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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항생제 ‘시벡스트로’, 한번도 생산 안된 진짜 이유는?
유령 항생제 ‘시벡스트로’, 한번도 생산 안된 진짜 이유는?
  • 양금덕 기자
  • 승인 2019.06.2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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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ST 약가 수용한다해서 급여 줬더니…공급 '나몰라'
사측 “일단 급여권 진입 후 출시여부 나중 판단” 황당 해명
정부지원 다받고 딴소리…"다른 약제 지원 기회 뺏은 격"
정부 “경제성평가도 안하고 약가 탓? 일종의 계약 위반”
동아에스티 '시벡스트로'
동아에스티 '시벡스트로'

국내·외에서 개발된 슈퍼항생제들이 한국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유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의 까다로운 급여기준과 낮은 약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관련 기업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일부 업체들의 여론을 앞세운 ‘양심 불량’이 실제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진짜 이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주’다.

시벡스트로(테디졸리드)는 지난 2016년 1월 주사제, 12월 정제에 대해 급성 세균성 피부 및 피부구조 감염 치료를 위한 항생제로 국내 급여목록에 등재됐다.

하지만 이 약은 급여 등재된 이후 2년간 단 한번도 국내에서 생산, 유통되지 않은 '유령 항생제'다. 이는 항생제 개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사례로 각종 언론에 인용되면서 “다 낮은 약가 때문”이라는 식으로 이슈화됐다.

급기야 지난해 8월에는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에서까지 삭제되면서 국내에서 항생제를 개발하거나 생산·유통하는 것은 ‘어렵다’라는 본보기가 됐다.

그러나 본지 확인결과, 시벡스트로주는 당초 정부가 제시한 약가를 수용한다는 전제 하에 급여로 인정됐으면서 일방적으로 생산 및 유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것.

실제로 지난 2015년 열린 제 9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동아ST가 제시한 시벡스트로의 약가는 대체제 대비 높은 반면, 그 만큼의 비용효과성은 입증되지 않아 비급여 판정을 받았다.

 

[사진 설명] 2015년 8월 13일 개최된 동아에스티 시벡스트로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 결과 일부.
[사진 설명] 2015년 8월 13일 개최된 동아에스티 시벡스트로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 결과 일부.

하지만 회사는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로 환산된 금액 이하를 수용할 경우 급여의 적정성이 있다는 전제조건을 수용함에 따라 1정당 10만7,000원으로 급여가 인정됐다.

그런데 동아ST 측이 정작 시벡스트로를 유통하지 않자 자이복스(리네졸리드) 내성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이 약은 국내에서 쓰이지 못했다.

문제는 동아ST가 항생제 내성에 효과가 있다는 관련 학회의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정작 경제성평가를 받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 자이복스보다 약가는 높게 받겠다고 하면서도 경제성평가를 위한 자료제출은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시벡스트로가 리네졸리드 보다 높은 약가를 받겠다고 하면 그에 상응하는 자료를 제출해서 타당성을 소명해야하는 의무가 있다”면서 “자료준비는 안하고 리네졸리드 약가만큼 원한다는 자료만 제출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회사는 생산중단에 대해 정부측에 이렇다 할 이유도 소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측은 “약평위에서 해당 약제의 약가를 수용하겠다고 해서 급여를 해줬다”며 “그런데 일방적으로 생산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계약 위반이다. 생산을 하지 않을거였으면 보험등재를 처음부터 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약의 혁신성을 인정받는 절차가 엄연히 있는데도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약가가 낮다고만 할 일이 아니다”며 “약을 공급하기로 하고 급여까지 등재 해놓고, 공급을 하지 않아 등재목록에서 삭제된 사례”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MSD의 ‘저박사주’는 복잡성 복강내감염, 복잡성 요로감염 효과에 대한 인정을 받기 위해 경제성평가를 진행했다. 다만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해서 비급여로 남았지만, 항생제 내성 효과 등에 대한 약제 평가를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 이는 시벡스트로가 우리나라에서 미국에 비해 낮은 약가를 받았다는 점과 국내 환자군이 적다는 이유 등으로 한국시장을 포기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까닭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동아ST측은 일단 급여권에 들어오고 나서 출시여부를 판단할 일이었다는 황당한 해명을 했다.

동아ST 관계자는 “대체약이 있는 상황에서 약제의 사용범위가 적고,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기존 약제를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면서도 급여신청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먼저 허가를 받았고 국내에서도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일단 급여권에 들여놓고 출시를 할 것인지, 시장 경제력이 있는지 판단하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경제성평가에 대해서는 “필요하지 않았다. 협상을 할 때 돈을 더 줄 수 없다고 했다”면서 “원활한 의약품공급에 대해서는 협상 때 들은 바가 없다. (언론에 언급된) 약가 때문에 출시를 안한다는 건 우리가 말한 것도 아니다”며 적극적인 해명 역시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제는 시벡스트로가 개발되기까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4년 전임상 시험을 진행할 때에도 보건복지부로부터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으로 지정돼 정부지원을 받았다. 또 2016년 보건산업 종합발전전략 수립에 따라 임상, 연구·개발시설 투자 등 세액혜택 등을 받기도 했으며 허가평가연계제도의 혜택을 받아 식약처의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받자 마자 약제급여평가를 받은 패스트트랙의 수혜약제다.

그런데도 동아ST는 자국이 아닌 미국에서 첫 승인을 받아 유통 중이며, 국내에서는 급여 진입 후 공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다른 약제의 개발 지원 기회를 뺏은 것은 물론, 급여 등재 시점을 지연시키는 부도덕한 행위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정부측은 “항생제가 경제성평가를 받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점도 안다. 하지만 평가조차 받지 않고 고가의 약가를 건보재정에서 지원해주기는 더 어렵다. 협상이나 평가과정에서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다면 개선을 하겠지만 마치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아 국내 환자 치료에 쓰일 항생제를 막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동아 ST는 시벡스트로의 적응증을 폐렴으로 확대해 급여권 진입을 다시 시도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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