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0-19 18:01 (토)
빅파마 독식 동물의약품 시장…“고가약 부추긴다”
빅파마 독식 동물의약품 시장…“고가약 부추긴다”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06.2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종 제약사 반려동물약 시장 진입 주저 “정부 규제 탓”
허가사항 기준 ‘산업동물’에 초점…해외시장으로 눈 돌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전 세계 동물의약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 문화의 확산으로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동물의약품 시장 도전에 주저하고 있다. 규제 자체가 산업동물에 맞춰져 있어 허가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제약사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동물의약품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려면 규제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7~2022년 중국 투자전략 자문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동물의약품 시장은 2011년 약 272억 달러(약 31조원)에서 2016년 약 322억 달러(약 37조원)로, 매년 평균 약 1조원씩 증가했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동물의약품 시장의 선두주자는 조에티스(Zoetis)社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동물의약품 기업으로 2013년 화이자로부터 독립한 곳이다.

이 회사의 반려견 및 반려묘 의약품을 판매하는 사업부는 급성장했다. 조에티스의 주력 상품은 소, 돼지 등 가축 관련 의약품이었지만 최근 반려동물 시장의 급성장으로 ‘Dogs and Cat’이 전체 사업부 중 매출 1위를 달성한 것.

국내에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습은 익숙한 풍격으로 자리잡았다. 반려동물 인구는 1000만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KB 금융지주 연구소가 2018년 12월에 발표한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25.1%는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었다. 특히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85.6%는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다’고 밝혔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2000년 이전에는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이 약했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1인가구가 늘면서 반려인들이 생겨났다”며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동물의약품 시장 규모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KB 금융지주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 반려견 관련 총 지출 중 질병 예방 및 치료비(약 18%) 비중은 1위를 기록한 사료비(30%) 다음으로 높았다. 반려묘 지출에서도 질병 예방 및 치료비(약 18%)는 2위를 차지했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로 반려동물에 대한 가족 개념이 강화되면서 질환, 상해에 따른 반려동물 의약품 수요도 급증했다. 동물의약품 제조업체의 최근 5년간 평균 매출액은 연평균 7.8%씩 성장한 가운데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15%씩 늘어났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다국적제약사가 성장의 ‘과실’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MSD, 베링거인겔하임 등 다국적 제약사들은 동물의약품 사업부를 따로 만들고 국내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주로 영세한 국내 업체들이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의약품 품목 허가 현황에 따르면, 국내 중대형 제약사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 동물의약품 기업들의 경쟁력이 다국적제약사에 비해 미미한 수준임을 고려하면, 미래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물용 면역항암제나 방사성 약품 개발 등에서 더욱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

물론 최근 대웅제약 등 일부 국내 제약사들이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5년 대웅제약은 동물의약품 부서를 신설했고 브랜드 공모와 시장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 ‘빈틈’이 없는 만큼 해외지사를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형국이다.

이는 국내 반려동물 의약품시장의 값비싼 약가가 형성되고 있는 원인이다. 반려견 양육 경험이 있는 A 씨(여·30)는 “2009년부터 포메리안(이름 포리)을 키웠다.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해 기침을 자주했다”며 “죽기 전에 약을 주기적으로 먹었는데 강아지는 말을 못하기 때문에 약효가 있는지 확인이 어려웠다. 한번에 수십만 짜리 주사를 매주 맞았는데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서 하라는 대로 했지만 포리에게 썼던 약의 종류는 지금도 모르겠다”며 “좋은 신약이 나왔다면 포리가 조금은 더 살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싸고 좋은 신약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3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기 위해 지출하는 월간 비용은 1마리 기준 11만 3538원이었다. 반려동물의 예방 접종이나 진료 경험이 있는 소비자가 지출한 연 평균 진료비는 1마리 기준 16만 2853원이었다. 반려동물이 고령의 나이에 접어든다면 약값은 수백만원대로 치솟는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동물의약품 사업은 말, 돼지 등 축산산업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반려동물 의약품과 산업동물 의약품도 분류되지 않은 상태다”면서 “가축은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생제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반려동물 규제는 달라야 한다. 그런데도 모든 허가사항이 산업동물에 맞춰져 있어 의약품 허가가 쉽게 나지 않는다. 제약사들이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 진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