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작 바이오산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회계처리 방식을 일선 기업과 동일하게 적용해 기업의 가치가 축소 평가되고 궁극적으로는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바이오산업의 가치평가 기준을 정립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최근 ‘바이오산업분야 기업가치 평가 포럼’을 갖고 바이오 산업계의 회계평가 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논의했다. 포럼에는 업계측만이 아닌 한국재무학회, 한국파생상품학회, 회계법인, 신산업투자기구협의회, 학계 등이 함께 모여 구체적인 가치평가 항목을 논의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달 20일 개최한 제1회 바이오기업 가치평가 포럼에서 (좌측부터)위경우 한국재무학회 회장, 전상경 한양대 교수, 양시영 오스코텍 고문, 이종윤 가율회계법인 회계사가 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최근 개최한 제1회 바이오기업 가치평가 포럼에서 (좌측부터)위경우 한국재무학회 회장, 전상경 한양대 교수, 양시영 오스코텍 고문, 이종윤 가율회계법인 회계사가 토론을 하고 있다.

바이오기업의 가치평가는 지난해 금융당국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감독지침이 나오면서 표면으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회계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요건을 6가지 제시하고, 이를 모두 충족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하라는 지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바이오기업의 다양성을 무시한채 규제부터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공통된 비판을 했다.

이를 테면, 무형자산 인식요건 중 하나인 기술적 실현가능성을 신약은 임상3상 개시 승인, 바이오시밀러는 임상1상 개시 승인 등으로 명시한 것.

유진산 파멥신 대표이사는 “신약 중에는 희귀성질환약의 경우 2상에서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면 조건부 승인이 이뤄진다”며 “아바스틴의 경우도 희귀성질환으로 임상2상을 하고 환자의 뇌부종을 완화시킨다는 점에서 사용되고 있다. 모든 지침을 세분화하기는 어렵겠지만 모두 3상을 해야한다고 단정짓지 말고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도 “지침이 한번 만들어지면 고치기 쉽지않다. 바이오산업은 제약산업이외에도 농업, 화학·에너지, 유전자정보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며 “이제 성장해 나가는 산업에 대해 산업내 논쟁을 통한 성장이 아닌 가이드라인라는 장벽을 만들면 산업발전에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실에서는 바이오는 ‘실체’가 없다라는 인식이 여전해 그 가치를 평가하기조차 어려운만큼 이에 대한 가치지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태성 회계법인 조완석 회계사는 “얼마전만 해도 바이오기업 감사를 나간다고 하면 아무런 실체가 없는 회사를 감사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면서 “오늘날 회계처리문제가 이슈화된 것은 그만큼 바이오기업이 성장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완석 회계사는 “여전히 현실적이지 않은 회계기준이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국가와 비교해 연구개발비를 비용처리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큰 기업은 세금문제 등으로 비용처리를 원하지만 한국기업은 비교대상이 안될만큼 규모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금융당국이 연구개발비의 과도한 자산화처리를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기업간의 규모와 사정이 다른만큼 일률적인 평가는 지양해야한다는 것.

가율 회계법인 이종윤 회계사는 “개발비에는 인건비, 상각비, 경비도 포함돼 있어 각 파이프라인에 개발비를 구분하기 힘든 공통자산이 있어 비용처리가 어렵다”고도 했다.

이에 한양대 경영대학 전상경 교수는 “금감원의 회계처리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평가를 해줘야 한다”며 “회계보고의 주석 사항을 기재할 때 회계사가 너무 기계적으로 작성하지 말고 투자자의 입장에서 서술해야 시장에서의 평가가 합리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멥신 유진산 대표이사는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생각한다면 회계측에서도 편의성만을 고집해 제조업 기준으로 맞춰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회계 차원에서 다양한 바이오 기업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 돼야한다”고 했다.

한편 포럼에서는 반환조건 없는 계약금(upfront payment)에 대한 회계기준, 좋은 바이오기업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만들어 회계에 반영하자는 의견과 미국, 중국 등 해외와 국내의 차이 등을 고려한 국내 평가기준 및 시스템을 정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바이오협회는 하반기 2차 포럼을 열고 바이오기업에 대한 가치평가 기준을 도출해 낸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그 윤곽이 드러나고, 관련 정부당국과의 의견조율 등 적극적인 행보를 통한 산업발전 활로를 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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