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R&D 지출이 가장 많은 산업은 ‘글로벌 제약업계’로 총 205조원이 투입돼 컴퓨팅 및 전자 산업을 뛰어 넘었다. 더욱이 인공지능(AI)이 도입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 시장 역시 지난해 3,400억원 규모로 점점 그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우리나라 정부 역시 4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바이오헬스 혁신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제약산업의 미래’ 정책토론회에서는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인재 양성부터 규제 완화까지 정부가 더 직접 개입해 줘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높아졌다.

국내 제약업계는 글로벌 생태계 변화에 맞춰 ICT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공장을 설립하고,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대규모 기술 수출 등을 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와 지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 세계의 1.8% 수준...새로운 변화 필수

실제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시장은 지난 2017년 기준 22조632억원 규모로, 세계 시장(1조1400달러)의 단 1.8%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술단위 수출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지난 2018년도에도 12건에 대한 5조3,706억원의 수입을 얻었다.

과거 2016년까지는 글로벌 제약사의 연평균 성장률 6.2%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9% 수준이었던데 비해 점차 증가폭도 커지고 있다. 오는 2021년경에는 국내 제약사의 성장률이 최대 6%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 기조발표 자료 발췌

하지만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현재의 제약산업 틀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정부가 나서서 규제 완화 및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투자 대비 승인건수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로, 이대로는 산업 자체의 발전을 내다보기 힘들다는 것.

더구나 경제 성장 둔화까지 극복하려면 면역항암제,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의약품을 개발하고 예방과 진단 등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다양한 융합기술을 접목한 의약품 개발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 3월 AI신약개발지원센터를 개소해 개방형 혁신 허브를 구축해 나가고 있으며, 유한양행과 오스코텍, 얀센이 레이저티닙(폐암)을 공동개발하고, 유한양행과 CG녹십자가 고셔병치료제를 공동개발하는 등 제약기업과 바이오벤처, 글로벌 기업이 협업하고 제약기업간 협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성과가 가시화 되고 있다.

또 한미약품의 글로벌 스마트 팩토리, 대웅제약 오송 스마트 공장 등 첨단기술을 도입한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AI인력 턱없이 부족...규제 개선은 제자리

그러나 문제는 제도. 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은 신약개발의 핵심인 전문 인력을 정부가 나서서 양성해줄 것을 주문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

이어 “미국, 영국 등은 국가차원에서 이를 위한 인력을 양성하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며 “복지부와 산자부, 과기부 등이 함께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가 규제 선진화로 신약개발이 가능한 현실을 만들어줘야 한다고도 했다.

원희목 회장은 “우리나라도 이제 기초 기술수출까지는 하지만 그 이상은 어려운 현실이다. 외국은 정부의 지원없이 크지 않았다”면서 “우리나라처럼 지원이 없는 곳도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 3월 개소한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의 주철휘 부센터장도 “제약산업은 그 어떤 산업들 중에서 규제는 많은 반면 성공을 향해 가기는 어렵다”며 “기업이 신약을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등 해외에서는 AI기반 신약 개발에 성공한 주요 원인이 막대한 돈을 투입하는 것 만큼이나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한몫했다는 평가를 했다.

주철휘 부센터장은 “2018년 기준으로 Recursion Phamaceuticals사가 뇌해면상 혈관기형(CCM)치료물질 REC-994의 FDA 허가를 받았고, Berg사의 췌장암 치료제 BPM31510도 FDA 희귀의약품으로 인정돼 임상 2상 중이며, 수포성 표피 박리증 치료제 BPM-31510도 FDA 희귀 의약품으로 인정받는 등 미국 FDA는 AI을 활용해 희귀질환 치료제 등 신약을 개발하면 빠르게 승인을 내줬다”며 “결국 규제완화가 시장을 리드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테카바이오 김태순 대표 역시 “우리나라는 빅데이터를 모으기 좋은 환경인 만큼, AI를 잘 활용해 신약을 만들면 우리나라가 신약 시장의 패권을 가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규제다. 규제 완화가 아닌 규제과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규제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기업이 신약개발에 투자를 하게 된다”며 “실제 미국 FDA에서 세포치료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온다고 하자, 투자기관이 바이오업체에 돈을 투자하고 이로 인한 신약 개발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AI로 앞서가는 해외 제약산업...갈길 먼 국내 시장

반면, 해외에서는 제약산업의 가능성에 비의료업체들까지 헬스케어산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성과도 내 보이고 있다. 결국에는 산업 발전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파트너십을 갖고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환자를 위한 기술과 신약을 개발해 나가는 시대라는 의미다.

마이크로소프트 헬스케어 아시아 총괄 케렌 프리야다르시니
마이크로소프트 헬스케어 아시아 총괄 케렌 프리야다르시니

마이크로소프트 케렌 프리야다르시니(Dr. Keren Priyadarshini) 헬스케어 아시아 총괄은 이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웨어러블 ‘프로젝트 엠마(Project Emma)’부터, 데이터 분석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리제네론 가이징거(regeneron geisinger)', 백신 보관 및 관리를 하는 스마트 냉장고 ‘weka smart fridge’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케렌 프리야다르시니 총괄은 “최근 5년간 유통업에 큰 변화가 있었다. 많은 유통업이 보건의료산업에 뛰어든 것”이라며 “이제는 의사만이 아닌 유통업체와 정보수집가로서의 시민단체 등이 이 산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사 역시 헬스케어에 뛰어들어 관련 기업과 함께 약물 개발부터 아웃컴이 나올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내부에 혁신 부서를 두고 있다”며 “이제는 신약개발이나 임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파트너십이다. 어떻게 파트너십을 맺느냐에 따라 그결과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일례로 스텐포드 메디슨은 80개의 파트너 랩이 있고 8개의 연구기관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컨소시엄형태로 데이터를 모으고 신약개발에 연결을 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증가하는 신약개발 R&D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소개됐다.

또 다른 예로, 빅데이터를 이용해 감염병 발생을 예상하고 특정 질환군의 환자추이를 예측해 질병을 예방하는 기술도 해외에서는 선보이고 있다.

싱가폴에서는 2030년까지 인구의 20%가 당뇨병에 걸릴 것이라는 유전적 질환 분석 자료가 나왔으며, 댕기열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에 주의구역이라는 안내 표시를 부착해 지역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기존의 발생한 바이러스 등에 대한 데이터 분석 결과로 시민들 일상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이에 대해 케렌 프리야다르시니 총괄은 “이제는 인구의 수명이 증가한 만큼 양질의 삶을 살아야 하는 시대다. 그만큼 신약의 출시 기간도 중요하다. 더 이상 신약 출시를 20년씩 기다릴 수 없다”며 “과거보다 빠르게 혁신 신약이 나와야 하며 빅데이터와 기술이 접목되야 한다. 오는 10월 홀로렌즈 2가 오픈되면 제약사는 물론 의료현장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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