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들은 대형 제약사들의 대대적인 시설투자 및 R&D 확대, 오픈이노베이션에 따른 차입금 증가를 신용등급 하향의 불안요소로 평가하면서도 수익성 개선과 성장 확대가 재무적 부담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상위권 제약사들은 차입금 상환과 시설투자 및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해 외부로부터 돈을 빌려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대웅제약은 올 4월 1,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고 한미약품과 GC녹십자도 지난달에 각각 1,750억원과 1,200억원의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러한 회사채는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현재의 투자위험의 정도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주식이 미래의 가치 파악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채권은 당장의 현금창출 능력을 측정하는 가늠자인 셈이다.

때문에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신용평가기관이 평가한 제약사의 신용 등급에 업계와 투자자의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는 것.

18일 팜뉴스는 지난해 매출 5,000억원이상 상위 제약사들 중 최근 두 달 내외로 신용 등급을 받은 대웅제약,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한국콜마, GC녹십자, JW중외제약 등의 신용평가보고서를 분석해 이들의 강점과 약점을 진단해 봤다.

신용평가사들의 회사채 기업평가등급은 ‘AAA-AA-A-BBB-BB-B-CCC-CC-C’ 순으로 매겨지며 같은 등급에서의 상대 우위로 인해 ‘+’혹은‘-’ 기호가 추가로 붙는다. 일반적으로 A등급 이상이면 우수한 등급으로 보고 있다.

대체로 신용평가사들은 GC녹십자를 AA-, 대웅제약·한미약품·동아에스티를 A+, 한국콜마를 A-, JW중외제약을 BBB로 제시했다.

 

≫ 녹십자, AA-등급

혈액·백신 시장 지배력 강점에도 순차입금/EBITDA 지표 5배 ‘불안’

우선 GC녹십자는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와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이스평가) 양사로부터 지난 달 AA- 등급으로 이번 조사대상 제약사 중 최고 신용등급을 부여받았다.

한기평은 녹십자가 국내 혈액제제와 백신제제 부문에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수의 대형품목과 업계 최상위권의 연구개발(R&D) 투자 역량을 갖춘 점을 감안해 사업 안정성이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2015년말 194억원에 불과하던 이 회사의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2,220억원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입금의존도가 19%에 그치는 등 재무 안정성이 상당히 우수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사들이 내린 이 회사의 향후 전망도 대체로 밝았다. 녹십자는 중남미 인플루엔자백신 시장에서 4가 백신의 비중확대와 오창 PD2관 가동률 상승에 따른 혈액제제의 매출증가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일회성 비용제거 등을 기반으로 외형성장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오창공장의 통합완제관 신축 등 2020년까지 약 1,700억원의 시설투자가 예정돼 있어 차입금 증가는 불가피 할 것으로 점쳐졌다.

한기평은 이 회사의 신용등급 하향 리스크 요인으로 백신수출 감소사태와 가동률 상승지연, 그리고 녹십자홀딩스의 순차입금/EBITDA가 3.5배 초과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 등을 이유로 꼽았다.

2018년도 기준 녹십자 홀딩스의 순차입금/EBITDA는 5.5배로 매우 높은 상태다.

‘이브이에비타’로 불리는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현금흐름배수라 불리는데, 이는 기업이 투자한 금액을 거둬 들이는데 몇 년이 걸리는지를 나타낸 것으로, 배수가 작을수록 기업가치가 좋다는 뜻이다.

≫ 대웅제약, A+등급

블록버스터 대형품목 20개 보유 ‘긍정적’, 나보타 수출지연은 ‘리스크’

대웅제약은 한기평과 나이스평가로부터 A+의 대체로 안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한기평은 신용평점의 주요 근거로 대형품목 중심의 포트폴리오 및 연구개발역량에 기반한 사업안정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회사는 항궤양제 ‘알비스’, 간기능개선제 ‘우루사’ 등 자체개발 품목과 도입 신약을 중심으로 2018년 기준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대형품목이 20개, 300억원 이상의 초대형품목이 6개에 달하는 등 매우 우수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기평은 대웅제약의 종속법인인 한올바이오파마의 R&D 파이프라인과 나보타의 선진국 시장 진출에 따른 외형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다만, 한기평은 시설 및 지분투자에 따른 대규모 자금소요로 동사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2013년말 429억원에서 2018년말 3,868억원으로 크게 증가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2018년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98.7%, 차입금의존도 32.0%로 절대적인 재무안정성은 여전히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약점으로 나보타의 선진국 수출이 지연되거나 신공장 가동률 상승이 주춤하는 경우 연결기준 순차입금/EBITDA 4배 그리고 차입금의존도가 40% 초과 상태가 지속될 경우 신용등급이 떨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8년 대웅제약의 순차입금/EBITDA는 3.4배이며 차입금의존도는 32% 수준이다.

≫ 한미약품, A+등급

R&D 기반 사업경쟁력 강점, 자체현금창출 통한 재무부담 축소는 ‘난항’

한미약품은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와 나이스평가로부터 A+를 받았다.

한신평에 따르면 기술수출 계약금 반환과 시설투자로 인해 이 회사의 차입규모가 증가했으나 우수한 시장지위 및 연구개발능력에 기반한 사업경쟁력과 핵심 파이프라인의 진행에 따른 자금유입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라는 의견이다.

한신평은 전문의약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가운데 작년 기준으로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대형품목 13개(북경한미 포함시 17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사질환을 중심으로 항생제, 발기부전, 위궤양, 탈모 등 다양한 적응증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특정 소수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한미약품의 현금흐름과 관련해서는 대규모 케펙스(미래 이윤을 위한 지출비용) 및 기술수출 계약금 반환으로 차입규모가 증가했고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중심으로 2016년 이후 연간 2,000억원을 상회하는 비용이 발생한 가운데 사노피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금 반환(2017~2018년 합산 약 2,500억원)으로 연결 순차입금은 2019년 3월말 6,010억원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한미약품은 지속적인 R&D 및 시설투자로 차입규모가 확대된 가운데 높은 연구개발비 비중으로 올해에도 자체현금창출을 통한 재무부담의 축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신용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형자산의 담보여력(3월말 기준 장부가 6,136억원)과 아테넥스 등 보유 지분(장부가 842억원)을 감안할 때 재무적 융통성이 인정되며 마일스톤 달성을 통한 자금 유입 가능성으로 재무부담은 경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한신평은 연결기준 EBITDA/이자비용 10배 미만과 총차입금/EBITDA 2.5배 이상이 지속되는 경우 신용등급이 하향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3월기준 EBITDA/이자비용 8배, 총차입금/EBITDA 4.1배를 기록하고 있다.

≫ 동아에스티, A+등급

자체 개발 신약 매출확대 ‘청신호’, 과거 ETC 가처분 ‘모니터링’ 필요

동아에스티는 한신평으로부터 A+ 등급으로 평가됐다.

한신평은 R&D 역량을 기반으로 ‘스티렌’(위염치료제), ‘모티리톤’(소화불량치료제), ‘시벡스트로’(슈퍼박테리아항생제), ‘슈가논’(당뇨치료제) 등 시장에서 주목 받는 자체개발 신약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으며, 기술수출계약을 통한 추가적인 수익창출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의 규제 강화와 ‘스티렌’ 등 주력 제품의 매출감소, GSK와의 코프로모션 종료 등에 따른 전문의약품 매출 감소세에 대해서는 이 회사의 불안요소로 지목했다. 하지만 ‘박카스’와 ‘그로트로핀’(성장호르몬제)을 중심으로 한 수출 확대와 의료기기 판매, 기술수출 계약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매출 감소폭을 상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향후 기술수출 건의 임상 진행에 따른 마일스톤 수령이나, 로열티를 수취하는 신약 ‘시벡스트로’의 해외 판매가 증가할 경우 관련 매출도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신평은 동아에스티가 지난 3월, 과거 판매촉진 활동과 관련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약사법 위반으로 과징금(138억원) 및 전문의약품 87개 품목에 대한 급여정지 처분을 통지 받았던 점을 영업리스크로 언급했다. 해당 행정처분은 현재 집행정지 가처분 상태다. 한신평은 향후 전문의약품 부문의 실적 가변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행정소송 결과와 영업적 영향에 대해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의 신용등급의 상향 요인으로는 ‘슈가논’, ‘시벡스트로’ 등 신규제품과 수출품목의 판매호조에 따른 영업실적 성장을 이유로 꼽으면서 순차입금/EBITDA가 0.3배 미만으로 유지될 경우를 들었다.

한편 신용등급 하향 요인으로는 기존 제품의 판매감소로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3.5배를 초과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이 회사의 순차입금/EBITDA는 0을 기록 중이다.

≫ 한국콜마, A-등급

CJ헬스케어 인수로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입금 증가로 안정성은 ‘저하’

한국콜마는 한기평으로부터 A-의 안정적 등급을 부여 받았다.

콜마는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 생산 방식) 사업과 의약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CJ헬스케어 인수 이후 2018년 연결기준 매출은 화장품부문 61%, 의약품부문 36%, 식품부문 3%(2017년 기준 각각 77%, 23%, 0%)로 구성됐다. 특히 회사는 이번 조사에서 의약품 부문 강화에 따른 매출 비중 확대와 사업포트폴리오의 다변화가 긍정적인 평가요소로 작용했다.

다만, 한기평은 콜마가 지난해 CJ헬스케어 인수에 대규모자금(총 1조3,100억원, 연결기준 9,600억원)이 소요되면서 차입금이 크게 증가해 재무안정성이 급격하게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이 회사의 순차입금은 9,492억원(연결기준)으로 전년말 대비 8,3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 및 순차입금/EBITDA도 각각 50.6%, 7.2배로 재무지표가 악화됐다.

하지만 한기평은 CJ헬스케어 실적의 온기 반영과 중국 무석콜마의 상업가동 시작 등으로 올해 매출액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의약품 부문에서 추가적인 영업 시너지 창출도 기대했다. 때문에 매출 확대에 따른 이익 규모 확대 외에도 일회성 비용 제거, 고정비 부담 완화 등도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추가 이익 창출이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CJ헬스케어는 전국 900여개의 종합병원과 1만여개의 일반의원을 중심으로 방대한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어 콜마가 보유하고 있는 피부과 관련 전문의약품 등에 대해 향후 CJ헬스케어의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콜마의 순차입금/EBITDA가 7배이거나 차입금의존도가 55% 초과 상태가 지속되면 신용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콜마는 지난해 기준 순차입금/EBITDA 7.2배, 차입금의존도는 50%를 기록했다.

≫ JW중외제약, BBB 등급

수액제부문 사업안정성 ‘양호’, 재무부담 덜기 위한 화성공장 매각 검토 제시

JW중외제약은 한기평으로부터 BBB 등급을 받았다.

평가사는 JW중외제약이 수액제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하며 과점적인 공급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기준 지주사인 JW홀딩스의 총차입금이 5,583억원으로 부채 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229% 및 44%로 다소 과중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이로 인한 계열의 재무부담이 JW중외제약의 신인도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평가사는 회사가 수액 중심으로 외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손익구조의 안정성은 과거대비 저하됐다고 평가하고 향후 R&D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수익변동폭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의 약가인하 의지가 강력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신규 의약품의 추가 없이 기존 제품군으로만 큰 폭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한기평은 중외제약이 원내처방 매출 비중 자체를 수익성이 높은 원외처방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이 회사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했다. 또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화성공장 매각 등을 통한 외부 자금의 유입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한기평은 수익성 개선을 통해 JW홀딩스의 부채비율을 200%이하, 차입금의존도를 45%이하로 줄이면 신용등급 상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시한 반면 EBITDA 마진이 8% 이하로 내려갈 경우 등급 하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JW홀딩스의 부채비율은 218%, 차입금 의존도는 46%, EBITDA 마진은 9.4%를 기록해 비율로만 보면 신용등급의 하향보다는 상향 가능성이 더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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