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 때문일까? 해묵은 약국 조제실 투명화 문제가 이번엔 뭔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권익위가 전면에 나서 복지부를 압박하자 약사회도 연구 용역을 추진하는 등 구체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똑같은 패턴으로 일관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정부와 약사회가 앞으로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3개월에 걸친 ‘약국 조제실 운영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무리하고 최근 최종 결과를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은 우리나라 약국 조제실의 투명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여기에는 이미 정착 단계를 마친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 선진국의 약국 환경이 주로 비교대상에 올랐다.

권익위도 약국 조제실 투명화를 법령에 규정한 일본을 언급하며 이번 권고 조치의 당위성을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약사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제 조제, 액제 분할 조제 등 집중도를 요하는 작업이 많은 만큼 안전한 조제를 위해서는 약사 고유의 영역이 침해 받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인 것. 한 마디로 비정상적인 국내 처방조제 행태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조제실의 개선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10여년간 조제실 개방과 관련해 비슷한 내용의 민원이 매번 반복되고 있음에도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당사자인 약사회 모두 국민들을 설득할 만한 논리 개발에는 소극적이었다는 것.

실제로 관련 이슈들이 불거질 때 마다 복지부와 약사회가 내놓은 입장들을 보면 국내 약국 환경의 특수성만 내세우며 제도 마련의 어려움만 강조했지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실질적인 내용은 빠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현재 단순 민원이 아닌 권익위의 권고로 실태조사까지 이뤄진 만큼 복지부와 약사회 입장에서는 약국 조제실 투명화 문제를 예전과 같이 원론적인 답변으로 대신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듯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다.

일단 복지부는 권익위의 권고를 최대한 수용하는 한편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약국 부담을 최소화 하는 수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약국 조제실 투명화가 전면 의무화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약사회도 국내·외 약국·병원 조제실 현황과 실태를 비교·분석하는 연구 용역을 복지부와 함께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회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르면 금주나 늦어도 다음 주에는 연구 용역 제안서가 나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약사회는 향후 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조제실 환경 개선의 방향성을 잡고 복지부와 적극적으로 논의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또 약국 내 약사와 직원의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수 있도록 약사회 차원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에 돌입하겠다는 복안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테크니션 제도가 활성화가 돼 있어 업무 경계가 분명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부분이 미흡해 더욱 국민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는 판단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조제실 투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조제실 면적 기준 법제화부터가 시급하다. 조제실 면적 기준이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일선 약국의 조제실이 비좁고 열악한 상황이다. 의약품 보관 장소가 마땅치 않으니 의도와는 다르게 조제실을 막는 진열판도 붙여 놓게 되는 등 소비자들이 더욱 오해를 하게 되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 같다”면서 “계속 시간만 끌고 미룬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여러 해외 사례를 다각도로 검토해 약사회가 선제적으로 대안을 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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