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가 지난해 도입한 ‘국민청원 안전검사제’에 대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물론 초기에 제기된 여러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최근 국민청원 안전 검사제에 대한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성과 부풀리기’에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민청원안전검사제’는 국민들이 불안을 느끼는 식품, 의약품 등에 대해 온라인 청원을 받아 다수가 추천한 제품을 수거‧검사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제도다. 최다 추천을 받은 청원에 대해 식약처가 답하고 별도의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작년 4월부터 운영돼왔다. 전국민적 관심을 일으킨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식약처는 최근 충청북도 청주에서 ‘제2회 혁신 현장 이어달리기’ 행사를 개최하면서 국민청원안전검사제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식약처는 국민청원 안전검사제를 통해 약 400일간 650여건의 청원을 접수했고 물휴지 등 5개 제품군을 선정해 4개 제품군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46만 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홈페이지를 방문했고 정부혁신평가 부문 대통령상 수상 소식도 전했다. 국민청원안전검사제의 성공적 안착을 기념하고 대외에 홍보한 것이다.

그렇다면 ‘실상’은 어떨까.

팜뉴스 취재 결과, 식약처의 성과홍보가 무색할 만큼, 국민청원 안전검사제 홈페이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상당히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오후 4시 30분 현재 이날 홈페이지 방문자수는 309명에 달했지만 청원 개수는 1건이었다. 최근 한달 기준 청원 수는 13개(30일 기준), 전체 추천인수 역시 13명에 불과했다. 방문자수에 비해 청원 개수가 부족한 것이다.

 

여기에는 식약처가 폐쇄적인 태도로 홈페이지를 운영해 온 게 한 몫했다. 국민들이 전용 사이트를 통해 청원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식약처가 정해놓은 높은 ‘허들’을 뛰어넘어야 하는 것.

실제로 홈페이지에서 ‘청원하기’ 배너를 클릭하면 ‘제안한 청원은 청원대상 여부 검토 후 추천게시판에 게시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청원 내용에 대해 식약처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홈페이지 개설 당시, 식약처 관계자는 “특정 제약회사가 경쟁기업을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사전에 검토하는 것이다. 특정 업체의 이름을 숨김 처리하기 위한 절차”라고 밝혔다.

하지만 약 1년이 흐른 지금 식약처의 ‘사전 검토’는 청원 개수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식약처가 앞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410일 동안(2018년 4월 24일~2019년 6월 6일) 방문자수는 46만명으로 총 청원개수는 651건, 이중 286건이 청원대상이었다. 식약처가 365개의 국민청원을 무더기로 청원대상에서 배제한 것.

결국 홈페이지 일평균 방문자수는 약 890명에 달했지만 청원수는 1.58개에 그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민 다수의 여론을 간편한 방식으로 반영한다는 국민청원안전검사제의 본질이 무색해진 셈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국민들은 식약처에 요구사항이 많을 수 있지만 청원 대상이 될 수 없는 것들을 자체적으로 걸러야 한다”며 “651건 중에 일정한 내부지침에 따라 제도개선을 위한 단순 질의 사항과 정책제안 등을 배제한 결과 286건이 남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또 있다. 올해 1월 식약처는 청원 채택을 위한 추천 기준수를 ‘2천건’으로 정했다. 청원에 대한 추천 개수가 2000건을 넘으면,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통해 안전성 검사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까지 제기된 국민 청원 중에 2000건을 돌파한 청원은 전무했다. 올해 상반기 동안에도 추천수 요건을 충족한 청원은 화장품 에센스 제품 청원 요건(6438건)이 유일했다. 식약처가 앞서의 사전 검토에 ‘높은 추천 수 요건’을 추가해 더욱 두터운 ‘진입장벽’을 만든 셈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담당자는 “법 관련 단체에 연구용역을 맡긴 결과 추천수 2천건 정도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고 국민들의 지지를 반영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2천건이 되지 않아도 요건을 정하기 전처럼, 차순위 청원 2~3개를 심의위원회에 올려 안전성 검사를 진행해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국민청원안전검사제의 ‘폐쇄성’은 홈페이지의 일부 메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식약처는 국민청원안전검사제 홈페이지에서 ‘만료된 청원’이라는 메뉴로 과거에 국민들이 제기한 청원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청원을 올린 뒤 30일 이내에 2000건의 추천수를 충족하지 못하면 ‘만료된 청원’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최근 2개월간의 청원 내용만을 제공 중이다. 2개월 이전에 제기된 수많은 청원 내용을 국민들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식약처는 ‘비대상 청원’을 공개 중이다. 국민들이 제기한 부적절한 청원 내용을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청원에 포함되지 못한 이유에 대한 답변과 함께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지만 요건을 통과한 청원에 대해서는 ‘일부 공개’로 일관하는 점을 감안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 조치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청원 비대상에는 가벼운 법령 질의나 행정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청원 대상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궁금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과 함께 공개해왔다. 다만 만료된 청원의 공개범위가 좁은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개선을 해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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