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비 증가의 대안으로 시행 중인 약제비 본인부담차등제를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상반된 결과를 주장하고 있다. 이미 의료계에서는 정책의 효과가 없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바 있지만, 정부 측은 현 정책으로 경증질환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비율이 확연히 줄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실은 최근 한국보건행정학회 학술대회에서 '경증질환 약제비 본인부담차등제 효과평가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정책 효과를 발표했다.

경증질환 약제비 본인부담차등제는 52개 상병(주진단)으로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서 진료(외래)를 받을때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달리 부여하는 제도다. 경증질환이면서 상급종병을 이용하면 약제비의 50%를 환자가 부담하고, 종병을 이용하면 40%를 부담하도록 해 기존의 30%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환자들은 비용 부담때문에 종병 이상 대형병원을 이용하기 보다는 의원이나 병원 등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계산에서 설계됐다.

2011년 10월에 처음 시행된 이 제도는 2018년 11월부터 두배에 달하는 100개 상병을 경증질환으로 분류해 확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2017년 2월, 이 정책에 대해 효과가 없다는 보고서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연구 근거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당뇨병, 고혈압, 알레르기비염, 편도 및 후두염, 위장염 등 5개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111만3,656명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코호트DB 분석 결과다.

연구소는 2011년에 정책이 시행됐어도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5개 질환 환자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했으며 의원급 의료기관은 고혈압만 제외하고 모두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환자의 방문 횟수를 봐도 종병과 병원은 제도와 상관없이 모두 증가하고 의원급은 제도 시행 후 오히려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 제도 직후 환자 이동 뚜렷하다는 심평원

반면, 심평원은 건강보험 표본코호트 DB로 환자 이용행태를 분석했을떄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정책 시행 직후, 대형병원에서 경증질환의 외래 이용률이 모두 감소했다는 것.

실제, 2011년과 2017년을 비교했을때 전체 내원일수는 3억1,415만일에서 3억3,320만일로 늘었지만, 종별 환자 점유율을 보면 상급종병은 1.8%에서 1%로 줄었다. 종병도 5%에서 4.3%로 줄어든 반면 병원은 6.1%에서 7.4%로 증가했고 의원도 86.8%에서 87%로 늘었다.

환자들이 대형병원 대신 병원급 이하 의료기관으로 이동했다는 해석이 된다.

특히 심평원은 정책이 시행되자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경증질환자 60.8%가 이용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대신 지속적으로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22.1%였으며 다시 대형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긴 환자는 10.5%였다는 분석이다.

또 제도 후에도 대형병원 이용이 크게 줄지 않은 변수로 대형병원과 의원을 같이 다니거나, 중증 및 희귀질환자 중에 경증질환 치료를 받는 경우 등이 제시됐다.

그 외에도 이미 대형병원에서 입원을 했던 경험이 있으면 경증질환으로 내원하는 비율이 줄지않고 더 늘었으며, 건강검진을 받을때 경증질환 진료를 받는 경우들도 변수가 됐다.

하지만, 실제로 정책을 통해 약제비가 줄었느냐는 조사에서는 절반 정도 감소효과가 나타났다는 게 심평원의 분석이다.

대형병원 처방전으로 실제 의약품 조제가 이뤄졌는지를 분석하니, 2011년 약제비 8,663억원에서 2017년에는 4,210억원 규모로 줄어든 것.

내원일당 진료비는 의료질평가지원금 등의 영향으로 상급종병이 더 늘었지만, 총진료비 금액이나 비중은 종병이 늘어난 반면, 상급종병은 줄었다는 결론이 났다.

이에 심평원은 약제비 차등제 정책은 실제 환자의 이동경로를 추적해야 하고, 그 결과 의원급 등 소규모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이동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혀 정부의 제도 확대 타당성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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