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자살한 1만2,463명 중 절반은 건강하지 못해서 목숨까지 포기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픈 사람들은 경제적인 어려움 등보다도 삶을 비관적으로 보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지난 11일 공개한 ‘2019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에 국내에서 자살한 사람의 수는 1만2,463명으로 전년도보다는 4.8%인 629명이 감소했다.

역사상 국내 자살자 수가 최고조에 달한 2011년 1만5,906명(자살률 31.7명)에 비해서 21.6%인 3,443명이 줄었지만, 여전히 OECD에서 두 번째로 자살률이 높다. 자살률 최고인 리투아니아 26.7명과 별 차이가 없는 25.8명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자살률 뒤에는 정신적·육체적 질병으로 인한 영향이 크게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자료에서 자살을 가장 많이 하는 이유가 ‘정신적·정신과적 문제(31.7%)’로 조사됐고, 이어 ‘경제생활 문제(25%)’, ‘육체적 질병 문제(20.6%)’, ‘가정 문제(8.9%)’,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3.9%)’로 나타났다. 즉, 정신과 육체적 질병에 의한 자살이 절반 이상(52.3%)이었던 것.

연령별로 보면, 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30대부터 50대가 경제생활 문제로 인한 자살을 하는 반면, 10대부터 20대는 정신적으로, 60대 이상의 경우에는 노화로 인한 육체적 질병으로 자살을 했다.

이에 고령이 많은 강원도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육체적인 질병으로 인한 자살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고령의 경우에는 육체적 질병이 자살원인의 1위가 될 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백종우 센터장(경희의대 정신건강의학과)은 “노인은 질병으로 인한 고통도 많이 받지만, 신체적 기능이 저하되면서 가족 등 주변에게 짐이 된다는 인식을 많이 한다”며 “질병으로 인해 고통스럽게 사는 대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육체적 질병은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복지패널조사에서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없던 자살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4%)가 그렇지 않은 사람(1.2%)에 비해 높았고, 자살 생각이 지속될 확률또한 만성질환이 있을 때 22.6%로 그렇지 않을 때 15.1% 보다도 상당히 높았다.

우울증 역시 자살 생각이 없다가 생기는 확률이 우울증 의심될 때 16.7%, 그렇지 않을 때 0.9%로 차이가 컸고, 자살 생각을 계속하는 확률 역시 각각 34.8%, 8.5%로 차이가 났다.

이에 국내 치료패턴 역시 육체와 정신을 아울러 삶의 질을 높이려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모든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불면증, 불안과 우울, 자살 사고에 대해 초기평가를 하고 있다.

백종우 센터장은 “과거 핀란드에서도 정신과 신체를 나누지 않고 통합적으로 인식해 신체적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우울증 치료율을 높이는 것이 자살예방에 기여한다고 봤다”며 “영국 역시 지난 10년간 ‘No health without mental health’ 캠페인을 할 정도로 정신과 신체건강을 아우르는 의료서비스가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 센터장은 “2011년 자살예방법이 통과된 후 자살자수가 감소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며 “의료기관 인증평가에서도 스트레스나 자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 등이 더해져 건강한 삶에 대한 인식개선과 그에 따른 약물치료 및 의료행위도 변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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