부작용 후향적 분석 및 부작용 모니터링 시스템 기반 마련 연구(심평원 심사평가연구실)' 발표 자료 발췌.

이 때문인지 DUR 처방 변경이 안됐던 환자들 중에서 이상사례가 발생된 경우는 최대 수만건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 이상반응 보고자료(KAERS)를 통해 DUR 점검항목에 해당하는 약물을 사용했다가 이상반응이 유발된 사례를 조사한 결과, 노인주의 약물은 아미트리프틸린(amitriptyline), 클로나제팜(clonazepam), 다이아제팜(diszepam) 등에서 구강건조, 어지러움, 졸림, 섬망 등의 부작용 822건이 보고됐다. 이중 중대한 불구나 기능 저하 4건, 생명 위협 2건, 사망 26건도 발생했다.

이외에도 병용금기 약물의 경우 이상사례가 1,165건에 달했는데, 생명 위협 6건, 사망 58건, 입원 86건 등이 확인됐다. 임부금기의 경우는 15~49세 기준으로 총 5만722건이 발생, 생명 위협이 143건이었으며 사망한 경우도 147건에 달했다. 또한 연령금기 368건, 효능군 중복 1만4,023건의 이상사례가 발생했고 각각 사망건수만 9건, 420건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이상 사례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 실제로 처방 변경을 하지 않아 고칼륨혈증 이상, NASIDs 효능군 중복 등 임상적으로 심각한 이상사례가 발생된 건수도 상당수 드러났다.

≫ 심층 복약지도, ‘DUR 전담 약사’ 새로운 등장

이번 DUR 고도화 계획에서는 처방 변경을 직접적으로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처방 후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단 의료현장 및 약국에서 제기된 ‘팝업’의 문제점부터 개선하고 중복처방 시 위험도가 높은 정도를 등급화 해 정보가 제공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새롭게 등장할 콘텐츠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시스템의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처방전 점검을 앞으로는 환자 전체 처방이력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환자 약력 종합관리 시스템’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표] 현행 DUR 시스템의 개선방안

특히 의·약사 간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이를 아예 시스템화 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에 처방 변경 자체가 어려웠던 이유로 지적된 연락 방법의 한계를 DUR 자체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지원 기능’을 추가해 해소하겠다는 것. 이렇게 되면 의·약사 간 정보제공을 통해 점검이 이뤄진다. 이는 향후 수가 책정에도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모니터링 질환도 선정했다. 만성질환자나 알레르기에 따른 부작용이 집중 관리 대상이다.

이에 따라 약사의 역할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처방변경이 어려웠던 이유가 의사의 처방권에 방점이 컸다면, 사후 모니터링의 강화는 얼마든지 약사들의 활동에 따라 추후 처방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실제 법에서 정한 복약지도의 정보 외에도 의약품 사용에 따른 잠재적 위험 등을 환자에게 제공하는 ‘심화 복약지도’라는 용어가 이번 DUR 고도화 계획에 언급되고 있다. 또 의료기관에서 DUR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DUR 전담 약사제도’를 도입해 운영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DUR 내실화 동기부여 될 보상 기준은?

이번 시범사업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가 ‘인센티브’다.

과연 기존의 참여의무만 부과했던 DUR을 보상까지 준다고 했을 때 내실화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20개 병의원과 약국은 일정부분 인센티브가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여 방법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기하는 모양새다. 심평원측은 연구 용역에서 제시된 방안을 토대로 시범사업을 준비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DUR 고도화로 인해 실제 인센티브가 제공될지에 대해서는 확언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시범사업 방안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와 조율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DUR이 당초 해외에서 착안해 도입된 시스템이었던 만큼 해당국가에서 그러하듯 동기부여를 위한 인센티브를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 미국과 캐나다, 네덜란드, 영국 등에서는 의약품 중복처방 등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큰 틀을 같이하고 있다. 세부적인 인센티브 방법이나 기준은 다르지만, 부적절한 처방행태는 변화를 꾀하고 일정 수준의 성과를 달성한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수가보상이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그 범위에 대한 세부적인 의견도 제시됐다. 우선 사전 점검 시 처방변경이 이뤄진 정도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겠다는 것. 팝업창이 발생했을 새로운 행위가 생길 경우 그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다.

때문에 새롭게 생겨나는 행위인 사후활동들은 모두 보상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보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 행위들이 실제 실행됐다는 게 기록되고 확인돼야만 한다. 즉, 의·약사간 소통과 조치에 대한 모든 과정을 기록한 점검표를 만들거나 프로그램화 하면 평가에 따른 보상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심평원은 기존 행위와 새로운 행위에 대해 모니터링을 장기적으로 관리해 나갈수 있을지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약계에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약계 한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하게 되면 약사의 역할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약국의 참여정도가 관건이다”며 “다만 DUR 시범사업이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DUR을 통한 수가가 마련될지도 알수 있을 것이다. 일부 약국에 한해 수가가 지급되는 상황이 될지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심평원 정동극 DUR관리실장은 “DUR은 환자의 약물 안전사용에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실제 부작용여부를 모니터링해서 결과를 피드백 하는 게 중요하다”며 “아직 수가 부분은 결정된 바가 없다. 다만 시범사업을 통해 의약사의 추가적인 행위에 대한 실현가능여부를 알아보고 보상방안이 있는지도 검토할 것이다. 일단은 시범사업 결과가 나와봐야 알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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