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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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논란이 한창이다. 산업계는 신산업 창출과 보건의료서비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격의료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압박 공세를 높이고 있다. 반면 약사사회는 이 같은 산업계의 주장이 허울 좋은 명목으로 포장된 원격의료의 이면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10년째 제자리 상태인 원격의료 논란이 이번에도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신경전으로 끝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은 각 당의 원내대표를 만나 규제개혁 입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날 박 회장이 제출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속입법 과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격의료 허용’ 부분이다. 특히 의료산업의 경우 고용창출 효과가 큰 분야인 만큼 원격의료가 확대되면 신산업 창출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로 국가 경제에 활력소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이러한 산업계의 주장에 대해 약사사회는 순수한 의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입에서 원격의료 규제 완화가 언급됐다는 것 자체가 산업계는 원격의료를 이미 자본의 논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

실제로 현행 보건의료체계에서 대면진료, 대면상담을 원칙으로 하는 이유는 환자와의 교감이 치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산업계는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원격의료를 오로지 돈이 되는 분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보건의료계는 의료기관의 접근성이 제한되는 산간벽지 주민이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원격의료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가 현재 규제에서 예외를 만들고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국내 보건의료시스템을 흔들려고 하는 속내가 훤히 보이는 만큼 이는 약사사회에 원격의료 자체를 주저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꼬집었다.

특히 원격의료가 고용 창출에 기여할 것이란 산업계의 허언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수차례 거짓이라는 게 입증이 됐다는 주장이다. 원격의료가 활성화 될 경우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소수의 기업들이 블랙홀처럼 시장을 빨아들이면서 중소형 병의원이나 약국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고 결국은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

또한 일각에서 원격의료를 두고 주요 선진국과 우리나라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많은 인구와 넓은 국토를 갖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등은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을 균일하게 제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원격의료 도입이 부득이한 것이지 제도 자체가 우월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원격의료가 확대되면 환자와 전문가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던 병의원과 약국이 상당수 사라질 것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편의성과 산업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해서 정작 중요한 가치를 포기하는 게 옳은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국민들이 ‘직능 이기주의’라는 프레임으로 보건의료계를 바라보고 있어 산업계의 불순한 의도를 정확하게 알리기가 사실 어렵다. 또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민을 호도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산업계와 대적하기도 쉽지 않다”며 “자본의 논리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내는 것이 보건의료인의 자세인 만큼 약사사회가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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