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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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의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은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적절한 보상체계 마련은 시급하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다음달이면 1년을 맞는 시점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약사사회에서 터져 나오는 한숨 섞인 목소리다. 기꺼이 워라밸을 희생할 수는 있지만 약국들이 경영의 어려움에서는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인식되면서 지난해 주 52시간 근무제가 전격 시행됐다. 하지만 약사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나홀로 혹은 직원 5인 미만의 약국이 대다수여서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근무제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지만 약국은 영향권 밖에 있다는 의미다.

보통 약국은 토요일까지 주 6일 문을 연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가 일반적이다.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매일 11시간씩 한 주 당 66시간을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휴일지킴이약국이나 공공심야약국으로 참여하고 있다면 근무시간은 더 늘어난다. 사실상 약사들에게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모든 일상은 약국 일에만 맞춰져 있는 것이다.

서울지역의 A 약국장은 “약국 대부분이 1인 사업자인 만큼 워라밸을 챙기는 것은 지금도 앞으로도 불가능하다. 1인 약국은 워라밸은 커녕 식사시간을 제대로 챙기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며 “조금 여유가 있어 근무약사를 고용해 워라밸을 챙기려고 해도 이것 역시 쉽지 않다. 구인광고를 내면 이력서가 수백장씩 오는데 막상 뽑으면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나가버린다. 상황이 이런데 워라밸을 생각하는 것은 사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경기지역의 B 약국장은 “월~토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문을 열고 한 달에 한 번 당번약국도 꼬박꼬박 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 ‘왜 이렇게 일찍 문을 닫느냐’는 소리를 들을 때 마다 힘이 빠진다”며 “공공기관, 은행 등과 달리 12시간 이상 문을 열고 있는 약국에만 유독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아 섭섭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약사들이 이처럼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적절한 보상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 워라밸이야 이미 포기했다 치더라도 약사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만은 양보하기 어렵다는 게 약사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실제로 문전약국의 처방전 독식이나 일반약 시장 축소와 같이 약국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인 원인들이 결국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이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약사회도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대업 회장은 최근 의약분업 이후 변화가 거의 없던 약사행위에 대한 상대가치(조제료, 복약지도료, 조제기본료, 약국관리료, 의약품관리료) 외에 신상대가치 개발과 수가 체계를 세분화하고 체계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또 약사회는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서라도 약사 직능의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정부에 적극 알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준비해 성과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사업에 방문약료사업이 편입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해 약사 직능 역할 확대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상위 30%의 약국이 전체 처방전의 70%를 가져간다. 나머지 70%는 처방전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일반약으로 승부를 봐야 약국 경영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일반약의 마진은 10% 남짓이다. 여기에 카드수수료가 더해지면 10%도 안 된다”며 “일반약의 마진이 최소 30%는 돼야 처방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처방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형적인 약국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약국 신상대가치 개발, 저평가된 약사 행위료의 재평가, 일반약 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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