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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약 ‘라디컷’ 돌연 급여 철회, 왜?
루게릭병약 ‘라디컷’ 돌연 급여 철회, 왜?
  • 양금덕 기자
  • 승인 2019.06.11 0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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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약가 탓? 돌변한 업체 탓? "애꿎은 환자만 피해 불가피"
캐나다 약값 기대가 한국 변심 이유…협상 태도 '논란'

7월이면 환자의 비용부담이 1/10로 줄어들 예정이었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치료제(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이하 ALS) ‘라디컷(에다라본)’이 돌연 100% 환자 본인부담인 비급여로 유지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본계 제약회사인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가 보험 급여적용을 앞두고 약가협상을 철회했기 때문.

해당 제약사는 “국내 외의 약가기준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히는 것이 어려웠다”고 밝혔지만, 위험분담계약(Risk Sharing Agreement, RSA) 대상 약제였던 만큼 그 배경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일각에서 우려하는 정부의 약값 깎기 때문인지, 아니면 외국계 제약사의 횡포일까.

≫ 세계로 무대 넓히던 라디컷, 국내도 진입 시도

라디컷은 체내 활성산소 증가로 인한 산화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활성산소 제거제로, ALS 환자의 기능장애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통해 2015년 허가를 받았다.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스위스, 캐나다 등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일본, 미국에서는 급여로 인정받은 상태다. 현재 스위스와 캐나다에서는 급여 여부를 검토 중이다.

라디컷은 자국 이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그 활로를 펴나가고 있는 약제로, 국내에서도 꾸준히 급여권 진입을 시도해왔다.

지난해 11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비용 효과성의 불분명을 이유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지 못하자, 지난 3월 약가 인하와 위험분담계약제 적용으로 경제성평가 관문을 통과한 것.

이에 라디컷은 약평위 심의를 통해 일정수준의 급여범위 및 기준 등이 마련됐고, 이를 토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 과정만 거치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이르면 다음달 급여권에 진입하는 상황이었다.

실제 정부 및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수순은 별 탈없이 진행되고 있었고 최종 단계인 3차 협상만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돌연 미쓰비시다나베 본사에서 라디컷의 표시가를 외국에서 참조할 가능성이 높아 회사 측이 급여 철회를 통보한 것이다.

≫ 캐나다 약값 기대에 한국 정부와 계약은 취소

갑작스런 가격 인상 요구는 캐나다에서의 약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의약품 가격이 해외 약가결정에 참조가 되기 시작하자 제약사 입장에서는 낮은 표시가로 급여가 되면 협상 중인 캐나다에서도 약값을 제대로(?) 못받는다는 계산이 나온 것.

그러나 이번 약가협상에서는 통상적인 제약사의 셈에 의한 결렬이 아닌, 협상에 임하는 제약사의 태도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급여권에 들어오겠다고 경제성평가를 해 온 것도 제약사 측이고, 표시가격도 회사 측이 제시한 수준을 감안해 약평위가 적정 기준의 RSA를 수용했기 때문.

이에 정부 입장에서는 실제 거래되는 약값(실제가)에는 변동이 없다고 치더라도 비용효과성을 평가한 약평위 기준을 상회한 가격으로 협상을 종료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약가협상 시 표시가는 급여 적정성에 대한 의사결정 기준이 된다. 표시가격과 성분을 고려했을 때 급여가 적정한지를 판단한 것이므로, 이 가격을 올린다면 약제가 급여가 되기 위한 절차와 원칙이 무너져 버리는 격이 될 수 있다.

또 표시가를 인상했을 때 실제 한국에서 적용되는 실제가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실제가격이 조정(인상)될 수밖에 없어 결국 급여 적정성에도 상충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사에서는 표시가 인상 등을 수용해주지 않아 급여를 철회한다고 통보한 셈이라 정부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는 상황.

미쓰비시다나베코리아 관계자는 “그동안 회사에서는 급여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거의 다된 상태였다”면서도 “한국에서의 표시가격이 외국 약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져 갑자기 (급여신청을) 철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급여 철회는 회사 내부 사정으로 인한 결정”이라며 “비급여로 계속 공급돼야하니까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재급여 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 RSA확대 추세에 또다른 선례 만들어선 안돼

이같은 상황에 정부 측도 향후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애당초 약가협상을 위한 허들을 맞춰놓고 협상을 진행했어야 하는데, 원만하게 다 진행되는 상황에서 회사의 사정만으로 모든게 물거품이 되면 결국은 그 피해가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약가협상을 하다보면 제약사의 철회나 결렬 등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위험분담계약제의 경우 특이사항이 없으면 협상이 완료되는데 이렇게 철회된 경우는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약에 대한 환자의 기대가 컸을텐데 급여가 되지못한 점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하지만, 약가협상의 기준이 까다로워서 협상이 안됐거나 RSA 제도 한계로 인한 사례는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특히 이 관계자는 “외국계 제약사가 한국을 태하는 태도의 문제다. 이러한 사례가 더 발생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며 “약가협상 등을 할 때 환자에게 피해를 주지않는 선에서 제약사와 정부가 협상의 원칙을 어겼을 때 일정 부분 부담을 갖게하는 기준을 함께 만들어,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피해를 입지않도록 하는게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급여가 확실시 됐던 라디컷의 소식에 환자들 역시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루게릭환자는 “내달이면 급여가 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안된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환자에 따라서는 이 약제가 치료에 도움을 줄수 있는데 비용적인 부담을 또 가지게 됐다”고 우려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도 “이번 약가협상 철회는 전형적인 제약사의 잘못된 행태”라고 지적하며 “향후 관련해서 환자단체의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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