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벵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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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 사고는 환자 안전사고 중 매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단순히 침대에서 떨어져 타박상 정도를 입는 것이 아니다. 환자들이 병원 내에서 이동을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최근 법원은 낙상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낙상’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고조된 배경이다. 팜뉴스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통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낙상사고의 심각성을 조명했다.

A 씨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2017년 9월 어머니가 대학병원 심혈관센터에 입원했다. 이뇨제를 처방받고 화장실을 자주 다녀 수면장애가 생겼다. 이에 수면제를 처방 받은 뒤 어머니는 병원 침대에서 낙상 사고로 인한 뇌출혈로 돌아가셨다”며 “1시간 30분이 지나고 의식을 잃은 뒤에야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골든타임을 이미 놓쳤는데도 지금까지 병원의 사과가 없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 달라“고 주장했다.

병원 ‘낙상 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강북삼성병원에 입원한 중환자가 침대에서 떨어져 뇌손상을 입은 사고에 대해 삼성의료재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문제는 환자 안전사고 중 낙상이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최근 발표한 ‘2018년 환자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사고(9250건)의 절반이 낙상(4,224건, 45.7%)으로 나타났다. 투약(2,602건, 28.1%), 검사(533건, 5.8%) 등이 뒤를 이었다. 2017년(1,835, 47.5%)에 이어 낙상 사고 비율이 전체 사고 중 ‘1위’를 기록한 것.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낙상사고의 위험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 전체 4,224건의 낙상 사고 중 심각한 증상을 호소한 환자들도 있었다. 장기적인 손상 또는 부작용(443건), 영구적인 또는 부작용(6건)은 물론 심지어 사망(22건)한 사례도 발생했다. 전체 낙상 환자의 10%가 극심한 부작용이나 후유증에 시달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주로 ‘누가’ ‘어떤 장소’에서 낙상사고를 당할까.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본부 서희정 팀장은 “최근 요양병원에서 노인환자들의 낙상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늘었다. 노인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저하된 상태로 입원하는데 약물을 투여받으면 어지럼증을 느낀다. 이런 경우 자리에 주저앉거나 이동하다가 넘어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사고의 발생 장소는 입원실(4310건, 46.6%)과 검사실(641건, 6.9%)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응급실(297건, 3.2%)·중환자실(275건, 3.0%)이 뒤를 이었다. 이중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에게 발생한 사고가 40.6%을 기록했고 이들 대부분이 보행장애 및 전신 쇠약으로 인한 낙상 사고를 당했다.

서 팀장은 “노인은 침대에서 떨어지면 머리부터 바닥에 닿는다”며 “중증 질환을 지녔는데도 보호자를 깨우기 싫어 사이드레일을 내려놓고 화장실을 가려다가 큰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보호자 없이 간호간병을 하는 문화까지 생기면서 노인 낙상이 심각한 2차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도 “고령 환자들에게 섬망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며 “환자 스스로도 움직임을 제어할 수 없는 상태다. 사고 우려가 커서 병원 차원에서 낙상 고위험군으로 정해 특별히 관리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낙상 사고는 주로 ‘언제’ 일어날까.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2016년 8월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에 보고된 낙상 사고(2117건)를 분석한 결과, 낙상 사고는 밤 12시인 0시(146건)에 가장 많이 일어났다.

낙상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보호자의 부재’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따르면 낙상의 환경적 요인으로 보호자(care giver)의 부재가 948건으로 가장 많았다. 즉 노인들이 밤 12시를 전후로 보호자 없이 행동했을 때 낙상 위험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간호사, 간병인 등 인력의 증가 없이는 낙상사고는 계속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전직 간호사는 “진정제를 먹은 노인이 휘청거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지만 밤에 혼자 화장실 가는 경우까지 어떻게 관리를 하나”며 “간호사 1명당 20명을 봐야 하는데 낙상까지 챙길 여력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간호 인력이 늘지 않는 이상 환자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쉽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다른 간호사는 “병원에서는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 낙상위험도를 사정해서 고위험군, 중위험군, 저위험군으로 분류한다”며 “고위험군은 병원 모든 직원이 알 수 있도록 표식을 할 정도로 노력하지만 우리나라는 환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 환자 안전 관리를 억제대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낙상 사고가 쉽게 예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보호자가 있더라도 낙상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환자 교육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앞서 서미경 팀장은 “낙상 사고는 여러 가지 요인이 합쳐져서 발생한다. 단순히 인력을 보충한다고 당장 개선될 문제는 아니다”며 “의료진이 환자 이동을 제한시켰는데도 굳이 혼자 움직이려는 환자도 많다. 환자들에게 낙상 사고의 위험성을 수시로 교육하고 고위험군에 대해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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